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중반의 나이에 뒤늦은 인생의 전성기를 맞이한 여배우의 진짜 삶은 어떤 모습일까. 5월 8일 방송된 tvN 예능 <뜻밖의 여정> 첫 방송에서는 오스카 수상에 빛나는 명배우 윤여정과, 매니저 역할로 그녀를 보좌하게 된 이서진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프로그램의 시작은 드라마 관련 일정과 2022 아카데미 시상을 위하여 미국으로 가게된 윤여정을 나영석 PD와 이서진이 따라간다는 단순한 기획에서 비롯됐다. <뜻밖의 여정>은 윤여정의 LA 현지 스케쥴을 동행하며 세계가 인정하고 알아주는 대배우가 된 윤여정의 위상과 현지 반응, 그리고 인간 윤여정의 유쾌하고 진솔한 일상을 그려내는 서스펜스 다큐멘터리를 표방했다.
 
지난 3월 이서진이 LA 국제공항에 도착해 먼저 와았던 나영석 PD와 조우했다. tvN <꽃보다 할배> 이후 오랜만에 선배 수발드는 짐꾼 역할로 복귀한 이서진은 당당하게 "놀러왔다"라고 이야기하며 윤여정의 매니저 역할에 대해서는 "그건 나영석의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윤여정은 웹 드라마 <파친코> 홍보차 몇 주전부터 LA에 와 있는 상태였다. 각종 인터뷰와 행사로 바빴던 윤여정은 "난 내 나이도 까먹는데 이런 스케쥴을 하고 있다는게 말도 안 되는 거다. 미친 X이지"라고 한탄하며 현타가 온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윤여정은 이서진과 만나 새로운 숙소로 이동했다. 이서진은 마치 부동산 전문가처럼 LA의 최근 건물 시세와 인근에 거주하는 할리우드 유명인들에 대한 정보를 청산유수처럼 나열했다. 윤여정이 "요새 와서 살아봤냐"라며 의아해하자 이서진은 "유튜브로 조카가 사는 집을 살펴봤다"라고 당당하게 고백했다. 이서진의 수다에 지친 윤여정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매니저라면서 물도 안 갖다준다"라고 타박해 이서진을 머쓱하게 했다. 
 
윤여정은 미국의 유명 토크쇼인 켈리 클락슨 쇼에 출연하기로 예정된 상태였다. 영어로만 진행되는 인터뷰에 대해 윤여정은 "뭐 어떻게든 되겠지"라며 쿨한 반응을 보였다.
 
윤여정 일행은 이서진이 미리 예약해둔 한식당으로 저녁 식사를 하러갔다. 가게 안은 외국인들로 가득했다. 윤여정은 "이제는 한국 레스토랑에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더라"라면서 "진짜 타이밍이 좋았다. <기생충>, <미나리>, <오징어게임> 그리고 <파친코>로 이어지는 타이밍이 너무 좋았던 것"이라고 미국 현지에서 느낀 K-컨텐츠 르네상스 열풍을 언급했다.
 
윤여정은 아카데미 수상 당시 뒷이야기도 전했다. 지인들이 수상소감을 하러 통역없이 혼자 올라가는 윤여정의 영어실력 때문에 더 걱정했다고. 하지만 우려와 달리 윤여정은 제작자 브래드 피트를 향한 농담으로 시작하여 침착하고 우아한 수상소감으로 할리우드 영화인들을 감동시켰다. 
 
윤여정이 <미나리>로 받은 각종 수상트로피는 총 42개에 이른다. 윤여정은 너무 많은 트로피를 진열해둘 곳이 없어서 지하실에 보관했다고 밝혔다. 윤여정은 <아라비아의 로렌스>로 유명한 명배우 피터 오툴의 팬이었다고 고백했다. "오툴이 아카데미상 후보로는 8번이나 올랐지만 한번도 수상하지 못했다는 걸 알고 너무 놀랐다진짜 상이란 게 운빨이구나 하고 느꼈다"라고 이야기하자 이서진도 "연기만 잘한다고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공감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폭풍 수다가 이어졌다. 윤여정은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곳으로 피렌체를 꼽았다. 이유는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김치와 라면을 한번도 먹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또한 윤여정은 이화여고 다니던 시절에 등교할 때 관심을 표하는 남학생들이 많았다며 인기녀였음을 인정했다. 
 
미국 토크쇼 출연을 앞둔 윤여정은 최근 해외활동의 부작용으로 "한국어로 이야기하면 그말이 영어로 무슨 뜻인지 생각하게 되는 버릇이 생겼다"라고 호소했다. 영어에 능통한 이서진은 "나는 영어 단어 50개로 돌려막기 한다. 내가 인터뷰하면 선생님의 반도 못할 것"이라며 윤여정을 격려했다.
 
윤여정은 숙소로 돌아온 이후에도 토크쇼 인터뷰 준비를 위하여 예상 질문과 답변을 직접 작성한 메모들을 꺼냈다. 드라마 <파친코> 홍보를 위한 것이지만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적 사실과 관련된 내용이기에 행여 실수하면 안 된다는 책임감도 컸다. 윤여정은 "한국어로는 너무나 잘 표현되는 설명과 감정들이 영어로 느낌을 표현하는게 어렵다"라며 아쉬워했다. 
 
