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의 한 수녀원. 이 곳을 몰래 빠져나온 아레나 수녀(요안나 쿨릭)는 의사를 수소문하기 위해 마을 주변을 배회한다. 출산이 임박한 동료 수녀를 도울 요량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마을 아이들 손에 이끌려 도착한 곳은 프랑스 국적의 적십자사, 어렵사리 의사를 찾는 데는 성공했지만 여건상 도움을 받기는 어려운 처지였다. 

결국 도움 요청을 거절 당한 아레나 수녀가 할 수 있었던 건 적십자사 건물 밖에서 두 손을 모아 기도를 올리는 일뿐. 그때였다. 프랑스 국적의 의사 마틸드(루드 라쥬)가 아레나 수녀의 기도 모습을 우연히 목격하고, 마음이 바뀌었는지 아레나 수녀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함께 수녀원으로 향한다.
 
 영화 <아뉴스 데이>의 한 장면
영화 <아뉴스 데이>의 한 장면찬란
 
1945년, 세계대전이라는 거대한 파고에 휩쓸린 폴란드의 상황은 그야말로 엄혹했다. 영화 <아뉴스 데이>는 독일과 러시아로부터 연이어 침공을 당한 폴란드의 한 수녀원을 배경으로 한다. 이곳에서 전쟁 중 실제로 벌어진 비극적인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러시아의 침공은 수녀원이라고 하여 예외가 아니었다. 점령군의 가공할 폭력에 의해 말 못할 고초를 겪은 수녀들은 그 끔찍한 결과물 앞에서 망연자실해야 했다. 이렇듯 어려움에 처한 수녀를 차마 외면하지 못해 스스로 수녀원으로 발걸음을 옮긴 프랑스 국적의 여의사 마틸드. 그동안 감춰 왔던 수녀원의 비밀과 참상이 그녀에 의해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영화 <아뉴스 데이>의 한 장면
영화 <아뉴스 데이>의 한 장면찬란
 
마틸드가 아레나 수녀의 손에 이끌려 도착한 폴란드 수녀원에는 러시아군의 폭력에 의해 강제로 임신하게 된 한 수녀가 산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출산이 임박한 상황에서 마틸드는 원장 수녀(아가타 쿠레샤)를 보좌하며 수녀들의 맏언니 역할을 톡톡히 해온 마리아 수녀(아가타 부젝)의 협조로 출산을 무사히 돕는다. 하지만 마틸드의 눈에 포착된 현실은 빙산의 일각일 뿐. 그녀는 더욱 많은 숫자의 수녀들이 전쟁 중 폭력에 노출돼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음을 확인하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는다. 

프랑스 적십자 소속이었던 까닭에 행동이 자유롭지 못한 마틸드는 폴란드 수녀원에서의 일탈 행위 탓에 윗선의 경고가 잇따르는 등 행동에 제약이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다가올 모든 불이익을 뒤로 한 채 전쟁으로 인해 고통과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향해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마틸드. 이러한 그녀의 선한 행위는 나비효과를 일으키며 위기에 처한 수녀원을 점차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모시킨다. 

전쟁의 참상은 약자에게 더욱 가혹하다. 신앙이라는 공통분모에 의해 서로를 의지한 채 한 공간에서 함께 생활해온 수녀들에게 전쟁은 그야말로 무자비하게 다가온다. 이들에게 가해진 폭력은 신앙의 근간인 믿음마저도 뿌리째 뒤흔들 정도로 커다란 충격파다. 영화는 전쟁 중 발생한 폭력 행위를 직접적으로 연출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녀원의 비극적 참상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배우들의 잔잔하지만 내면의 힘이 담긴 명품 연기가 돋보였던 까닭이다. 
 
 영화 <아뉴스 데이>의 한 장면
영화 <아뉴스 데이>의 한 장면찬란
 
전쟁 중 폭력 행위의 직접적인 피해자이기도 한 원장 수녀는 자신과 수녀들이 당한 수모를 어떻게든 치유하고, 종교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 고심을 거듭한다. 비록 그녀만의 문제 해법이 또 다른 상처를 낳는 등 더 큰 고통으로 이어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지만 말이다. 원장 수녀라는 종교적 지위 등을 고려해볼 때 그 충정이 일정 부분 이해되는 대목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약자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스스럼없이 의술을 베풀며 더 나아가 그들의 상처를 아물게 하고 신앙의 축인 믿음과 소명을 지킬 수 있도록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선 마틸드. 그녀의 선한 행위는 전쟁이 초래한 비극 속에서 피어난 한 줄기 빛이자 희망이다. 어려움에 처한 약자들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시킨 그녀의 행위는 현대인들에게도 큰 귀감으로 다가온다.
아뉴스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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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신뢰하지 마라, 죽은 과거는 묻어버려라, 살아있는 현재에 행동하라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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