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12월 2일자 <중앙일보> '애도로 포장한 정치' 기사 캡처

12월 1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안혜리 논설위원의 '애도로 포장한 정치' ⓒ 중앙일보PDF

 
정치적이란 건 과연 무엇일까.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이라는 단어 뜻 일부를 떠올려 보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1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안혜리 논설위원의 '애도로 포장한 정치'라는 제목의 칼럼을 봤다. 그가 과거에 쓴 칼럼은 주로 지난 정부의 방역 체계를 비판하거나 글로벌 기업 총수 혹은 정치권을 겨냥하고 있다. 대부분의 글이 다분히 정치적 글이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응원한다. 안 논설위원 글들은 우리 삶과 정치는 떼려야 뗄 수 없다는 걸 방증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미끼를 대통령이 확 물어버렸다' (인터넷판 2022년 9월 29일자) 라는 제목의 칼럼이 영화 <
곡성> 내용 일부로 시작하는 걸 보니 영화에도 꽤 강한 애정이 있어 보인다. 영화 담당 기자로 10년을 넘겨 일하다보니 한편으론 괜히 내적 친밀감이 생기기도 할 정도다. 
 
하지만 '애도로 포장한 정치' 칼럼 내용은 좀 이상하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중앙일보'가 '중앙일보' 했다고나할까. 안 논설위원은 지난 11월 25일 배우 문소리가 청룡영화상 시상자로 무대에 올라 이태원 참사로 희생당한 자신의 의상 스태프 이름을 언급하며,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말한 걸 문제 삼고 있다. (관련기사 : 이태원참사 희생자 호명한 문소리, 돌발 발언이 아닌 이유 http://omn.kr/21rqi) 
 
일단 해당 글의 '본인이 상을 받은 주인공도 아니고 시상자로 나와 이런 발언을 하는 게 뜬금없긴 하지만'이란 구절과 '솔직히 슬프지 않지만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면 진짜 슬퍼해 주겠다는 시혜적 태도인가'라는 부분을 보자.

전자를 보면 시상식의 주인공은 수상자이니 시상자가 발언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듯한 내용을 담고 있다. 문소리의 애도를 일종의 목적성이 분명한 반쪽짜리이며, 진정성도 의심된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사실 이런 시상식에서 시상자가 무대에서 '정치적' 발언을 한 사례는 적지 않다. 2017년 아카데미 시상식 시상자로 나온 배우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은 "이주 노동자이자 멕시코인으로서, 또 인간으로서 나는 모든 장벽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멕시코 출신으로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정책을 작심 비판한 것이다.

2016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주제가상 시상자였던 배우 케빈 하트가 "오늘은 시상식 앞줄에 앉아 제 얼굴을 자주 보여 드릴 수 있다. 다양성에 대한 부정적인 사안에 너무 사로잡히지 말고 오늘을 축하하자"고 말해 유색인종 배제 비판을 받던 아카데미를 향해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처럼 국제적 명성을 자랑하는 아카데미는 수상자뿐 아니라 시상자, 심지어 사회자도 다분히 정치적 발언을 시원하게 뽑아내는 무대였다. 오히려 트럼프 당선 이후 진행된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정치적 발언이 너무 없었다며 미국 현지 언론이 비판하는 칼럼을 낼 정도다. 
 
연예계 약자에 대한 관심, 환영한다... 다만 
 
 지난 25일 제43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시상을 위해 배우 문소리가 무대에 올랐다.

지난 11월 25일 제43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시상을 위해 배우 문소리가 무대에 올랐다. ⓒ 청룡영화제

 
문소리에 대해 '시혜적 태도'라고 지적한 부분을 보자. 그리고 그가 정치적 발언만 하고 정작 스태프 인권 문제엔 무관심한 것처럼 표현한 부분도 함께 보자.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관능의 법칙> 등 문소리와 6편의 영화를 함께한 제작사 명필름 심재명 대표는 "성평등센터 든든 개소식 때도 한걸음에 달려와 간담회 패널로 참석해준 배우다. 정의로운 오지랖이 있는 분"이라 평한 적이 있다. 든든 센터는 영화계 내 성평등 문제를 직시하고 환경 개선을 위해 출범한 조직으로 각종 상담과 성폭력 예방 교육 등으로 영화 스태프들 처우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문소리는 영화산업의 독과점 구조를 해결하고, 독립예술영화 지원을 제도화하자는 이른바 '포스트 봉준호법' 지지 서명에도 함께 했다. 대규모 상업영화,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 중심의 산업구조를 개선하자는 취지의 법을 위해 그는 배우 안성기, 정우성 등과 함께 성명서에 이름을 함께 올렸다. 이런 배우에게 '조건부 애도'라느니 '시혜적 태도'라느니 하는 건 평소 그의 행적을 너무 몰라서 하는 표현이라 치부해도, 너무 과한 비난 아닐까.

마지막으로 안 논설위원이 희생당한 스태프를 언급한 부분을 보자. 해당 인터넷판 글엔 '스타일리스트를 보조하는 어시스턴트는 연예계의 대표적 약자'라며 '열악한 노동환경'이 있었을 것이고, '격무에 연장근로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도 허다하다. 문소리가 이를 모를리 없다(이 표현은 인터넷판에만 남아 있다)'고 표현돼 있다.
 
우선 열악한 연예계 종사자들의 근무 환경을 걱정하는 안 논설위원의 시선에 박수를 보낸다. 분명 존재하는 일이고, 여전히 해결돼야 할 과제니까. 다만, 사실관계는 조금더 정확하게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다분히 문소리가 그런 열악한 환경을 알면서도 그것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뉘앙스가 그 글에 담겨 있으니 말이다.
 
소속사에 확인해봤다. 스타일리스트로 통칭되는 의상 스태프는 프리랜서인 경우가 많다. 해당 스타일리스트는 안 논설위원 표현처럼 어시스턴트는 아니었다. 현장에서 의상 전반을 책임질 정도의 경력이 있는 스태프였다.

소속사 측은 "마치 그분을 스타일리스트 보조 어시스턴트처럼 칼럼에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그 분은 책임을 맡을 정도의 위치에 있었다. 문소리 배우는 함께 일하던 분이 그런 일을 당해서 너무 슬퍼했고, 소식을 듣자마자 모든 일정을 다 빼고 장례식에 갔다"고 말했다. 

안 논설위원에게 묻고 싶다. 문소리의 발언이 정치적이냐 아니냐를 따지기 전에 참사 이후 벌어지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보면 아무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고, 책임을 지지 않은 건 맞지 않냐고. 사회적 참사, 사건사고가 있을 때마다 장관이든 국무총리든 대통령이든 공개적으로 입장을 내고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고 혹은 책임을 지고 사퇴해온 과거와 달리 이 정부는 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았냐고. 국정조사를 겨우 합의해 놓고도 '이상민 장관 사퇴'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지 않느냐고 말이다. 
 
영화계 선배로서, 그리고 함께 일한 동료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한 게 그리 잘못된 것일까. 2021년 6월 대권 도전에서부터 대통령 취임사까지 기회 있을 때마다 '자유'를 수십 번씩 외치며 이를 강조했던 대통령이 있는데, 시상식에서 한 배우가 진상규명을 말할 '자유'는 있는 게 아닐까.

안 논설위원의 '자유롭지 않은' 경직된 시각이 유감스럽다. 글 제목인 '애도로 포장한 정치'를 그대로 돌려주고 싶다. 그야말로 한 배우의 애도를 정치로 포장해 공격하는 게 아니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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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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