윤여정은 작년 오스카를 수상하기 전에 겪었던 설움을 밝혔다. 여우주연상만 협찬한다는 브랜드에서는 여우조연상 후보이라는 이유로 협찬을 거부했다고. 윤여정은 "I get it(알겠다), 상이란 게 그런 걸"이라고 쿨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오스카라는데는 '자본주의의 꽃'이더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결국 협찬을 못 받은 윤여정은 자비로 구입한 드레스를 입고 갔다고. 하지만 시상사로 참석한 이번 아카데미에서는 당당히 명품 브랜드의 고급 드레스를 협찬받으며 달라진 위상을 실감케 했다.

10년 전 <돈의 맛>으로 칸 영화제에 참석했던 당시에는 준비했던 드레스가 레드카펫과 맞지 않아, 현지에서 즉석으로 스태프의 도움을 받아 윤여정의 개인카드로 새 드레스를 구입해야 했던 해프닝을 밝히기도 했다. 다행히 드레스는 윤여정의 마음에도 들었고, 즉석에서 길이를 줄여서 간신히 시간에 맞춰 레드카펫을 밟을 수 있었다.
 
윤여정이 종종 비싼 옷을 구입해야 했던 경우는 주로 시상식이나 작품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상황때문이었다. 배역에 충실하게 의상을 갖춰 입으려다보니 작품 출연료만으로는 부족했을 정도라고. 스타일리스트도 없던 시절, 윤여정은 같은 작품에서 공연한 동료 배우 한진희를 위하여 스타일링까지 자처하고 나서서 고마워했던 일화를 밝히기도 했다. 윤여정은 "배우를 안 했으면 패션 디자이너를 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이튿날 이서진은 윤여정보다도 더 늦게 기상하여 느긋한 모습을 보였다. 어이없어진 윤여정은 이서진을 매니저에게 해고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가짜 매니저 이서진을 대신하여 현지 매니저 앤드류, 유명브랜드 지점장이자 비공식 스타일리스트 나경삼씨, 광고 프로듀서 출신이자 윤여정의 최측근으로 거의 모든 일을 보좌하는 이인아씨 등 진짜 매니저들이 등장했다. 윤여정은 "나를 잘 아는 저런 친구들이 있다는 게 나의 가장 큰 보물"이라며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특히 윤여정과 이인아씨는 무려 20년에 걸친 인연이 있었다. 과거 한 드라마에 섭외되었으나 제작이 무산되면서 난감한 상황에 놓인 이인아를 윤여정이 오히려 밥을 사주고 격려하면서 인연을 맺었고, 고마움을 잊지 않은 이인아는 20년 뒤 한국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미나리> 대본을 윤여정에게 건네면서 보답한다.
 
윤여정은 "20년 전의 한을 푸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나한테 저렇게까지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식도 그렇게 못한다"라며 끈끈한 인연을 설명했다. 윤여정은 이인아씨의 모친과 통화에서 "인아에게 너무 많은 신세를 졌다. 아카데미 상은 인이와 나 둘이 함께 탄 거다. 정말 똑똑하고 장한 딸을 낳으셨다. 이제는 인아와 헤어질 수가 없다"라고 고마움을 표현할만큼 남다른 애정을 보여줬다.
 
윤여정은 켈리 클락슨쇼 촬영을 앞두고 숙소에서 담당 프로듀서(씨저)와 화상으로 비대면 사전 인터뷰를 진행했다. 윤여정은 그간의 연기인생을 돌아보며 "어릴 때 영화 하나로 큰 유명세를 얻었다. 그래서 영광스러운 미래를 얻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삶은 당신이 계획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라고 고백하며 미소를 지었다.
 
윤여정은 '자신은 어떤 어머니냐'는 질문에 대하여 "첫째가 결혼하고나서 1년에 한번밖에 안 봤다. 그래도 문제 없다. 일부러 그들에게서 멀리 떨어지려고 한다. 그들이 어떻게 사는지 안 보이면 걱정할 필요도 없다"라면서 부모로서의 소신과 철학을 밝혔다. 씨저는 출연자에 대한 존중의 의미에서 윤여정의 이름을 어떻게 발음하는지 정확하게 확인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성공적으로 인터뷰를 마치고도 영어 때문에 혼이 빠진 윤여정은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주변에 확인하며 걱정했다. 과거 인터뷰를 하다가 당황해서 상대 기자에게 "한국말 잘하나? 내가 한국말 얼마나 잘하는데"라고 말한 적도 있다는 일화를 공개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진 다음주 예고편에서는 마침내 켈리 클락슨쇼에 출연한 윤여정의 모습과, 매너지 역할을 망각한 이서진-나PD의 LA 일탈기, 윤여정의 친구들과 함께하는 힐링 여행 등이 예고되며 기대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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