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견보다 소형견에게 문제가 도드라지는 건 무슨 까닭일까. 23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에서 강형욱 훈련사는 이경규의 질문에 덩치가 큰 개를 무릎에 올리는 건 힘들지만, 작은 개는 무릎에 올리기 용이하지 않냐는 현답을 제시했다. 이를 풀어 설명하면 소형견은 의존적으로 키우는 경향이 많아 버릇이 나빠진다는 뜻이다. 결국 보호자의 양육 태도에 달려있는 셈이다. 

방송에 등장한 포메라니안은 사모예드와 스피츠의 개량종으로, 19세기 초 북동일 포메른 공국에서 이름을 따왔다. 반려견 사랑이 지극했던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왕실에서 키우게 된 후 미국에도 알려졌고, 1888년 미국애겹협회(AKC)에 정식 등록됐다. 공처럼 둥글고 풍성한 털이 특징으로 여우를 닮은 귀여운 외모와 작은 눈이 매력이다. 또, 장난기가 많고, 활발한 성격을 지녔다. 

다만, 경계심이 많아 낯선 대상과 친해지기 쉽지 않고, 독립적인 성향으로 공포를 느낄 때 공격성을 보인다. 소유욕에 의한 공격성도 많다. 강형욱은 "싸가지가 없다"는 한마디로 훈련소 단골손님 포메라니안을 설명했다. 변덕스러워 의중을 알기 힘들다는 의미였다. 포메라니안의 대표적인 문제 행동으로는 잦음 짖음과 입질을 꼽을 수 있다. 고민견 루나(암컷, 6살)의 문제는 무엇일까. 

루나는 '원맨독'이었나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KBS
 

신혼인 부부 보호자는 소파 위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루나는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짖기 시작했다. 이내 두 사람 사이를 파고 들어 붙어있지 못하게 방해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아내 보호자를 향해 입질을 했다. 남편 보호자가 결혼 전부터 키웠던 루나는 아무래도 아내 보호자가 남편 보호자와 함께 있는 걸 질투하는 듯했다. 문제는 아내 보호자가 임신 중이라는 것이었다. 

루나는 아내 보호자의 배를 밟고 다니는 등 안하무인으로 행동했고, 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아내 보호자는 배와 허벅지를 물린 적도 있었다. 평범한 신혼부부의 일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까이 가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은 황당하기까지 했다. 아내 보호자가 남편 보호자의 흰머리카락을 뽑아주려하자 루나는 펄쩍 뛰어 기습 공격을 가했다. 결국 아내 보호자의 손에서 피가 나고 말았다.

심각한 상황에도 남편 보호자는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 혼을 내도 시원찮은 판에 오히려 루나를 끌어안고 달랬다. 칭찬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았다. 힘들어 하는 건 아내 보호자뿐인 듯했다. 남편 보호자는 "단호하게 야단치고 호통을 쳐야 되는데 제가 마음이 여리고 약해서 가볍게 넘어갔다"고 털어놓았다. 아내 보호자는 자신보다 루나를 더 챙기는 남편에게 서운함을 느꼈다. 

남편 보호자가 출근하자 루나는 창가를 바라보고 앉아 오매불망 기다렸다. 남편 보호자가 귀가하자, 벗어놓은 양말을 물고 남편 보호자 옆에 와서 애교를 부렸다. 강형욱은 이를 일종의 놀이라고 설명했다. 남편 보호자는 딱히 양말을 뺏을 의지가 없어 보였다. 이때 아내 보호자가 남편 보호자 옆에 다가왔고, 루나는 으르렁거리며 경계했다. 결국 아내 보호자는 팔을 물리고 말았다. 

잠시 후, 남편 보호자가 침실로 들어가 잠을 청하자, 루나는 문 앞에 지키고 서서 아내 보호자가 들어오지 못하게 경계하고 짖어댔다. 철저히 원천봉쇄했다. 방에 들어가려던 아내 보호자는 공격을 당했다. 남편 보호자가 발을 물린 아내 보호자보다 루나를 더 챙기며 쓰다듬자 기세등등해진 루나는 더욱 경계를 강화했다. 아내 보호자는 겁에 질린 채 잠을 청해야 했다.

