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희경 드라마치고는 조금 밋밋하네?' tvN <우리들의 블루스>를 4회까지 시청하면서 (드라마에 대한 만족도와는 별개로) 혼자 그런 생각을 했다. 억척스러운 은희(이정은)와 돈이 절실한 한수(차승원)의 첫사랑 얘기가 펼쳐지고, 성질 더러운 동석(이병헌)이 버럭 화를 내도 왠지 모르게 '순한 맛'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건 '노희경 드라마'에 대한 일종의 기대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동안 노희경은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이야기를 기반으로 인간미 가득한 서정적 작품을 써왔다. 착하고 곱다고 할까. 하지만 SBS <괜찮아, 사랑이야>를 기점으로 기조가 달라졌다. 파격적인 설정과 실험적인 소재도 마다하지 않았다. 또, 솔직하고 발칙한 대사들로 시원한 쾌감을 줬다. 매번 고민할 거리를 던져줬다는 점도 노희경 드라마의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사회가 눈 감은 진지한 문제
5회를 보고 성급했음을 깨달았다. '역시 노희경이구나!'라며 감탄했다. 노희경은 '청소년 임신'이라는 우리 사회가 눈감고 있는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고 있었다. 또, 2021년 1월 1일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입법공백 상태에 놓여 있는 낙태 문제를 고민했다. 그 어떤 드라마보다 적나라하면서도 진중하게 접근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청소년의 사랑'에 대해 진심을 다해 이야기했다.
"무슨 말을 해. 네가 사다 준 임신테스트기 세 번 했는데 싹 다 두 줄 나왔다는 말? 내 인생 조졌다는 말? 이제 병원 가서 지울 거라는 말? 억울해. 딱 두 번밖에 안 했는데. 피임도 했는데." (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