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강원도 철원에서 열린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한국 페스티벌 마니아들 사이에서 '최고의 페스티벌'로 소문난 곳이 있다. 2018년과 2019년, 강원도 철원 고석정에서 열렸던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이다. 사실 철원은 뮤직 페스티벌이 열릴 장소로 떠오를만한 곳은 아니다. 추운 날씨, 궁예가 세운 나라의 수도, 혹은 휴전선에 인접한 전방 군부대가 먼저 떠오른다.
DMZ 피스트레인은 이 독특한 지형적 조건을 기반으로 탄생했다. 세계 최대의 음악 페스티벌인 영국 글래스톤베리의 메인 프로그래머 마틴 엘본은 이 지역에 큰 영감을 받았다. 분단의 상흔이 남아 있는 철원은 오히려 평화를 노래하기 좋은 곳이었다. DMZ 피스트레인의 모토는 "음악을 통해 정치, 경제, 이념을 초월하고 자유와 평화를 경험하자"다. 'Peace Train'이라는 이름은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캣 스티븐스(Cat Stevens)의 곡 제목으로부터 따온 것이다. 2018년, 한반도 평화의 분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이 페스티벌에는 더욱 힘이 실렸다.
이 페스티벌이 특별한 이유
타 뮤직 페스티벌들이 화려한 라인업과 인기 가수, 대기업의 스폰을 내세운다면, 이곳은 '노 헤드라이너' 정책을 고수한다. 모든 아티스트가 일정 수준의 공연 시간을 보장받고, 대중적인 인지도가 낮은 뮤지션이 저녁에 출연하기도 한다. 관객에 대한 규제 정책도 크게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이 페스티벌은 다른 페스티벌에서 만나기 힘든 아티스트들을 섭외한다. 2018년에는 '펑크 록의 창시자' 섹스 피스톨즈의 원년 멤버인 글렌 매틀록이 크라잉넛, 차차(차승우)와 함께 합동 무대를 펼쳤다.
2019년에는 60년대 록의 전설인 벨벳 언더그라운드(Velvet Underground)의 원년 멤버인 존 케일이 내한했다. 존 케일은 새소년의 황소윤, 포크 뮤지션 정밀아 등 국내 뮤지션들과 함께 세대를 뛰어넘은 콜라보를 펼치기도 했다. 민중가요의 전설인 정태춘, 박은옥 부부가 무대 위에 올랐고 중국의 록 거장 최건, 덴마크의 아이스에이지(Iceage)와 대만의 엘리펀트 짐(Elephant Gym) 등 대륙과 세대, 장르를 넘나드는 뮤지션들이 출연했다. 세계 다양한 음악에 조예가 깊은 주최 측의 혜안이 빛난 라인업이다. 이승환, 혁오, 잔나비 등 대중적 친숙도가 높은 국내 뮤지션들 역시 출연했지만, 다른 어떤 페스티벌에서도 만날 수 없는 라인업 조합이다.
DMZ 피스 트레인은 지역 상생을 추구하는 축제이기도 하다. 사전 예약금 제도를 받고, 철원군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지역 상품권을 나눠 주었다. 이 상품권으로 이 상품권으로 지역 주민들이 페스티벌 행사장에서 파는 전병과 막걸리를, 그리고 인근 식당에서 매운탕과 두부전골 등 향토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뮤직 페스티벌을 찾는 관객들은 2030 세대에 집중된다. 그러나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노인과 어린이, 철원 인근 군인이 하우스 음악에 맞춰 춤추는 모습을 보면, '축제의 본 기능'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뮤직 페스티벌은 결코 특정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상쾌한 깨달음이다. 그뿐인가. 공연이 열리는 부지 바로 뒤에서는 고석정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할 수 있고, 공연장 옆에는 오래된 놀이동산 '고석정 랜드'가 정겨운 분위기를 만든다.
3분의1로 삭감된 예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