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 시즌 동안 선발 등판 경험이 없는 투수가 중책을 맡게 될까.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19년 프리미어12에 이어 세 번째로 태극마크를 달게 된 이용찬(NC 다이노스)의 이야기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준비 중인 이강철 감독은 1라운드에서 상대해야 하는 일본, 호주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특히 '한일전' 못지않게 1승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호주전을 앞두고 누가 선발투수로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2019년 프리미어12에서 호주 타선을 무실점으로 꽁꽁 묶었던 양현종(KIA 타이거즈), 수준급 변화구를 자랑하는 고영표(kt 위즈) 등이 후보다. 여기에 지난 시즌 소속팀에서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이용찬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FA 이적 이후 팀에 힘을 보태고 있는 NC 우완투수 이용찬
FA 이적 이후 팀에 힘을 보태고 있는 NC 우완투수 이용찬NC 다이노스
 
이강철 감독은 왜 이용찬을 선발로 생각하고 있을까

FA 이적 이후 2년 연속으로 두 자릿수 세이브를 올린 이용찬은 2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을 유지했다. 지난 시즌에는 59경기에 등판해 60⅔이닝 3승 3패 22세이브 평균자책점 2.08의 성적으로, 탈삼진(61개)과 볼넷(13개)의 비율(4.69)도 이상적이었다. 탈삼진/볼넷 비율이 4 이상을 나타낸 것은 프로 데뷔 이후(풀타임 시즌 기준)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포크볼의 위력이 돋보였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지난해 포크볼 구종가치 부문에서 이용찬(15.0)은 4위를 차지했다. 1위 김민우(한화 이글스·21.1), 2위 김광현(SSG 랜더스·18.5), 3위 장민재(한화·17.7)가 모두 선발투수인 점을 고려할 때 구원투수만 놓고 보면 리그 전체에서 가장 위력적인 포크볼을 선보인 셈이다. 포크볼 피안타율(0.210)도 준수한 편이었다.

이용찬은 대표팀의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카드였다. 2013년(3회), 2017년(4회) 대회 모두 1라운드 첫 경기서 패배했던 만큼 이번에는 첫 단추를 잘 끼우겠다는 의지가 강력하다. 다시 말해서 호주전에서 100%의 전력을 가동하겠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대표팀이 세운 호주전 맞춤 전략 중 하나가 바로 '포크볼러 투입'이다. 이용찬과 김원중(롯데 자이언츠)이 최종 명단에 승선한 것도 이 때문이다. 두 명 모두 강력한 구위를 뽐내면서도 동시에 포크볼을 주무기로 삼았던 투수다.

또 한 가지, 이용찬은 2011, 2012시즌과 2018, 2019시즌에 선발투수로 활약했다. 1군 통산 440경기 중에서 선발로 등판한 경기 수는 102경기다. 몸 상태만 좋다면 길게 던지더라도 충분히 좋은 결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출전 당시 이용찬의 모습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출전 당시 이용찬의 모습한국야구위원회(KBO)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WBC 1라운드에서는 경기당 투구수가 65개로 제한된다. 아무리 길어야 선발투수가 책임지는 이닝은 5~6이닝 정도다. 굳이 65개 또는 5이닝을 채우지 않더라도 '오프너' 역할로 경기 초반을 맡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다만 이용찬의 호주전 선발 출격이 현실이 될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도, 실전에서 선발로 등판한 지 2년이 훌쩍 지났다. 가장 최근에 선발투수로 등판한 경기는 두산 베어스 시절이었던 2020년 6월 3일 kt 위즈전이다.

스프링캠프, 또 이달 중순부터 진행될 대표팀 전지훈련으로 많은 공을 던지고 몸 상태를 끌어올리더라도 이용찬은 2년간 경기당 15~16구를 던졌던 투수임을 잊어선 안 된다. 선발 경험이 있는 투수라고 해도 국제대회서 중책을 맡는 것은 다소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시선이 존재한다.

선발투수를 확정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대표팀에게 남아있는 시간은 이제 20여 일이다. 이강철 감독이 호주전에서 활용도가 높을 이용찬 카드를 어떻게 사용할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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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기록 출처 = 스탯티즈 홈페이지]
프로야구 KBO리그 NC다이노스 이용찬 W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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