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첫 방영된 엠넷 '보이즈 플래닛'의 한 장면

지난 2일 첫 방영된 엠넷 '보이즈 플래닛'의 한 장면 ⓒ CJ ENM

 
엠넷의 2023년 야심작 <보이즈 플래닛>이 시청자들과 첫 만남을 가졌다. <프로듀스101> 시리즈와 <아이랜드> <걸스 플래닛 999>에 이은 케이팝 아이돌 그룹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등장한 <보이즈플래닛>은 한국 연습생 49명, 세계 각국에서 온 글로벌 연습생 49명이 참가해 늘 그래왔듯이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연습생들이 하나의 팀을 결성하게 된다.  

​아이돌 서바이벌 오디션 예능의 경우 2016~2017년에 방영된 <프로듀스101> 시즌1과 2까지만 하더라도 엄청난 화제성을 확보하는 프로그램으로 각광 받았지만 이후 부정 투표 논란 여파, 엇비슷한 구성의 오디션 예능 범람 등으로 인해 6~7년 전 만큼의 한국 내 시청률 및 인기는 돌아오지 않고 있다. 

​대신 해외 각종 동영상 플랫폼을 통한 방영으로 전 세계 케이팝 팬들의 관심을 확보했고 이들은 해당 프로그램이 만든 그룹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맡아주고 있다.  <아이랜드> <걸스 플래닛 999>로 완성된 엔하이픈, 케플러가 프로그램의 취약한 인기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건 글로벌 시청자들의 몫이 절대적이었다. 이번 <보이즈플래닛>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걷게 될까?  

<걸스 플래닛 999>의 후속? <프로듀스 101>의 사실상 부활
 
 지난 2일 첫 방영된 엠넷 '보이즈 플래닛'의 한 장면

지난 2일 첫 방영된 엠넷 '보이즈 플래닛'의 한 장면 ⓒ CJ ENM

 
지난 2021년 방영된 걸그룹 오디션 <걸스 플래닛 999>는 한국-중국-일본 등 3개국 연습생들이 경합을 벌인 데 반해 이번엔 한국 vs. 세계 각국 연습생들이 1대 1 비율로 출전해 데뷔의 꿈을 위해 도전한다. 이를 위해 방송 중반까지 국가별+인원 안배 쿼터제 투표를 도입했던 앞선 시즌과 다르게 나라 구분없이 연습생들에게 표를 행사하게 된다. 

물론 <보이즈플래닛> 역시 중국, 일본 출신 참가자의 비중이 높은 편이었지만 캐나다, 태국 등 해외 저변이 넓어졌다는 특이점을 나타낸다. 3개국 참가자들이 하나의 '셀'을 이뤄 다양한 단계의 미션을 수행했던 전작의 방식 역시 사라졌다. 철저히 소속사를 감췄던 구성도 사라지면서 <프로듀스101> 시절의 형식으로 회귀했다. 

그 결과 큐브, 젤리피쉬, 웨이크원 등 국내 중견 기획사 소속임을 그대로 드러내며 상호간의 견제 의식을 키우기도 한다. 연습생이라는 호칭도 부활했을 뿐만 아니라 등급제, 기획사별 1차 테스트도 다시 돌아왔다. 이렇다보니 외부 시선을 어느 정도 의식하던 <걸스플래닛 999>가 아닌, 사실상 <프로듀스101>의 부활을 자처하는 듯한 인상이 짙었다.  

