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무더웠던 어느 여름 날, 친구들과 함께 물놀이를 간 아들 은찬이가 물에 빠진 친구 기현(성유빈)을 구한 뒤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로부터 1년 뒤 은찬은 의사자로 선정된다. 시간이 약이었을까. 성철(최무성)과 미숙(김여진)은 자식을 잃은 부모라면 으레 겪어왔을 법한 충격과 고통에서 차츰 벗어나 일상으로 복귀한 상황이었다. 문득문득 솟구치는 분노와 아픔까지는 어쩔 수 없다 해도 사건이 벌어졌을 당시에 비해 슬픈 감정은 많이 잦아든 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성철은 은찬의 생명을 대가로 목숨을 건진 기현을 길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다. 기현은 부모 품을 벗어나 학교를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혼자 살아가는 중이었다. 도배 업체를 운영하는 성철은 어린 기현이 짊어진 고단한 현실이 안쓰러웠는지 그에게 다가가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자신의 기술을 전수해줄 요량이었다. 어딘가 어두운 구석이 있는 데다가 말수마저 적었던 기현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 했다. 하지만 성철은 괘념치 않았다. 그의 끈질기고도 정성스러운 관심과 도움으로 기현은 업계에서 차츰 자리를 잡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