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천천히 말라죽어 보자. 연진아. 나 지금 너무 신나. (송혜교)
학교폭력으로 영혼까지 산산히 부서진 여자, 문동은(송혜교)은 온 생을 걸어 치밀한 복수를 준비했다. 지옥과도 같은, 그 참혹한 폐허를 견뎌냈다. 18년 동안, 그러니까 10대와 20대, 30대 초반의 삶을 온통 복수를 위해 갈아 넣었다. 그리고 가해자의 외동딸이 다니는 초등학교의 담임이 돼 나타났다. 그는 가해자에게 선언한다. "우리 천천히 말라죽어 보자"고. "지금 너무 신"난다고.
고교시절의 문동은(정지소)는 소위 일진이었던 박연진(신예은)과 그 일당들에게 집요한 학교폭력을 당했다. 단순한 괴로힘 정도가 아니었다. 문동은의 몸에는 고데기에 의해 지져진 상처로 성한 곳이 없었다. 문드러진 살점은 참을 수 없이 가려웠고, 긁을 때마다 피가 배어나왔다. 저들은 일말의 망설임이나 죄책감 없이 문동은의 영혼을 파괴했다. 마치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다.
그 누구도 문동은을 지옥에서 구해주지 않았다. 학교는 눈을 감았고, 경찰도 묵인했다. 학교 폭력을 눈치챈 양호 선생님은 곧바로 학교에서 쫓겨났다. '금수저' 박연진 집안의 재력과 인맥은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담임은 친구들끼리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며 문동은의 뺨을 때렸다. 자신의 고과에 마이너스가 된다는 이유였다. 엄마조차 돈의 유혹에 딸의 고통을 방치했다.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는 게 나을까. 문동은은 한겨울 차가운 강물 앞에 서기도 했고, 건물 옥상 위에 올라보기도 했다. 한 걸음만 내디디면 삶을 옥죄는 고통이 사라질까. 치욕에서 멀어질까. 지옥을 만든 저들에게서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순간, 문동은은 '꿈'을 가지기로 했다. 그 꿈이란 바로 '박연진'이다. 혼자 죽지 않겠다. 저들과 함께 지옥불에 떨어지겠다. 문동은은 복수를 꿈꾼다.
"난 왕자님은 필요 없어요. 난 왕자가 아니라 나랑 같이 칼춤 춰줄 망나니가 필요하거든요." (송혜교)
멜로 대신 복수극 택한 김은숙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