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6일 발표된 라이오네시스의 싱글 'It’s OK to be me'
지난 12월 16일 발표된 라이오네시스의 싱글 'It’s OK to be me'J&M Entertainment
 
국내 최초의 성소수자 남성 그룹인 라이오네시스(LIONESSES)의 신곡 'It's OK to be me'가 MBC의 방송 문턱을 넘지 못하게 되었다. 라이오네시스는 지난 17일 SNS를 통해 "라이오네시스의 신곡 'It's OK to be me'가 MBC의 방송 심의 결과 '동성애'를 이유로 방송 금지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심의 심사 결과가 '자신을 긍정하자'는 골조의 메시지, 혹은 가수가 동성애자라는 사유에 의한 것이라면, 아쉽게도 저희로서는 MBC의 심의 규정을 준수한 음악을 제작하지 못할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공식 입장도 함께 전했다.

음원 수정이나 재심의 요청은 검토하지 않기로 했다. 라이오네시스가 성명문과 함께 첨부한 MBC 심의팀의 문자 메시지에는 '불가 사유: 동성애'라고 적혀 있다. '동성애'라는 세 글자 이외에 다른 설명은 적혀있지 않았다.

"천 가지 색을 가진 Crayon 내 컬러가 칠해진 곳이 내 Heaven.
난 태초부터 게이로 설계됐어. 내 주께서 정했어."
- 'It's OK to be me'(라이오네시스) 가사 중에서.


2021년 'Show Me Your Pride'로 데뷔한 라이오네시스는 '왜 성소수자의 노래는 없는가?'라는 의문에서 출발한 그룹이다. 레이디 가가의 Born This Way, 빌리지 피플의 'Go West' 등 팝송으로 만들어진 퀴어의 찬가는 많지만, 한국어 가사로 울려퍼진 노래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비온뒤무지개재단에서 성소수자 뮤지션의 활동을 지원하는 사전 제작 지원 사업을 통해, 이 그룹이 탄생할 수 있었다.

최근 금지곡으로 선정된 'It's OK to be me'에도 LGBTQ 커뮤니티의 일원을 응원하고 연대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러나 납득하기 어려운 MBC의 심의 결과를 보면, '왜 여태껏 미디어에서 성소수자의 노래를 접하기 어려웠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을 듯하다.

소수자의 존재 지운 금지곡 심의
 
 그룹 라이오네시스 측에서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발표한 성명문
그룹 라이오네시스 측에서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발표한 성명문라이오네시스
 
MBC의 이러한 결정은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과거 라이오네시스의 노래 'Christmas Miracle'은 기독교 방송국인 CBS에게 '기독교 정신에 위배되는 가수'라는 이유로 금지곡 판정을 받았던 적이 있다.

2021년 12월 31일, 서울시가 주최한 '보신각, 제야의 종' 온라인 타종식 축하 무대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통해 유명해진 댄스팀 '라치카'가 레이디 가가의 'Born This Way'에 맞춰 공연했는데, 이 곡 전체를 관통하는 가사가 삭제되었다.

"No matter gay, straight, or bi, lesbian, transgender life.
I'm on the right track baby."
(동성애자, 이성애자, 양성애자, 레즈비언, 트랜스젠더에 상관없이 난 바른 길을 가고 있어.)
- 'Born This Way(레이디 가가) 가사 중에서.


게이 아이콘인 프레디 머큐리(퀸)와 엘튼 존, 롭 헬포드(주다스 프리스트)의 노래는 전 세계의 음악팬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한 논의가 오랫동안 진행되고 있고, 게이 연예인인 홍석천이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깨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게이'라는 단어가 담긴 노래는 여전히 방송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보수 개신교계를 비롯, 이 단어가 방송을 타는 것을 못마땅해하는 목소리는 언제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논란이 없는 선택'만 할 것이라면, 변화와 진보는 기대할 수 없다. 공영방송 MBC는 이야기를 전할 기회 대신, 소수자의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겠다는 결정을 취했다. 더 많은 성소수자 뮤지션의 이야기를 방송에서 듣고 싶다. 2022년에 금지곡의 사유가 '동성애'라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라이오네시스 MBC 동성애 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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