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리그에서 패전이 가장 많은 투수는 임기영(KIA 타이거즈), 최원준(두산 베어스), 백정현(삼성 라이온즈)까지 총 세 명이었다. 그러나 똑같이 13패를 기록하고도 세 명의 투수가 주는 느낌이 달랐다.

최원준(30경기 165이닝 평균자책점 3.60)과 임기영(26경기 129⅓이닝 평균자책점 4.25)은 고전하는 상황 속에서도 나름 분발했다. 반면 백정현은 24경기 124⅔이닝 4승 13패 평균자책점 5.27로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2021년 정규시즌에만 14승을 수확하며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던 백정현은 단 한 시즌 만에 평범한 투수로 전락했다.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결국 FA 계약(4년 총액 38억 원) 이후 첫 시즌을 뚜렷한 성과 없이 마무리했다.
 
 지난 시즌 극심한 부진에 시달린 삼성 좌완투수 백정현
지난 시즌 극심한 부진에 시달린 삼성 좌완투수 백정현삼성 라이온즈
 
전년도와 비교했을 때 무엇이 달라졌나

결론부터 말하면, 2021시즌보다 더 많이 맞았다. 피안타(142개→154개), 피홈런(15개→22개) 개수가 전년도보다 증가했다. 지난 시즌 백정현보다 많은 피홈런을 기록한 투수는 리그에서 단 한 명도 없었다.

홈 경기(13경기 7개→15경기 16개)서 내준 홈런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이었다. 타자 친화적인 홈 구장이 백정현을 괴롭힌 셈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원정 경기 성적(8경기 40이닝 1승 5패 평균자책점 5.18)이 홈 경기(16경기 84⅔이닝 3승 8패 평균자책점 5.31)보다 눈에 띄게 좋았던 것도 아니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장타 허용'이 많았다는 것이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피출루율(0.308→0.358)보다 피장타율(0.367→0.492)의 증가 폭이 더 컸다. 미세한 차이라고 하더라도 홈런뿐만 아니라 2루타(25개→27개), 3루타(1개→2개) 개수도 늘었다.

포심 패스트볼 평균 시속(136.6km→136.3km)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나 포심 패스트볼 피장타율(0.340→0.616)을 감안했을 때 백정현의 빠른 공이 장타로 연결되는 상황이 적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결국 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으로 돌파구를 찾아야만 했다.

그나마 8월부터 투심 패스트볼의 비중을 증가시킨 이후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난 것이 위안거리였다. 8월까지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던 그는 9월 이후에만 4승을 챙겼다. 8월 14일 kt 위즈전(56.3%), 10월 6일 두산 베어스전(52.4%)에서는 투심 패스트볼 구사율이 50% 이상이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새 시즌 준비에 돌입한 삼성 투수 백정현
일본 오키나와에서 새 시즌 준비에 돌입한 삼성 투수 백정현삼성 라이온즈 공식 인스타그램
 
백정현이 부활해야 삼성 마운드도 계산이 선다

지난해 삼성 선발진에는 160이닝 이상 던진 투수가 세 명이었고, 그중에서 데이비드 뷰캐넌(11승)과 원태인(10승)이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했다. 승운이 따르지 않았던 앨버트 수아레즈(173⅔이닝)도 최선을 다했다. 이렇게 확실한 3선발을 갖추고도 팀은 7위에 머물렀다.

다시 말해서 백정현의 부진이 팀 성적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백정현이 8월까지 단 1승도 거두지 못하는 사이 팀은 일찌감치 순위 경쟁에서 멀어졌고, 그가 9월 이후 반등하자 팀도 상승 곡선을 그렸다. 삼성은 같은 기간 동안 29경기 18승 11패 승률 0.621로 10개 구단 중에서 가장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

게다가 불펜의 과부하를 막으려면 선발투수들의 역할이 더 강조될 수밖에 없다. '베테랑 듀오' 오승환과 우규민이 올해도 뒷문을 지키겠지만, '영건'이 많은 불펜의 사정을 고려한다면 선발투수들이 이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

선수를 믿고 도장을 찍은 구단의 믿음에 보답해야 하는 시즌이다. 더 이상의 부진은 선수에게도, 팀에게도 전혀 득이 될 게 없다. 백정현이 '14승 투수'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팀의 도약을 이끌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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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기록 출처 = 스탯티즈 홈페이지]
프로야구 KBO리그 삼성라이온즈 백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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