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코로나 19시대를 경험했다. 우울하고 고통스러운 펜데믹의 시간을 관통하면서도 더 나은 내일이 올 것이라는 희망이 사람들을 지탱하게 했다. 격리와 비대면이라는 장벽조차도 소통과 사랑이라는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막을 수는 없었다.
 
12월 8일 방송된 'KBS 드라마 스페셜 2022'의 다섯 번째 시리즈 <낯선 계절에 만나>(연출 이민수·극본 여명재)에서는, 격리 병동에서 벌어지는 남녀의 로맨스를 통하여 코로나19 시대의 풍경을 따뜻하고 유쾌하게 담아냈다.
 
이야기의 시작은 코로나19가 한창 절정으로 치닫던 2020년 10월, 포토그래퍼 어시스턴트 오희주(한지은)는 확진자와 동선이 겹친 뒤 코로나19에 확진되었다는 진단을 받았고 수도권 생활치료센터에 위치한 격리병동 402호에 갑작스럽게 입소하게 된다. 내성적인 성격의 희주는 홀로 격리된 낯선 환경과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 한다.
 
답답한 마음에 창문을 열던 희주는, 우연히 바로 옆 병실에 있던 명기준(김건우)과 창문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파티쉐인 기준은 호주에서 입국하다가 공항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고 곧바로 격리 병동에 입소한 상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준은 하필 휴대폰까지 망가지면서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상태였다.
 
기준은 희주에게 사정을 털어놓으며 자신의 SNS에 대신 접속하여 친구에게 새 휴대폰을 보내달라는 메시지를 부탁한다. 희주는 반신반신하지만, 달리 연락할 가족이 없다는 기준의 사정에 동정심을 느껴 결국 부탁을 들어준다. 넉살좋은 성격의 기준은 이후로도 이불 주문이나 노래를 틀어달라고 요청하며 희주를 난감하게 한다. 귀찮아하면서도 희주는 번번이 기준의 부탁을 들어주고, 음악에 맞춰 함께 노래를 흥얼거리는 기준의 감미로운 목소리에 빠져들며 희주도 잠시나마 위안을 받는다.
 
격리 3일째, 희주는 격리기간 동안 코로나 확진을 당했다는 이유로 스튜디오에서 일방적으로 해고를 당한다. 사진작가는 확진을 희주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물론, 시간낭비 말고 다른 일이나 알아보라며 막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마침 심심했던 기준은 비상용 실내전화를 통하여 희주에게 이야기를 걸며 장난을 치지만, 잔뜩 상심해있던 희주는 '내가 그쪽 비서냐, 아무 때나 다 대답해야하나"고 쌀쌀맞게 받아친다.
 
당황한 기준은 미안해하며 사과하고, 희주는 자신의 상황을 공감해주는 기준에게 마음이 풀리며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한다. 희주는 "저는 일을 하다가 코로나에 걸린 거다. 촬영장소 섭외하려다가 결국 자기(사진작가) 때문에 걸린건데, 나도 피해자인데 왜 잘려야하냐며 울분을 토로하고, 기준은 "나쁜 놈이네"라고 맞장구를 치며 호응해준다. 문득 현타가 온 희주가 정신을 차리지만, 기준은 "빡칠때는 욕하면서 푸는 거다"라고 편을 들어주며 희주를 미소짓게 한다. 하지만 비상용으로 설치된 응급전화를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이유로 두 사람은 의료진에게 크게 혼이 난다.
 
기준과 희주는 다시 창문을 통하여 대화를 주고받으며 점점 가까워진다. 희주는 종이컵과 실로 연결된 전화기를 만들어 기준에게 전달하며 두 사람은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눈다.

기준은 사실 자신도 코로나 때문에 호주에서 근무하던 빵집이 문을 닫게되며 실직하여 어쩔 수 없이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는 사정을 들려준다. 빵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기준은 자신이 만드는 빵의 레시피를 희주에게 들려주고, 두 사람은 머릿속 상상으로나마 달달한 시식체험을 가진다.
 
기준에게 휴대폰이 도착하지만, 어느덧 희주에게 호감이 생긴 기준은 사실을 감추고 희주와 둘만의 종이컵 전화 대화를 이어간다. 가족이 없다고 했던 기준은 사실은 누나가 있다는 것을 뒤늦게 털어놓는다. 4년전 기준은 누나의 결혼을 반대하면서 갈등을 빚었고 결국 결혼식에도 불참하고 호주로 떠났다.

기준은 SNS로 누나의 근황을 확인했지만 차마 연락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희주는 "보고싶은 거죠? 그럼 만나봐요"라고 진심으로 조언을 전한다. 기준은 조카의 돌잔치에 참석해도 될지 망설이고 있음을 털어놓고 희주는 멋지게 차려입고 가라고 격려했다.
 
한편 희주는 엄마로부터 아빠의 환갑잔치가 한 주 앞당겨졌으니 내려오라는 연락을 받는다. 부모님이 걱정할까봐 코로나에 걸린 것을 차마 알리지 않았던 희주는, 언니의 사정에만 맞춰서 의논도 없이 일정을 변경하고 '바쁘면 오지말라' 무심하게 통보하는 엄마에게 서운함이 폭발하고 만다. 희주는 전화를 끊고 눈물을 흘린다. 