외국인 연습생들의 빼어난 기량... 모두 놀라게 한 '펜타곤 후이' 이회택 출전
 
 지난 2일 첫 방영된 엠넷 '보이즈 플래닛'의 한 장면

지난 2일 첫 방영된 엠넷 '보이즈 플래닛'의 한 장면 ⓒ CJ ENM

 
​1회만 놓고 보면 2시간 분량 속에서 각 참가자들의 입장 및 인사 내용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곧장 1차 테스트에 돌입하는 등 시간 끄는 것 없이 속전속결로 진행되는 점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아이돌 오디션에선 중국과 일본 참가자들은 극소수 인원을 제외하면 의욕만 앞섰을 뿐 기량 면에서 아쉬움을 드러낸 경우가 많았었다. 그런데 이번 <보이즈플래닛>에선 테스트 시작과 더불어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예전과 달리 케이팝으로 성공을 거두기 위해 한국으로 건너와 국내 연습생들과 똑같은 훈련 과정을 거친 연습생들이 늘어났다. 단순히 춤, 노래 뿐만 아니라 언어적인 면에서도 의외의 면모를 보여준 참가자들이 적지 않았다. "대학에 합격했지만 케이팝 아티스트로 성공하기 위해 '혈혈단신'으로 한국에 왔다"라는 말을 또박또박 내뱉는 태국 출신 참가자의 사례처럼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는다면 이미 활동하고 있는 아이돌처럼 생각될 정도였다.

그런데 이날 첫회에서 현장에 있는 마스터, 참가자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을 놀라게 한 참가자는 다름아닌 이회택, 바로 그룹 펜타곤의 리더 후이였다. 지난해 군복무를 마친 직후 곧바로 이 프로그램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점 뿐만 아니라 워너원의 데뷔 히트곡 '에너제틱', 펜타곤의 '빛나리' 공동 작곡가이기에 마스터도 아닌, 연습생 신분으로 다시 돌아왔다는 건 충격 그 자체였다.  

​심지어 해외 참가자들이 '빛나리'를 평가곡으로 들고 나와 구슬땀 흘리며 열창하는 광경을 지켜본 이회택은 눈시울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이 광경을 목격한 다른 참가자들로선 숨겨진 사연에 대해 알 수는 없었지만 마음이 결코 편하지 못했다. 그의 평가 무대는 다음주 2회를 통해 소개될 예정이다.

'투표 공정성' 다짐... 균형감 있는 제작, 편집도 가능할까?
 
 지난 2일 첫 방영된 엠넷 '보이즈 플래닛'의 한 장면

지난 2일 첫 방영된 엠넷 '보이즈 플래닛'의 한 장면 ⓒ CJ ENM

 
​같은 날 진행된 <보이즈플래닛> 제작발표회를 통해 제작진은 외부 기관의 검증을 통한 투표 실시를 강조하고 나섰다. <프로듀스 101> 시리즈가 불명예스러운 퇴장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투표 부정이었음을 감안하면 지극히 당연한 방향의 설정일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부분이 있다. 이른바 '악마의 편집'으로 불리는 균형감을 상실한 제작, 편집이 그것이다. 각종 오디션, 리얼리티 예능에서 온갖 잡음을 일으키는 사항 중 하나가 실제 상황을 왜곡하는 내용의 편집이었다. 특히 경연 예능에선 특정 참가자 밀어주기 혹은 배제하기 등의 의구심을 자아내는 등 시청자들의 불신을 초래하곤 했다. 이는 공정한 투표 못잖게 중요한 사항이지만 이에 대한 신뢰 확보가 이어지려면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 2016년 엠넷이 주도적으로 진행한 각종 아이돌 오디션이 탄생시킨 그룹들 상당수는 잘 알려진 것처럼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아이오아이를 필두로 워너원, 아이즈원을 거쳐 지난해 케플러에 이르는 팀 상당수는 케이팝 유망주로서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하지만 시간이 쌓일수록 국내보단 해외 의존도가 높아지다보니 이들 오디션 예능은 갈수록 한국 시청자들의 관심 밖에 놓이면서 그저 해외팬들을 위한 프리 데뷔용 쇼케이스처럼 활용되어 왔다. <보이즈플래닛>으로선 데뷔조 그룹의 성공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시청자들의 마음을 다시 얻을 수 있는 확실한 비책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in.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보이즈플래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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