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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의 지방 도시 진양군을 배경으로 한 <괴이>는 악귀가 씌인 불상의 눈을 보게 된 사람들 눈앞에 마음 속의 지옥이 펼쳐지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신현빈은 "마음의 지옥을 보게 된다는 설정이 흥미로운 동시에 엄청 잔인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대본을 읽으면서 그는 이 지점에 가장 매료됐단다.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지난 4월 26일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괴이>는 공개 첫 주부터 유료가입기여도와 시청 UV(순 방문자수) 역대 최고를 기록하며 시청자들까지 매료시켰다. 극 중에서 신현빈은 불의의 사고로 아이를 잃은 엄마이자, 유능한 문양 해독가 이수진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2일 오후 온라인 화상 인터뷰로 신현빈을 만났다. 

"겪어본 순간 중 가장 괴로운 순간이 극대화 되어서 끊임없이 반복된다는 건 사람에게 가장 잔인한 일이 아닐까 싶다. 대본을 읽으면서 내게는 그런 순간이 언제일지 생각해보게 되더라. 작품의 설정으로는 재밌는데 실제로는 너무 끔찍한 일 아닌가. 장건재 감독님이 연출하신다는 것도 좋았다. 인간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표현하는 분이기 때문에, 극단적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표현하실까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이야기 속에 들어가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선택했다."

<괴이>에서 수진은 택배 트럭과의 사고로 딸을 잃은 뒤 무기력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인물이다. 사고 이후 남편 기훈(구교환 분)과도 결별했지만 여전히 과거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마트에 가도 아동용 코너를 맴돈다. 그런 한편 불상을 본 이후로 택배기사의 환각 때문에 사람에게 달려드는 설정 등은 판타지에 가깝다. 신현빈은 "극적인 상황에서도 수진을 현실적으로 보이게 연기하려고 신경썼다"고 말했다.

"고고학 연구자이고 아이를 잃은 엄마고 남편과 별거하고 있고. 이런 상황들은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다. 반면 귀불을 통해 마음의 지옥을 보고 사고 상황이 계속 눈앞에 펼쳐지고 괴로워 하는 일은 판타지 요소였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이 사람이 이런 일을 실제로 겪은 사람처럼 보일까, 보는 분들에게 어떻게 이 사람을 설득시킬까 하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다. 책상에 오래 앉아있었고 오래 공부한 사람의 자세, 몸이 많이 굽어있고 아이를 잃고 나서 자기 자신도 잃어버린 것 같은 태도, 무기력하고 타인에게 관심없는 사람처럼 보이는 그런 모습을 연기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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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을 맡은 연상호 작가는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괴이>를 통해 멜로 드라마를 썼다"고 강조한 바 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오컬트 스릴러에 무게추가 기울어 있었지만, 언뜻언뜻 스치듯 지나가는 수진과 기훈의 로맨스 장면에 열광하는 드라마 팬들도 적지 않았다. 신현빈은 기훈과 수진의 관계에 대해 '오래된 관계가 주는 편안함'이라고 표현했다. 

"두 사람이 마냥 좋기만 한 상황은 아니다. 괴로운 상황이고 떨어져 있었던 시간이 꽤 길었다. 그럼에도 오래된 관계가 주는 편안함, 자연스러움이 있는 관계다. 회상 장면이 있긴 하지만 극 중에서 두 사람이 만나는 건 후반부에야 나온다. 둘이 만난 장면이 어색하게 느껴지면 안 될 것 같았다. 아직 애정이 남아있는데 차마 만날 수 없었던 상황에서 끔찍한 사건이 만나게 해준거라고 생각한다.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이 중요해서, 저희도 촬영하면서 기다렸고 얘기를 많이 나누면서 찍었다. 두 사람이 익숙하고 오래된 관계이고, 서로 애정을 갖고 있는 게 자연스럽게 느껴지길 바랐다."

드라마에서는 서로 죽고 죽이는 지옥이 계속해서 펼쳐지지만 막상 촬영현장은 '개그 팀'이라는 농담이 횡행할 만큼 즐거운 분위기였다고. 신현빈은 <괴이>가 공개되고 홍보 일정을 소화하면서, 구교환과 현재 '개그 듀오'로 활동하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구)교환 선배가 제일 먼저 '개그 듀오'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만큼 굉장히 즐겁게 찍었다. 사실 구교환 선배랑 촬영을 함께했던 날은 많지 않았는데 만날 때마다 즐거운 분위기였다. 현장에서 우리는 모두 개그 팀인데 홍보하면서 듀엣으로 유닛 활동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 그런 걸 재미있어 하는 지점이 잘 맞는 사람들이었다. 아침에 출근하면 다같이 분장 차에서 분장을 받는데, 출근 시간대가 다르니까 먼저 나온 사람도 있고 늦는 사람도 있다. 그 안에서 서로 인사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서로 힘든 장면들 찍으러 와서, 그곳을 '피땀눈물의 현장'이라고 불렀다. 괴로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연기하고 있지만 즐거운 촬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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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괴이>는 30분 정도의 짧은 러닝타임에 6부작으로 구성되면서, 캐릭터들의 서사가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는 아쉬운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아이를 잃은 수진과 기훈 부부의 이야기를 더 알고 싶다는 팬들도 많다. 길지 않은 러닝타임은 최근 OTT 콘텐츠들의 트렌드이기도 하지만 그중에서도 <괴이>는 특히 더 짧은 편에 속한다.

신현빈은 그런 반응을 주변에서 많이 들어서 잘 알고 있다며 "짧아서 좋았다는 얘기도 있고 아쉬웠다는 분들도 있더라. 작품에 대해 다양한 반응이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고 좋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캐릭터에 대해 그만큼 애정을 가져주신거니까 감사하지. 모든 인물들의 서사를 다 다루기에는 우리 작품의 형태가 호흡이 짧은 작품이었다. 6개의 에피소드로 한 가지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 형식이라 인물들의 관계에 집중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회상 장면에 나오는 과거 기훈, 수진 부부의 시간들이 섬세하게 나와서 저는 좋았다. 장건재 감독님이 잘 찍어주셨다. 부부의 뒷이야기를 기대해주시는 분들이 많던데 시즌2가 나올 수 있다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드라마에서 수진은 불상에 씌인 악귀를 물리치기 위해 "마음은 바라보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문을 외운다. 그 주문은 결국 <괴이>를 시청한 우리 모두를 향한 메시지이기도 했다. 마음의 고통을 돌아보고 되새기는 게 오히려 더 큰 고통을 가져온다는 의미였다. 신현빈도 그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며, 앞으로 괴로운 순간을 어떻게 잊고 이겨내야 할지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저도 처음에 대본을 보면서 촬영하면서 계속 생각했다. 내 인생에 가장 괴로운 순간, 지옥같았던 순간이 떠오르더라. 기억이 나는 것들도 있는데 의외로 잊고 사는 순간들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게 지금 저한테 큰 문제가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면, (불상을 봐도) 눈 앞에 나타나지 않겠지. 그런 생각이 들면서 살아온 시간들을 되돌아보게 되더라. 결국 앞으로 살아가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괴로운 순간이 찾아올텐데,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겨내야 할 것인지가 중요한 것 같다. 이 지점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신현빈 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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