기준은 한동안 코로나 증상이 악화되며 희주와도 대화를 하지 못하고 힘든 시간을 보낸다. 걱정하던 희주와 오랜만에 종이컵 전화로 다시 연결된 기준은 몸상태를 애써 감추고 희주를 안심시킨다. 희주가 어릴때부터 언니에게 밀려 생일케이크 한번 못받아봤다는 설움을 털어놓자 기준은 "올해는 내가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한다.
 
언제부터인가 사진에 대한 열정을 잃었다고 고백하는 희주에게, 기준은 눈을 감고 서해 바다로 여행을 떠나는 상상을 제시하며 위로한다. 상상 속에서 바다위로 석양이 지는 풍경을 응시하던 희주는 "어때요, 찍고 싶죠?"라는 기준의 질문에, 들고있던 카메라를 천천히 내려놓더니 "그냥 볼래요, 사진을 찍는 순간 과거가 되어버리니까. 난 역시 기록보다는 기억을 하고 싶어요. 내가 보고 느낀 모든 것들을 내 안으로만 간직하고 싶어요"라는 속마음을 고백한다.
 
상상속에서 깨어난 희주는 "어쩌면 꿈이었다기보다는 도피였다. 평범해지기 싫어서, 특별해지고 싶어. 그런데 진짜 열심히했다. 누군가의 눈에는 열정도 재능도 없어보였겠지만 제가 죽도록 했던 순간은 분명히 있어요. 그걸로 됐어요. 이제 충분해요"고 고백한다. 듣고있는 기준은 "수고했어요. 열심히 치열하게 사느라"라고 진심어린 위로를 전한다.
 
시간이 흐르고 코로나가 완치된 희주는 먼저 격리센터를 나오게 된다. 기준은 이미 휴대폰이 도착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털어놓으며 그럼에도 종이컵 대화를 고집한 이유가 '아날로그 갬성' 때문이었다는 둘러댄다. 기준은 밖에서 희주를 만나고 싶다고 제안하지만, 희주는 망설이다가 거절한다.

희주는 "항상 거리를 두면서 살았는데, 명기준씨에게는 너무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여기까지만, 그게 좋을 것 같아요. 덕분에 처음 겪어보는 낯선 계절을 잘 버텼어요. 고마워요"면서 작별을 선언한다.
 
집으로 돌아온 희주는 엄마의 품에 안겨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기준 역시 며칠후 코로나가 완치되면서 가장 먼저 누나의 집으로 찾아온다. 기준은 누나에게 지난날에 미안했던 부분을 진심으로 사과하면서 남매는 화해하다. 그런데 기준은 누나와 이야기를 나누던중, 희주가 누나의 SNS에 올린 사진을 모아 앨범을 만들어서 돌잔치 때 자신 대신 선물해준 것을 알게 되고 크게 감동한다.
 
기준은 격리센터에서 희주와 나눈 대화들을 단서로 희주를 백방으로 찾아나서지만 끝내 그녀를 만나지 못해 크게 낙담한다. 기준은 편의점에서 알바중이던 희주와 우연히 마주치지만, 두사람은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다. 기준은 희주에게 선물하려고 공들여 만들었던 케이크를 편의점에 버리고 쓸쓸하게 떠난다. 희주는 케이크를 정리하려다가 자신의 이름과 생일축하 메시지를 발견하고 비로소 그 남자가 기준임을 깨닫는다.
 
기준은 뒤쫓아 달려나온 희주와 신호등 앞에서 다시 마주치고, 두 사람은 비로소 서로를 알아본다. "바로 알아볼 것 같다면서요. 나 생일도 지났는데.."라고 짐짓 투정을 부리는 희주에게 기준은 "그래도 축하해주고 싶어서. 많이 축하받아야하는 사람이니까"라고 화답한다.

이어 기준은 "어떻게 찾아왔냐고 묻지마요. 어디에 있든 찾았을 거니까. 격리되어서 말할 사람이 희주씨 밖에 없어서 특별했던 게 아니라, 그냥 내 인생에 희주씨가 특별해졌다. 많이 보고 싶었다"며 마음을 고백한다.
 
마스크를 쓴채로 희주가 기준에게 입맞춤을 한다. 이어 두 사람은 세정제로 손을 깨끗하게 소독하고 처음으로 손을 잡는 귀여운 장면을 연출했다. 카페로 들어간 기준과 희주는 처음으로 마스크를 벗고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며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연인이 된 두 사람은 인연의 시작이 된 격리치료센터를 찾아온다. 고생하면 자신들을 치료해준 의료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극과 극의 성격을 가진 두 남녀가 코로나 펜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인연을 맺고 벽 하나를 두고 서로의 얼굴을 모른채 비대면 상황에서 오로지 대화와 소통만으로 순수한 사랑을 키워간는 이야기,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전하는 위로의 메시지는, 같은 시대적 경험을 공유한 시청자들에게도 훈훈한 공감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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