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MBC
여름방학 시즌이 돌아왔다. 말 그대로 재충전이 시간이다. '유느님' 유재석도 여름방학을 보내게 됐다. 공교롭게도 그가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이 비슷한 시기에 휴식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먼저 3개월 동안 휴지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MBC <놀면 뭐하니?>도 재정비에 돌입했다. 3주년을 맞은 <놀면 뭐하니?>는 6일 방송을 끝으로 3주간 휴방을 결정했다.
당분간 시청자들이 '유느님'을 만날 수 있는 채널은 SBS <런닝맨>만 남았다. 일각에서는 (이때다 싶어) '유재석의 위기'를 언급하기도 한다. 조금 섣부른 판단이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놀면 뭐하니?>로 이어지는 휴식기는 유재석의 위기라기보다 각각의 프로그램들의 위기였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같은 말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엄연히 다른 이야기다.
최근 들어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윤석열 대통령(당시 당선자) 출연 등으로 정치적 논란에 휩싸였고, 이후 명쾌하지 않은 해명과 대처로 후폭풍에 시달렸다. 대통령 선거 이후 사회적 갈등이 증폭된 상황에서 무려 '절반'의 미움을 받아야 했다. 무엇보다 프로그램의 정체성과 방향을 상실했다는 점에서 골수팬들의 신뢰를 잃은 게 큰 타격이었다.
또 2018년 첫 방송 이후 2번의 재정비 시간을 가졌던 것과 달리 2020년 3월부터 쉼없이 달려오면서 제작진의 번아웃이 가속화됐다. 결정적으로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론칭하고 연출했던 김민석·박근형 PD가 JTBC로 이적하면서 재정비가 불가피했다. tvN 예능 제작 시스템상 휴식기를 갖는 건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현재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문제적 상황에 봉착한 것은 사실이다.
<놀면 뭐하니?>의 사정은 좀더 심각하다. 아무래도 '코어' 역할을 했던 김태호 PD의 빈 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박창훈 PD 체제로 빠르게 재편해 뒷수습에 나섰지만,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았다. 갑자기 프로그램을 맡게 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7개월 동안 박창훈 PD만의 색깔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전임 김태호 PD가 깔아놓았던 아이템을 우려먹는다는 비판은 뼈 아팠다.
5인 체제로의 변화도 신통치 않았다. 하하와 정준하를 통해 <무한도전>의 향수를 자극하려 했지만, 최근 방송 트렌드에 따라가지 못하는 올드한 모습을 보여줬다. 미주와 신봉선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겉돌았다. WSG 워너비' 프로젝트는 4개월 가까이 방영되며 시청자들에게 피로감을 줬다. 여러 프로젝트를 병행했던 김태호 PD 체제와는 달리 역량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