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정체성의 파괴와 자기 복제
시리즈로 이어짐에도 명작 반열에 오른 영화들은 전작의 유산을 물려받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예를 든다면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꼭 그렇다. 7편이나 제작된 이 시리즈의 모토는 역시 '불가능한 임무를 가능케 하는' 것이며, 관료주의나 정세에 얽매이지 않는 독자적 행동 주체 'IMF'의 위기와 재건이 반복된다. 나아가 이 작품의 주인공 '에단 헌트'는 미션 임파서블을 수행하는 창 그 자체로 이 작품의 얼굴이며 톰 크루즈라는 한 배우의 대명사가 되었다. 어떤 사건이나 위기, 동료들까지 매 속편마다 바뀌고 방법도 기상천외해지지만 시리즈를 이어나가는 굵직한 토대는 변함없이 이어진다.
그런데 <범죄 도시 2>는 배경을 갑자기 국내에서 해외로 돌리면서 전편이 갖고 있던 큰 특징 하나를 놓쳤다. <범죄 도시>에서 극 중 마석도 형사팀의 수사력을 뒷받침하는 건 마석도의 위력만큼이나 국내 범죄 정세에 정통한 형사들의 대응 능력이었다. 범죄 조직이라고 해서 무작정 일망타진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히 이용할 줄 아는, 이이제이의 계략을 적극 사용하던 마석도는 액션 신에서 보여주는 무력과 또 다른 모습으로 배우를 내세워 범죄자를 속이기도 하는 등 유연성을 보이며 캐릭터의 매력을 더했다.
하지만 베트남으로 넘어간 마석도 일행은 단순한 취조와 추적만을 반복하다가 끝내 도망치듯 무대를 국내로 옮겨버린다. 베트남 사정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아무리 장첸을 잡은 강력반 형사라도 할 수 있는 능력의 범위는 정해져 있다. 군더더기 같은 베트남 경찰과의 충돌 역시 공조 수사의 허점을 드러내려는 것이라 할지라도 극에 긴장감이나 활력을 불어넣지는 못했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2020)와 같이, 여장남자였던 유이(박정민)처럼 현지 사정에 능통하면서도 사건에 적극 개입할 수밖에 없는 조력 캐릭터가 추가되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애초에 <범죄 도시>의 강력반을 정의하던 '유연한 강인함'은 '유연한 대처'를 상실되면서 이미 그 힘을 잃는다. 마치 <킹스맨 2>에서 느닷없이 본부를 파괴해 무기력해진 '젠틀맨 스파이'들을 미국으로 옮겨 생뚱맞은 스테이츠맨들에게 의존하게 만들었듯이 말이다.
한 번 토대가 무너진 다리는 무엇을 덧대려고 해도 잘 이어지지 않는다. 그러니 이미 잘 지어진 건실한 기둥 위에서 무리한 확장공사를 하기 마련이다. <킹스맨 2>가 잘 항해하던 바다에서 나와 점점 산으로 가면서 전작인 <킹스맨>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심지어 죽은 사람까지 살려내며 과거의 영광에 매몰됐듯이 말이다. <범죄 도시 2> 역시 극의 런타임이 지나갈수록 과거의 영광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뱅크 신처럼 어디서 본듯한 장면이 반복된다. 그 절정에 달한 부분이 강해상(손석구)을 만난 장이수(박지환)가 장첸의 이름을 소환하는 장면이다. 그때쯤에 이르면 마치 영화가 비명을 지르는 듯하다.
'더 이상 끌고 나갈 방법이 없으니 도와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