넷플릭스 [연애대전] 스틸컷
넷플릭스 [연애대전] 스틸컷넷플릭스
 
좋아하는 감정 앞에서 자존심이 필요할까. 호감을 들켜 버렸을 때, 상대방의 마음을 금방 확인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끌려다닐 수 있는 빌미를 주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눈치 보며 싫은 척, 철벽 치는 일을 얼마나 해야 할까. 사랑은 타이밍인데 때를 놓치면 영영 달아나 버릴지도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할, 이 어렵고도 힘든 확률을 뚫고 연인이 된다는 건 엄청난 거다.
 
넷플릭스가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로맨틱 코미디 시리즈를 지난 10일 선보였다. <연애대전>은 남자라면 일단 의심부터 하고 마는 변호사 여미란(김옥빈)과 여자라면 병적으로 싫어하는 배우 남강호(유태오)가 변호, 액션, 오해, 사랑을 하며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이야기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보여줄 수 있는 클리셰를 일단 보여주면서도 비틀어 할 거 다 하고, 할 말 다 하는 영리함을 보여준다. 매콤한 선입견으로 만나 극혐하는 두 사람이 어느새 서로에게 빠져드는 달달함이 적당한 선을 유지하고 있다. 10부작 중 5부작은 코믹 요소가 강하고 후반 5부작은 진정성이 크다.
 
상극이 만나 불붙는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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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미란은 가부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 불만이 크다. 반대하는 로스쿨을 졸업하고 등록금을 대갚음하며 독립까지 이룬다. 그놈의 '여자가... 여자가...' 이 소리가 듣기 싫어 보여주고 싶었다. 남자라면 이가 갈리고 깊게 만나고 싶지 않다. 결국에는 상처 입을 게 뻔했다.
 
최초의 실망은 초등학생 때였다. 여자아이들을 상습적으로 괴롭히는 할아버지를 응징해 용기를 얻게 된다. 고등학생 때는 남자친구가 자기 몰래 바람을 피우자 결심한다. 남자와의 연애는 그저 도장 깨기의 일부일 뿐 철저한 엔조이로만 할 것을 말이다. 이후 나쁜 남자라 불리는 상대와 사귄 후 뻥 차버리는 게 일상이 되었다. 진지하게 누구를 좋아한 적이 없었다. 톱스타 남강훈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톱스타 남강훈은 여자를 싫어한다. 아빠의 사업 실패로 엄마는 새아빠를 찾아주겠다면서 어린 아들을 버리고 떠났다. 이후 무명배우였던 자신을 보기 좋게 떠나고, 국민 첫사랑으로 등극한 전 여친 때문에 병까지 얻게 된다. 연기일지라도 여자와 스킨십만 하면 공황장애가 도져 약 없이는 못 버티는 사연을 품게 된 남자다.
 
이후 세상 여자는 다 목적이 있어 접근한다고 생각했다. 철벽 치다 못해 상대 배우와 싸움까지 잦았다. 결국 여자를 불신하게 된다. 국민 로맨틱 가이지만 실상은 철벽남. 그토록 꿈꾸던 액션 누아르 영화 제안이 들어왔지만 원하는 액션을 보여주지 못해 다급해진다. 마침 담당 변호사 여미란의 싸움 실력을 떠올려 연습 파트너와 계약 연애까지 제안하게 된다.
 
하지만 미란과 얽히면서 철벽남이 철저히 무너진다. 대체 이 여자는 뭘까. 미란과의 스킨십은 편안하고 따뜻했다. 이 여자에게만 자꾸만 끌리는 자잘한 마음을 멈출 수가 없다.
 
페미니즘이 가미된 로맨틱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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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대전>은 어차피 해피엔딩이란 결말을 예상하다가도 중간에 몇 번은 '낯선데?', '이게 아닌데...'를 터트리는 신기한 드라마다. 뻔함에서 벗어나는 행동이 상대의 마음에 꽂히는 케이스다. '넌 네게 모욕감을 줬어'란 말이 어울리는 캐릭터는 끌릴 수밖에 없는 사건사고를 반복하면서 결국 빠져들게 만든다. 특히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적인 캔디, 신데렐라 같지만 묘하게 비틀고 깨버리는 캐릭터가 흥미로워 관전하게 된다.
 
서로 다른 인격이 만나서, 모난 부분을 깎아내고, 일부는 버리며 맞춰가는 연애.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는 데 '진심'이 통해야 한다는 주제를 선명히 드러낸다. 아무리 철갑을 두르더라도 진정성을 알고 나면 무장 해제되어 버리는 마법이 제대로 훈훈함을 안긴다. 사랑에 빠지면 착해진다는 말도 공감하게 한다. 그 사람과 동일시되고 싶은 거울 효과가 강력히 작동하는 심리 말이다. 사랑을 넘어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을 닮고 싶은 선한 영향력이 전반을 감싸고 있어 행복감을 선사한다.
 
이를 잘 살린 두 배우의 연기 변신이 돋보인다. 그동안 어둡거나 강인한 역할을 주로 맡아왔던 김옥빈은 소탈하고 당찬 매력을 선보인다. 변호사지만 스스로 무술을 익힌 재야의 고수이자, 뭐든 이겨야만 직성이 풀리는 여미란을 잘 소화했다. 액션배우로의 이미지는 유지한 채 발랄하고 경쾌한, 의리와 정의감이 불타지만 허당미를 더했다. 김옥빈 안에 갇혀 있던 개그본능과 귀여움까지 쏟아내 해방감이 느껴질 정도다. 김옥빈에게 이런 연기도 가능했는지 놀랄 만한 반전 매력이 훅하고 허를 찌른다.
 
데뷔 이후, 줄곧 소년미를 장착했던 배우 유태오는 청춘의 이미지에 갇혀 있었다. 이번 시리즈를 통해 로맨틱한 이미지를 얻게 되었다. 외국에서 오래 살아 한국어가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오히려 유학파 캐릭터를 살리는 데 일조했다. 두 사람 다 모두에게 득이 되는 작품을 만나 시너지를 이룬 셈이다.
 
시리즈에는 둘의 상극만 있는 건 아니다. 주인공의 절친한 친구로 등장하는 도원 엔터테인먼트 대표 도원준(김지훈)과 룸메이트 신나은(고원희)이 펼치는 서브 연애 스토리도 재미있다. 거기에 톱스타 최수진으로 등장하는 김성령이 큐피트 겸 시스터후드를 형성하며, 시리즈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키노라이츠 매거진과 장혜령 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게재 됩니다.
연대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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