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에서도 끝내 부활하지 못한 이종현이 전주에서 새로운 출발에 나선다. 이종현은 지난 2월 1일 고양 캐롯과 전주 KCC의 2대 1 깜짝 트레이드를 통하여 KCC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캐롯은 이종현을 내주는 조건으로 김진용과 박재현을 영입했다. 이종현에게는 울산 현대모비스-캐롯의 전신인 고양 오리온에 이어 프로에서 세 번째 맞이하는 소속팀이 KCC다.
 
농구팬들에게 이종현은 '아픈 손가락' 같은 존재다. 평범한 선수도 아니고 한때는 한국농구를 이끌어나갈 최고의 유망주로까지 기대를 모았던 이종현이기에, 현실과의 격차는 더 큰 아쉬움을 준다.
 
농구인 2세 출신인 이종현은 실업 기아자동차 시절 센터로 활약했던 이준호씨의 아들로, 농구명문 휘문중-경복고-고려대를 거치며 아마 시절부터 일찌감치 차세대 특급 센터로 주목받았다. 203cm의 장신에 윙스팬이 무려 223cm이라는 축복받은 신체조건은 빅맨으로서 가장 이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2013년 고려대에 진학한 이후에는 이승현(KCC)와 트윈타워를 이뤄 대학리그 3연패, 대학과 프로를 아우르는 '프로-아마 최강전'에서는 우승을 이끌며 대학리그와 최강전 MVP를 모두 휩쓸었다. 성인 국가대표팀에서도 2014년 농구월드컵 본선 출전과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이 12년 만의 금메달을 안기는 데도 기여했고, 병역혜택까지 받았다. 2015년에는 비록 지명은 받지못했지만 오랜 꿈이었던 NBA(미국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에 도전하기도 했다.
 
이 당시만 해도 이종현은 사실상 국내 대학무대에서는 적수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종규(DB)-김주성(은퇴)-오세근(KGC)-이승현 등 프로 정상급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엘리트 토종 빅맨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토종빅맨의 대표적인 전설로 꼽히는 '서장훈-김주성의 후계자'가 될 수 있다는 기대까지 나왔다.
 
농구계의 기대를 반영하듯 2016년 10월 3일 열렸던 KBL 국내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이종현은 예상대로 당당히 전체 1순위로 울산 현대모비스에 지명되었다. 당시 근엄한 이미지로 유명했던 유재학 감독이 이례적으로 1순위 지명권을 획득하자 두 팔을 치켜들고 애제자 양동근-함지훈과 얼싸안고 환호하던 모습은 큰 화제가 됐다. 유재학 감독은 당연히 이종현을 지명했고, 많은 이들은 이종현이 차세대 현대모비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프로농구를 제패할 빅맨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어느덧 7년이 지난 2023년 현재, 한국농구에 '이종현의 시대'는 오지 않았다. 프로 진출 후 연이어 큰 부상에 시달리며 이종현은 자신의 재능을 제대로 꽃피우지 못했다. 아킬레스건, 십자인대 부상 등으로 농구코트에서 뛰는 것보다 재활에 들어간 시간이 더 길었다.

이종현에 밀려 2순위로 서울 SK에 지명되었던 절친 최준용이 당당히 리그 MVP급 선수로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이종현은 결국 2020-2021시즌 현대모비스를 떠나 고양 오리온으로 이적했다. 하지만 오리온에서도, 그 뒤를 이어받은 캐롯에서도 이종현은 부상과 기량저하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한동안 농구팬들의 시야에서 잊혀졌던 이종현이 최근 잠시나마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방송출연 효과 덕분이었다. KBS 예능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 허재 대표와 신생팀 캐롯 선수단의 이야기가 그려지면서 이종현의 모습도 등장했다.
 
다만 그 대부분은 긍정적인 모습보다는, 십중팔구 허재 대표나 김승기 감독에게 호되게 꾸지람을 듣는 짠한 '구박데기' 캐릭터로 묘사됐다. 농구계 대선배들이 이종현을 그토록 들들볶은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허재 대표는 방송에서 이종현에게 "스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많은 기대를 받았는데 프로 데뷔 이후 5-6년 동안 실적이 전혀 없었다.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뛰어야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승기 감독도 "지금의 이종현은 더 이상 능력있는 선수가 아니다. 정신 상태와 태도, 농구를 대하는 자세를 바꿔야 한다"고 쓴소리를 한 바 있다.
 
간절함을 어필했던 이종현은 올 시즌 초반만 해도 비교적 많은 출전시간을 부여받았지만, 김승기 감독이 기대한만큼 꾸준하고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올시즌 캐롯에서 이종현이 남긴 기록은 24경기 평균 3.3점 2.3리바운드에 그쳤다. KBL 통산 성적은 평균 19분 11초 출전에 6.6득점 4.3 리바운드이며 7년차가 되도록 시즌 평균 출전이 22경기에 불과하다.

결국 한계를 느낀 캐롯도 이종현의 동행을 이어가는 대신, 트레이드를 선택했다. 냉정히 말하면 전화위복이라고 볼 수 있다. 어차피 팀 내에서 이종현에게 꾸준한 출전시간을 보장하기 어렵다면, 선수를 위하여 더 많이 뛸 수 있는 팀에서 새로운 기회를 준 것이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KCC에는 이종현과 고려대-국가대표-오리온 시절에 오랫동안 함께 호흡을 맞춰왔고 사적으로도 절친한 선배인 이승현이 있다. 마침 이승현이 최근 팔꿈치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상황이라 높이 싸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KCC에서 이종현은 좀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또한 여린 성격의 이종현에게 이승현처럼 의지할만한 상대가 있다는 것도 심리적으로 큰 힘이 될 수 있다. 다만 이전의 스승인 유재학-김승기 감독 못지 않게, KBL에서 엄격하고 무서운 감독의 대명사로 꼽히는 전창진 감독의 지도스타일에 얼마나 적응할 수 있을 지가 변수다.

이종현은 이제 5분, 10분이라는 짧은 출전시간동안이라도 자신의 몫을 다하며 궂은 일에 충실한 백업 빅맨, 혹은 롤플레어어로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KCC에서의 도전은 이종현에게 그야말로 프로선수로서의 생존 여부를 결정할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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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현 전주KCC 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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