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선수
김연경 선수박진철 기자
 
김연경이 좋지 않은 토스에도 불구하고, V리그 여자배구 선수 중 가장 '팀 기여도가 높고 실속 있는' 공격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연경(35·192cm)은 지난달 29일 현대건설과 경기를 끝으로 V리그 전반기 경기를 모두 마쳤다. 올 시즌 V리그 전반기는 3일 남녀부 각각 1경기씩만 남겨 놓고 있다. 4일부터는 후반기에 돌입한다.

한국배구연맹(KOVO) 기록에 따르면 전반기 종료 하루 전인 2일 현재, 김연경은 여자배구 전체 윙 공격수(아웃사이드 히터·아포짓 포함) 중 '공격 효율'과 '공격 성공률' 부문에서 모두 전반기 1위를 확정했다.

김연경은 '공격 효율' 부문에서 38.66%로 외국인 선수를 포함해 여자배구 전체 윙 공격수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는 현대건설 외국인 선수 야스민(27·192cm)으로 36.29%를 기록 중이다. 3위는 흥국생명 외국인 선수 옐레나(26·196cm)로 31.88%를 기록 중이다.

또한 각 팀의 공격을 주도하는 외국인 선수들을 살펴보면, 모마(GS칼텍스) 28.40%, 엘리자벳(KGC인삼공사) 27.52%, 니아 리드(페퍼저축은행) 24.72%, 산타나(IBK기업은행) 22.19%, 카타리나(한국도로공사) 19.81%를 기록 중이다.

국내 윙 공격수는 KOVO 공격 성공률 부문 순위 편입 기준인 '팀 내 공격 점유율 20% 이상'의 선수들을 살펴보면, 김연경이 공격 효율 38.66%로 외국인 선수까지 포함해 독보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어 박정아(한국도로공사)가 공격 효율 24.20%로 높은 수준이다. 또한 이한비(페퍼저축은행) 22.65%, 이소영(KGC인삼공사) 21.84%, 표승주(IBK기업은행) 19.35%를 기록 중이다. 다른 국내 윙 공격수들은 아직 팀 내 공격 점유율이 20%를 넘지 못한 상태다.

김연경은 '공격 성공률' 부문에서도 47.01%로 여자부 전체 1위에 등극했다. 2위는 야스민 46.86%, 3위 엘리자벳 44.07%, 4위 옐레나 44.0%, 5위 모마 42.01% 순이다.

토스 나빠도 '공격 실속·팀 기여도' 역대급

'공격 효율'에 주목하는 이유는 해당 선수가 팀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정도, 즉 공격의 실속을 평가할 수 있는 핵심 지표이기 때문이다.

해외 리그나 국제대회에서도 공격 효율을 공격 성공률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추세다. 국내 프로구단들도 최근에는 해당 선수를 평가하는 주요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공격 효율'은 공격 성공 숫자에서 본인의 공격 범실과 상대 팀 블로킹에 막혀 공격 실패한 숫자를 모두 뺀 수치를 총 공격시도 수로 나눈 비율이다.

때문에 공격 효율은 공격 성공률보다 수치가 크게 낮은 경우가 많다. 예컨대 한 선수가 공격 성공으로 10득점을 기록했어도 범실이나 블로킹에 차단당해 상대 팀에 내준 점수가 10득점일 경우, 해당 선수의 공격 효율은 제로(0)가 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범실과 블로킹 차단 숫자가 더 많아 공격 효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공격 효율은 보통 남자배구 선수는 35%, 여자배구 선수는 25%만 넘겨도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실제로 V리그 여자부에서 외국인 선수도 공격 효율은 30%대를 넘기기가 쉽지 않다. 현재 여자부 외국인 선수 중 공격 효율 30% 이상의 선수가 야스민, 옐레나 2명밖에 없다.

김연경의 공격 효율이 40%대에 육박하는 건, '특수하게 높은' 경우에 해당하다. 심지어 시간이 갈수록 더욱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김연경은 1라운드에서 공격 효율 35.8%, 공격 성공률 45.6%, 리시브 효율 35.8%를 기록했다. 그런데 3라운드에서는 공격 효율 46%, 공격 성공률 53.2%, 리시브 효율 50.6%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썼다.

세계 최고 공격수-리베로 '2명 영입 효과'

김연경의 공격 효율, 공격 성공률 2관왕이 특히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또 있다. 아웃사이드 히터로서 서브 리시브나 디그(상대 공격을 받아내는 것) 등 수비에 적극 참여하면서 달성한 기록이기 때문이다.

반면, 주로 아포짓 포지션의 외국인 선수들은 수비에 거의 참여하지 않고 공격에만 집중한다.

