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벌거벗은 세계사>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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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근현대사를 거치며 두 차례의 거대한 패전을 겪었다. 하나는 2차 세계대전이고 또 하나는 버블경제로 인한 장기불황을 의미하는 '잃어버린 20년'이다. 강대국으로의 도약을 꿈꿨던 일본은 국제무대에서 군사와 경제 전쟁에 걸친 두 번의 크나큰 패배로 지금까지도 많은 사회적으로 후유증을 겪고 있다. 이웃나라이자 역사-문화적으로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으로서도 일본의 실패를 통하여 교훈을 얻어야 할 대목이다.
9월 6일 방송된 tvN <벌거벗은 세계사>에서는 '잃어버린 20년! 일본을 붕괴시킨 버블경제'라는 주제로 일본의 전례 없는 초호황기 뒤에 찾아온 경제적 암흑기에 대해 조명했다. 대표적인 일본통이자 경제전문가로 꼽히는 박상준 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가 강연을 맡았다.
일본은 현재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꼽힌다. 이러한 일본이 무너질 뻔했던 위기의 시기가 있었다. 바로 '버블경제' 시대다. 그런데 일본인들에게는 가장 뼈아픈 기억인 동시에 가장 돌아가고 싶은 시기로 꼽히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1980년대 후반은 일본 역사상 최대의 경제적 호황기로 꼽힌다. 당시 일본의 1인당 GDP는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을 능가할 정도였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이른바 버블경제의 붕괴로 인하여 일본 경제가 침체기로 접어들고 기업들이 줄도산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일본의 혹독한 경제 침체기를 의미하는 용어가 바로 '잃어버린 20년'이다.
일본에게 새로운 기회가 된 '냉전 시대'
2차대전에서 패망하며 암울했던 일본에게 '냉전 시대'의 시작은 새로운 기회가 됐다. 일본을 점령했던 미국은 아시아 지역에 공산주의가 확대되지 못하도록 일본을 자유주의 체제의 일원으로 만들기 위하여 대일정책의 기조를 바꿨다. 일본의 재건을 막는다는 방침에서 오히려 일본 경제의 부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방침으로 선회한 것.
1950년 한국전쟁이 일본의 산업과 경제를 살렸다면, 1951년 샌프란시스코 조약은 일본이 국제사회에 다시 복귀시킬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일본은 미국의 후원을 바탕으로 국가 안보에 쏟을 돈을 줄이고 경제 발전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또한 일본의 반도체 산업이 발전하기 시작하며 높은 기술력 향상과 수출이익을 만들어냈다.
일본은 1964년 세계 최초로 시속 200km의 초고속열차 신칸센 개통, 아시아 최초의 올림픽 개최 등으로 신흥 경제강국 일본의 부활을 전세계에 알렸다. 1965년 일본의 수출액은 불과 5년 전에 비하여 2배 이상 늘었다. 1968년에 이르면 일본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기에 이른다.
일본의 급격한 성장과 부활은, 이른바 '안보와 경제를 맞바꿨다'던 미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미묘한 변화를 불러온다.1970년대 미국에서 그려진 만평에는 미국의 국기인 성조기에 '메이드 인 재팬(Made in Japan)'이라는 라벨이 붙여진 그림을 통하여 일본 제품이 미국 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을 풍자하고 있다.
20세기 이후 약 70여 년간 세계의 경제패권을 유지했던 미국은 일본의 위협적인 기술력과 전자제품들을 보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일본은 미국에서 도입한 반도체 기술을 활용하여 세계 최초로 휴대용 TV와 워크맨(카세트테이프 리코더 겸 플레이어)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에는 연비가 우수한 소형차를 대거 생산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모으기도 했다.
일본은 1980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자동차 생산국으로 등극하기도 했다.
소니, 도요타 등 당시의 일본 유명 거대 기업들은 트렌드를 선도하며 미국을 비롯한 세계시장을 장악했다. 미국인들에게 일본제품이 없는 집이 없다고 할 만큼 메이드 인 재팬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일본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미국 사회의 적대감은 커져갔다. 1986년 로널드 레이건 미국 행정부는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경제 선진국들이 모여서 제정한 '플라자 합의', 2년 뒤에는 프랑스에서 다시 '루브르 합의'를 통하여 일본에 무역불균형 시정과 금리인하를 요구하며 이를 관철시켰다.
일본은 보복관세와 미일안전보장조약 카드를 가지고 있던 미국의 압박으로 인하여 자신들에게 불리한 합의들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이로 인하여 무역적자가 서서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일본도 이미 미국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중이던 입지에는 당장 큰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금리 인하의 효과로 덩달아 유례없는 경제호황을 누리며 상호 윈윈이 되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