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토착견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시바견(shiba inu)은 충성심이 강하다. KBS2 <개는 훌륭하다>에도 여러 차례 고민견으로 등장했는데, 그만큼 한국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견종이다. 많은 시청자들이 보호자를 항해 무차별 입질을 했던 이백이(23회), 예쁘다는 보호자의 말에 으르렁거렸던 덩구(72회), 아기를 보고 경계하고 질투했던 하태(96회)를 기억할 것이다. 

시바견은 자기중심적인 성향을 갖고 있고, 엄살이 심한 편이다. 일명 '시바 스크림'으로 유명하다. 보통 붉은 빛의 털을 지녔는데, 그 비율이 80% 가량을 차지한다. 고민견 현식(수컷, 4살)의 경우에는 독특하게 검은색 털을 지녔다(크림색 털의 시바견도 있다). 보호자는 현식이가 태어난 지 2개월 때부터 키우기 시작했는데, 평소 중형견을 키워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시바견을 키우기로 한 결정에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미용을 따로 하지 않아도 되고, 깔끔한 성격이라 집 안을 더럽히지 않으며, 짖음도 적기 때문이다. 게다가 건강한 편이라 병치레를 하지 않는다는 점도 시바견의 장점이다. 보호자는 현식이와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고, 산책도 별문제 없이 다니고 있었다. 무슨 고민이 있길래 강형욱 훈련사에게 도움을 요청한 걸까. 

"짖는 소리와 모습이 무서워요."

보호자는 온 가족이 현식이에게 물렸다며 자잘하게 물린 것까지 합치면 6,70번이나 된다고 말했다. 강형욱은 많은 보호자들이 물린 횟수를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며,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많이 물렸을 거라 추측했다. 보호자는 현식이를 4년이나 키웠지만, "아직까지 왜, 어디서, 어느 포인트에서 무는지 모르겠"다며 고충을 털어 놓았다. 보호자는 자신의 반려견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현식이를 위한 훈련법 
 
 KBS2 <개는 훌륭하다>
KBS2 <개는 훌륭하다>KBS2
 
현식이의 문제점은 총 3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사료나 간식에 대한 경계'였다. 현식이는 자신이 무언가를 먹을 때 보호자가 움직이는 걸 용납하지 않았다. 보호자는 물리지 않기 위해 얼음 상태로 기다려야 했다. 현식이가 음식을 다 먹어야만 움직일 수 있었다. 이에 대해 강형욱은 "높은 서열의 개가 낮은 서열의 개한테 하는 행동하고 똑같"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문제점은 '얼굴을 만질 때 나타나는 공격성'이었다. 턱, 머리, 눈 주위, 콧등 등에 손을 댈 수 없어 기본적인 케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보호자는 현식이의 얼굴을 만지기 위해 보호 장갑을 착용하고 손을 뻗었지만,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듣고 겁에 질려 포기해야 했다. 공격성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기 위해 제작진이 시도했는데, 현식이는 갑자기 달려들며 입질을 했다. 

"시바견은 전조 증상이 굉장히 짧아요. 그래서 조심해야 돼요." (강형욱)

세 번째 문제점은 '청소할 때 나타나는 공격성'이었다. 청소기가 움직이면 청소기를 물고, 손으로 청소를 하면 손을 무는 식이었다. 보호자는 처음에는 현식이가 놀자는 줄 알았지만, 청소기에 이빨 자국이 생기고 고장까지 나면서 심각성을 깨달았다. 도대체 현식이는 왜 이러는 걸까. 강형욱은 "리더십이 부족한 보호자와 의식이 강한 반려견이 만나면 딱 이런 모습이 나"온다고 분석했다. 

결국 핵심은 리더십의 부재였다. 그 뿌리에서 다양한 문제가 파생된 것이라 봐야 한다. 그렇다면 뿌리를 해결해야 하는데, 보호자의 성향 차이 때문에 어려운 문제였다. 강항 리더십을 발휘하는 게 불편한 보호자도 있을 터였다. 현장에 출동한 강형욱은 현식이가 일반적인 개들과는 좀 다르다고 설명했다. 보통 개들은 보호자와 감정 교감이 풍부하지만, 현식이는 그렇지 않았다. 