김연경은 현재 서브 리시브 부문에서도 여자부 전체 6위에 올라 있다. 1~5위는 대부분 각 팀의 주전 리베로다. 디그 부문에서도 전체 8위에 올라 있다. 또한 2단 연결의 정확성과 안정성도 매우 높다.

왜 김연경이 해외에서 '세계 최고 완성형 공격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지, 여실히 증명해준 셈이다. 결국 김연경을 영입한 팀은 선수 1명 영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공격수와 리베로 2명을 동시에 영입한 효과를 거두게 된다.

일본, 중국 등 해외 리그에서 직전 시즌 최하위권 팀이 김연경 영입으로 곧바로 우승을 차지한 비결이 여기에 있다. 지난 시즌 V리그 6위로 최하위권 팀인 흥국생명이 올 시즌 1위 경쟁을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구단·감독이 '김연경 활용도 떨어뜨린다' 비판도 커져

한편, 배구 전문가와 팬들 사이에서는 김연경의 뛰어난 공격 능력을 흥국생명 구단, 감독, 세터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무기력한 패배를 한 것에 대해선 불만과 비난이 커지고 있다.

흥국생명은 올 시즌 현대건설에 2패, GS칼텍스에 2패로 총 4패를 기록했다. 그런데 4패가 모두 감독의 선수 기용과 선발 로테이션(순환하는 자리 배치) 고집, 그리고 세터의 토스 분배 패착이 핵심 원인이었다. 이 때문에 김연경 활용도가 크게 떨어지면서 무기력한 패배를 하곤 했다.

특히 지난 2022년 12월 20일 GS칼텍스전에서 3~4세트 때 압승을 거두었던 로테이션을 5세에서 1~2세트에서 실패한 로테이션을 또다시 들고 나오면서 대패한 것이 압권이었다.

실제로 이날 김연경은 3세트에서 혼자 11득점을 올렸고, 공격 성공률과 공격 효율이 똑같이 84.6%나 됐다. 4세트에서도 7득점에 공격 성공률과 공격 효율이 모두 70%나 됐다. 그야말로 경이적인 원맨쇼를 펼치며, 흥국생명이 손쉽게 압승을 거두었다.

3~4세트의 로테이션이 옐레나 의존도가 높은 김다솔 세터가 어쩔 수 없이 김연경 활용도를 높일 수밖에 없고, 반면 공격력이 약한 김미연 또는 김다은이 전위에서 공격하는 기회를 줄여주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5세트에서 권순찬(48) 감독은 1~2세트에서 패한 선발 로테이션을 또다시 들고 나왔다. 결과는 대참사였다.

김연경은 5세트에 단 2번만 세터의 토스를 받았다. 2번 모두 성공시켰지만, 그것이 끝이었다. 이후 후위로 간 뒤, 다시 공격을 할 기회가 없었다. 전위에서 득점을 내지 못하고, 김다은마저 연거푸 범실성 리시브를 하면서 상대 팀에게 대량 실점을 내주고 순식간에 패했기 때문이다.

결국 김연경의 5세트 공격 점유율이 고작 8.3%밖에 되지 않았다. 반면 김다은의 5세트 공격 점유율은 25%, 옐레나의 공격 점유율은 무려 50%나 됐다.

가장 공격 효율과 컨디션이 좋은 김연경을 전혀 활용하지 않고, 컨디션이 안 좋았던 선수들에게 토스를 몰아준 셈이다. 천하의 김연경을 가지고도 승리할 수 없는 건, 너무도 당연했다.

이 경기 패배 이후 여자배구 팬 사이트는 물론 각종 커뮤니티에서 권순찬 감독을 향한 팬들의 비난이 폭발했다. 지금도 여론은 차갑다.

또한 김다은보다 현재 공격과 수비 모든 면에서 기록이 더 좋은 김미연은 흔들릴 때마다 김다은으로 즉시 교체하면서, 김다은이 흔들릴 때는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질 때까지 밀고 갔다가 똑같은 패배를 반복한 것도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런 가운데, 이원정(23·176cm) 세터가 최근 트레이드로 새로 합류하면서 숨통이 트일 가능성이 생겼다. 이원정은 김다솔(26·173cm)과 토스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원정은 레프트로 길고 높게 쏴주는 C토스에 강점이 있다.

이는 김연경에게도 반가운 일이다. 실제로 이원정은 지난달 29일 현대건설 전에 투입돼 김연경에게 높고 힘있는 토스를 자주 했고, 김연경은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김다솔과 이원정이 서로 보완 관계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면, 흥국생명 경기력은 한 단계 더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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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KOVO V리그 흥국생명 권순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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