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차분하게 중계하던 안정환 해설위원도 중계가 끝난 후에는 흥분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MBC스포츠탐험대 유튜브 화면 캡처
김성주-안정환-서형욱 콤비로 중계진을 꾸린 MBC 못지 않게 SBS는 배성재-박지성-이승우, KBS는 이광용-구자철-한준희로 중계진을 구성하면서 지상파 3사의 치열한 시청률 전쟁이 시작됐다. 하지만 우루과이전까지 MBC(18.2%)와 SBS(15.8%)의 2파전이었던 시청률 경쟁은 대회를 거듭할수록 타사와의 차이를 점점 크게 벌린 MBC의 승리로 끝이 났다. 그리고 그 주역은 단연 8년 만에 월드컵에서 재회한 김성주와 안정환 콤비였다.
안정환 해설위원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부터 햇수로 9년째 MBC에서 해설을 맡고 있는 장수(?) 해설위원답게 친근한 표현과 정확한 분석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지난 11월 24일 우루과이전에서는 황의조가 결정적인 슛을 놓치자 "아, 이런걸 놓치는 선수가 아닌데"라며 안타까워 하다가도 "발목이 들렸어요"라고 기술적인 분석을 이어갔다. 후반 김진수가 패널티 박스 안에서 넘어졌을 때도 "이건 솔직히 좀 애매합니다"라는 냉정한 분석을 내렸다.
안정환 해설위원은 11월 28일 가나전에서 첫 실점 과정에서 핸드볼 의심 장면이 나오자 "고의성여부를 판단할 거 같은데 간절히 기도하는 수밖에 없어요"라며 성급한 판단을 자제했다. 물론 황인범이 입술 안쪽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을 때는 "대신 피 흘리고 싶네요. 대신 아프고 싶어요"라며 후배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안정환 위원은 한국의 2-3패배로 경기가 끝난 후에도 "우리에겐 아직 포르투갈전이 있어요"라며 기적을 예견(?)하기도 했다.
안정환 위원은 3일 포르투갈전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선발출전하자 "호날두가 있는 게 우리에게 나을 수도 있어요"라고 했고 동점골 상황에서 호날두가 등으로 어시스트(?)한 것을 '매의 눈'으로 포착했다. 후반 막바지가 되자 "우리에겐 황희찬고 있고 손흥민도 있어요. 역습 하나만 걸리면 됩니다"며 역전골을 예측했고 한국의 16강 진출이 확정된 후에는 "9%의 확률을 노력과 희생으로 100%로 만들었어요"라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1-4로 패했던 6일 브라질과의 16강 경기에서는 휴식시간이 짧았던 선수들의 체력을 걱정하면서도 "인생의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하고 뛰어줬으면 합니다"라고 선수들의 분발을 요구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후에는 "우리는 목표를 이뤘어요. 주저 앉을 필요가 없어요"라고 칭찬한 후 "이제 국민들은 다음 월드컵에서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할 겁니다. 따라서 선수들도 거기에 맞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라며 후배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안정환 "후배들이 잘하는 걸 볼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안정환 해설위원이 전방에서 마음껏 하고 싶은 멘트를 쏟아낼 수 있었던 비결은 역시 경기상황을 시청자들에게 적절하게 전달해 준 김성주 캐스터였다.
사실 김성주 캐스터는 최근 많은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축구 캐스터보다 예능인의 이미지가 더 강해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김성주 캐스터는 총 4번의 월드컵 중계를 포함해 90년대 후반 한국스포츠TV(현 SBS스포츠)를 통해 방송커리어를 시작했던 베테랑 스포츠 캐스터다.
안정환 해설위원은 이번 카타르월드컵을 끝으로 모든 프로팀과 국가대표팀을 지도할 수 있는 P급 지도자 연수 준비를 위해 마이크를 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정환 위원은 한국의 16강이 확정된 후 자신의 마지막 해설임을 언급하며 "이렇게 후배들이 잘하는 걸 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합니다"라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아직은 섣부른 예측이지만 어쩌면 4년 또는 8년 후 대한민국 대표팀을 이끄는 '안정환 감독'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통산 3번째 16강, 그리고 역대 2번째 원정 16강을 이룬 '벤투호'는 지난 7일 귀국했다. 지난 4년 간의 긴 여정을 모두 마친 셈이다. 하지만 2022 카타르월드컵은 오는 10일부터 8강전을 시작한다. 특히 이번 월드컵에서는 E조1위 일본을 제외한 각 조 1위 팀들이 모두 8강에 진출했기 때문에 더욱 치열하고 흥미로운 토너먼트가 진행될 전망이다. 한국의 월드컵은 모두 끝났지만 축구팬들의 '잠 못 이루는 새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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