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그 남자, 좋은 간호사>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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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도 놓치지 않는다. 그는 근무 중 과호흡 때문에 괴로워하는 에이미를 발견한다. 그에게 자신의 병과 일을 그만둘 수 없는 사정을 설명하는 에이미. 그러자 찰스는 자신이 도와줄 테니 걱정할 것 없고, 넉 달만 버티자며 에이미를 독려한다. 자신이 옆에 있으니 혹시 쓰러지거나 병원에서 그녀의 병력을 눈치챌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안심시킨다. 아무도 모르게 필요한 약을 가져다주며 그녀를 도와준다.
심지어 찰스 컬린은 병원 밖에서도 좋은 남자다. 그의 따뜻함 덕분에 에이미의 일상은 자연스럽게 찰스를 받아들인다. 일 때문에 집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지 못해 딸과 불화가 생긴 에이미는 찰스 덕분에 딸과의 관계를 조금씩 회복한다. 첫째 딸의 연극 대본 암기를 도와주고, 집안일도 함께 하고, 휴무인 시간을 함께 보낸다. 에이미가 응급 상황에 대비해 큰딸에게 병과 증상을 털어놓을 때도 옆에서 대화의 물꼬를 튼다. 충격이 덜할 수 있도록. 그렇게 에이미는 찰스에게 점점 더 의지한다.
하지만 에이미가 아는 찰스와 시청자가 아는 찰스는 영화 오프닝 시점부터 다르다. 그 덕분에 <그 남자, 좋은 간호사>는 긴 호흡으로 서스펜스를 유지할 수 있다. 에이미가 등장하기도 전에 영화는 중환자실에 있는 찰스를 보여준다. 환자가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자 찰스는 곧바로 CPR을 실시한다. 코드블루를 들은 다른 의료진이 하나둘 모이자 그는 자리를 교대하고 한쪽 구석으로 빠진다. 다른 이들이 정신없이 움직이는 가운데 그는 숨을 돌리며 조용히 죽어가는 환자를 주시한다. 마치 환자가 확실히 죽는 건지 관찰하는 것처럼. 카메라도 그의 시선을 차분히 담아낸다.
그 결과 실제 인물 찰스 컬린이 살인범이었던 걸 몰랐다 하더라도 이 순간부터 앞으로 2시간 동안 찰스의 모든 행동은 묘하게 의뭉스럽고, 서늘하고, 거리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에이미에게 친절하고 아이들에게 다정해도 무용지물이다. 환자들과 교감하며 즐겁게 병원에 다녀도, 이혼한 전처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와 어려움을 토로한다고 해도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 시청자는 따스함과 불쌍함으로 가득한 가면 뒤에 숨어 있을 찰스의 본모습을 찾아 그의 표정, 제스처, 목소리 하나하나를 관찰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꺼질 줄 모르던 의심의 불씨는 에이미가 찰스의 살인 수법을 발견한 순간 마침내 활활 타오른다. 찰스가 체포되고 범죄를 시인하는 순간까지 에이미와 한마음 한뜻이 되어 마음 졸이는 시간이 이어진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의 범행 동기와 정당화 기제가 전혀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불은 꺼지지도 않는다. 그 결과 <그 남자, 좋은 간호사>에게는 모범적인 스릴러라는 평이 아깝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