사람을 좋아하는 개는 (그동안의 솔루션처럼) 애정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변화시킬 수 있지만, 현식이는 오히려 무관심을 좋아하는 성향이라 관심을 줄이는 방식은 타격이 없을 게 뻔했다. 강형욱은 현식이에게 적합한 훈련으로 '고난 훈련'을 제시했다. 불편한 상황 속에 밀어넣어 무력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보호자에게 의지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KBS2 <개는 훌륭하다>
KBS2 <개는 훌륭하다>KBS2
 
또, 강형욱은 현식이의 경우 교감 능력이 낮은 대신 생존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보호자는 강한 현식이보다 더 강한 보호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훈련은 현식을 안전문에 묶는 순간부터 시작됐다. 강형욱은 바로 옆에 의자를 두고 앉았다. 침묵 속 대치가 이어졌고, 그때 강형욱은 좀더 바짝 다가갔다. 현식은 릭킹(혀로 자신의 코를 계속 날름거리는 행동)을 하며 불안감을 표출했다.

훈련의 포인트는 직접 압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형욱은 절대 현식에게 화를 낼 명분을 주지 않았다. 단지 간접적인 압박만 가했다. 기습적으로 기침을 내뱉고, 다른 대상을 향해 돌발적인 분노를 드러냈다. 불편한 분위기가 고조됐다. 이럴 때 일반적인 개라면 상호 작용을 시도했겠지만, 현식이는 그런 방법을 전혀 몰랐다. 상호 작용을 하는 대신 꼬리를 올려 세웠다. 경계를 하는 것이다.  

잠시 후, 풀릴 것 같은 목줄을 교체하자 현식은 괴성을 질러댔다. 고작 타이트한 목줄이 싫다고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걸 보면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 만했다. 강형욱이 꿈쩍도 하지 않자, 현식은 태세를 전환해 엄살을 부리기 시작했다. 줄만 살짝 당겨도 난리를 쳤다. 평소라면 비위를 맞춰줬을 테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소리 질러도 달라질 게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강형욱은 현식의 고집이 꺾일 때까지 반복 훈련을 진행했다. 얼마나 훈련을 이어갔을까. 숱한 반복 끝에 현식의 고집과 엄살이 줄어들었다. 목줄을 매고 왔다갔다 한 것만으로도 효과가 컸다. 그때, 현식은 갑자기 꼬리를 쳤다. 더 강한 상대가 나타나자 항복을 한 것일 수도 있고, 위급해서 나온 임기응변일 수도 있다. 강형욱은 보통 개들과 사고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다음 과정은 '둔감화 훈련'이었다. 강형욱은 현식을 발판 위, 그러니까 불안한 환경에 밀어 넣었다. 생존 말고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그리고 보호자에게 등을 만지다가 얼굴 부위를 만지도록 지시했다. 현식의 반응은 어땠을까. 언제 그랬냐는 듯 얌전한 상태를 유지했다. 현식은 자기 안위가 가장 중요한 개이고, 현식이가 짜증을 내는 상황은 언제나 편안한 상태였다. 

"잡았을 때 교육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으르렁 거리고 난 뒤에(도 놓지 않을 때) 교육이 일어나고 있는 거예요." (강형욱)  

훈련의 마지막 코스는 '통제 훈련'이었다. 강형욱은 보호자가 집 안에서 거침없이 걸어다니고, 몸으로 현식을 블로킹 하게 했다. 또, 줄을 잡고 걸어다니게 했다. 현식은 처음에는 협조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지만, 나중에는 협조하고 싶으나 어색해 했다. 강형욱은 충분히 기다려주라고 조언했다. 훈련이 반복되자 현식은 더 이상 경계하지 않고 보호자의 지시를 잘 따르게 됐다. 

보호자는 현식에게 수없이 물리는 바람에 생겼던 트라우마를 강형욱의 도움 덕분에 극복할 수 있었다. 끝이라는 심정으로 임했던 훈련을 무사히 끝내고 웃음을 되찾았다. 더 이상 현식을 만지는 게 두렵지 않았다. 앞으로 꾸준히 훈련을 이어가며 자신감이 붙으면 현식의 반응도 달라질 것이다. 훌륭한 보호자가 되는 첫걸음을 뗀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개는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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