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그대가 조국>을 연출한 이승준 감독.
엣나인필름
지난 3년간 대한민국 정치 현장에서 이토록 뜨거웠던 이름은 없었을 것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이후 67일의 임기, 그리고 퇴임과 동시에 진행된 아내 정경심 교수의 표창장 위조 재판 동안 이른바 양극단의 진영이 그의 이름을 서로 다른 목적으로 목놓아 언급했다.
문재인 정부는 조국과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라는 양 날개를 통해 대선 당시 핵심 공약 중 하나였던 검찰 개혁에 앞장 서려 했지만, 한쪽 날개였던 윤 총장이 조국 일가 수사 선봉장으로 나서면서 묘한 그림이 연출됐다. 결국 윤 총장은 정치신인으로 급부상하자마자 20대 대통령에 당선, 지난 11일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여전히 조국이라는 이름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분명한 건 그의 등장과 퇴임 과정에서 자녀의 이름까지 온 국민이 알게 된 건 그리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검찰과 사법부, 언론이 이른바 조국 사태의 주요 책임자라는 사실 또한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조국 사태를 겪은 사람들의 마음 들여다보고 싶어"
오는 25일 개봉하는 이승준 감독의 다큐멘터리 <그대가 조국>은 그래서 충분히 논쟁적이다. 제목만 놓고 결국 그를 옹호하는 것 아니냐며 일갈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렇다고 보기엔 영화에 흐르는 분위기는 냉정하고 차분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인 12일 이승준 감독을 모처에서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3월 말인가에 (조 전 장관에게) 가 편집본을 보여드렸다. 저 옆에 앉으셨는데 중간에 몇 번을 나갔다 오시더라. 다리를 계속 꼬거나 움직이길래 영화가 별로인가 속으로 걱정했지. 끝났을 때도 잘 봤다는 말만 남기고 바로 돌아가셨다. 나중에 건너 들으니 너무 힘들었다고 하더라. 당시에 대한 기억이, 마음이 떠올라서.
전주국제영화제 출품 전 영화를 미리 본 조 전 장관 반응이 어땠냐고 물으니 돌아온 답변이다. 애초에 이승준 감독 또한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고 한다. 일각에선 대체 왜 어울리지도 않게 조국에 대한 영화를 찍냐며 비판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장애인 부부의 애틋한 사랑을 다룬 <달팽이의 별>, 세월호 참사를 바라본 <부재의 기억>, 북한 귀환을 원하는 탈북민의 이야기를 다룬 <그림자 꽃>을 다룬 이 감독의 작품 세계와는 좀처럼 어울리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의 증명보다는 조국 사태와 관련된 인물들이 겪은 일에 대한 마음의 무게, 고통이 핵심이었다"라며 그가 말을 이었다.
연출 제안을 받았을 땐 '글쎄요'라는 입장이었다. 제작자 추천으로 <조국의 시간>이란 책을 봤고 충격을 좀 받았다. 조 전 장관을 포함해 여러 사람들의 마음이 느껴지더라. 이전 작품에서 다뤘던 결과 전혀 다르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조 장관의 억울함을 강조하지 말자는 거였고, 결국 자연스럽게 이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됐다.
조 전 장관이 주인공으로 의미 있었지만 제게 중요했던 건 그의 일에 관련된 사람들이었다. (표창장 위조 건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거나 재판을 방청한 사람들, 증인들 목소리가 중요했다. 그들의 목소리가 잘 담기면 조국이라는 사람에게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담을 수 있겠다 생각했지. (정경심의 동료 교수) 장경욱씨, (조권씨의 지인) 박준호씨를 인터뷰하면서 제 예상이 맞았다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