"루나도 원맨독(보호자 이외에 누구와도 친화되지 않는 반려견)입니까?" (이경규)

"기본적으로 (그런) 성격을 갖고 있는데, 남편 보호자를 만나면서 그게 더 도드라지지 않았나 싶어요." (강형욱)


오클랜드 공과대학교의 연구 결과(18쌍의 반려견과 반려인을 대상)에 따르면, 반려견도 질투를 한다고 한다고 한다. 연구진은 방 한쪽에 반려견을 묶어두고, 반려인이 모형 개와 원기둥을 쓰다듬었을 때 반려견이 줄을 당기는 힘을 따로 측정했다. 그 결과, 모형 개를 쓰다듬었을 때 줄을 당기는 힘이 더 셌다고 한다. 질투는 달리 말하면 소유욕이라 할 수 있는데, 방치하면 집착이 될 수 있다.

현장에 출동한 강형욱은 남편 보호자의 소극적인 대응에 대해 먼저 언급했다. 아내 보호자가 공격을 받는다면 강한 제지를 했어야 마땅한데, 오히려 방관하고 심지어 조장하는 듯한 행동을 취하는 건 이해하기 힘들었다. 물론 남편 보호자가 6년간 루나와 함께 지내며 많은 위로를 받았기 때문에 지적을 하기 어려웠을 수 있지만, 아내가 출산한 후의 상황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기가 태어나면 이제 보호받을 대상이 성인 여성에서 신생아가 되는 거예요. 그렇게 됐을 때 이 친구가 꽤 위협적이라고 느끼거든요." (강형욱)

꾸준한 반복 훈련 필요

우선, 남편 보호자에 대한 강한 집착을 완화하는 훈련이 필요했다. 루나는 좋아하는 대상에게도 공격을 가하기도 했는데, 실제로 남편 보호자도 루나의 공격성에 당황한 적이 있었다. 소유욕과 통제 문제 개선이 시급했다. 강형욱은 남편 보호자에게 짖는 루나의 뒤를 말없이 따라가도록 지시했다. 상황을 주도하는 것이 보호자라는 걸 인지시켰다. 루나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강형욱은 자신이 남편 보호자와 악수를 할 때 루나가 짖으면 단호하게 제지하게 했다. 6년 동안 갖고 있던 버릇이 쉽게 없어지지는 않을 터였다. 그동안 루나의 잘못에 관대했던 남편 보호자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같은 훈련이 반복됐다. 변해버린 보호자에 대한 섭섭함 때문에 루나는 기가 죽어 있었다. 잔뜩 위측된 루나의 모습에 남편 보호자는 안쓰러움을 느꼈다. 

강형욱은 루나가 "괜찮은 개 같다"며, "어쩌면 아기가 있는 집에 잘 맞는 개"라고 설명했다. 다만,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해 사회성이 발달하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오로지 보호자 옆에서 주변만 경계하며 살아왔던 터라 보호자가 없으면 불안해 했던 것이다. 이는 앞으로 꾸준한 훈련과 많은 경험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 

이제 부부의 금슬을 보여줄 시간이었다. 단호한 남편 보호자의 태도에 놀라 주방으로 도망간 루나는 충격과 배신감에 부부를 째려봤다. 믿을 수 없는 상황에 꼬리가 축 처졌다. 하지만 이제 받아들여야 할 일이었다. 강형욱은 앞으로 2~3개월은 꾸준하게 훈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루나를 안지 못해 손이 허전하다면 아내 보호자의 손을 꼭 잡으라고 조언했다. 

침실을 지키고 아내 보호자를 막아서는 문제 행동은 '분리 훈련'을 통해 간단히 해결했다. 강형욱은 남편 보호자에게 침실 앞에서 루나가 따라들어오지 못하게 단호하게 막아서도록 지시했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루나는 당황한 듯 자리를 피했고, 아내 보호자가 방으로 들어가도 짖거나 공격하지 않았다. 달라진 루나가 앞으로 태어날 아기와 함께 어우려져 행복하게 살아가길 기원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개는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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