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승리 (109승, 포스트시즌 포함)를 거둔 두 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LA 다저스간의 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가 10월 15일 오전 (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 파크에서 펼쳐졌다. 결과는 LA다저스의 2:1 승.

같은 지구에 속해 있는 얄궂은 운명으로 인해 두 팀은 올 시즌 정규시즌에서 최고 승률 1,2위를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디비전시리즈에서 맞붙게 되었다(1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107승 55패, 2위 LA 다저스 106승 56패).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고 올라온 LA 다저스와 내셔널리그 1번 시드 자격으로 디비전시리즈에 진출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4차전까지 한 게임씩 주고 받는 치열한 접전을 펼쳤고 '오징어게임'처럼 반드시 승부를 가리는 벼랑 끝까지 오게 되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최고의 하이라이트로 불리울만한 LA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5차전을 복기해본다.

1. 달라진 데이브 로버츠, 훨씬 더 유연하고 과감해진 투수 운용

7시즌째 다저스 사령탑을 맡고 있는 데이브 로버츠는 매년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지만 포스트시즌에서 이해할 수 없는 투수 운용과 용병술로 인해 많은 비난을 받았었다. 국내 야구팬들 사이에서 '돌버츠'라는 별명으로 불리우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마침내 거머쥐고 디펜딩챔피언 자격으로 나선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로버츠 감독은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5차전을 앞두고 LA 다저스의 선발투수는 당연히 좌완 에이스 훌리오 유리아스 (20승 3패, ERA 2.96)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으나 로버츠 감독은 예상 밖의 오프너 전략을 들고 나왔다.

구원투수 코리 크네블 (4승 3세이브, ERA 2.45)을 1회 오프너로 2회에는 100마일 파이어볼러 브루스더 그라테롤 (3승, ERA 4.59)을 내세웠다. 선발로 예상했던 유리아스는 3회부터 투입하는 변칙작전을 펼친 것이다. 벼랑 끝 승부인 5차전에서 로버츠 감독은 과감한 오프너 전략을 통해 상대 스타팅 라인업에 어떻게 해서든 균열을 가져오는 신경전을 펼친 것이다.

그리고 로버츠 감독은 유리아스에 대해 깊은 미련을 두지 않았다. 3회부터 등판한 유리아스가 6회초 선두타자 다린 러프에게 동점 홈런을 허용하고 크리스 브라이언트에게 안타를 허용하는 등의 서서히 난타를 당하기 시작하자 유리아스에게 6회까지 맡기고 7회부터 필승조 구원투수들을 과감히 투입하였다.

이전의 포스트시즌에서 에이스 커쇼와 마무리 젠슨에 대한 지나친 믿음으로 인해 경기를 여러 차례 그르친 로버츠 감독은 학습을 통해 지난 해 월드시리즈 4차전 (젠슨이 나와서 블론 세이브와 끝내기 역전타까지 허용했다.) 이후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7회 트라이넨, 8회 젠센 조기 투입 이후 9회초 리드를 잡기 시작하자 로버츠 감독은 9회말 에이스 맥스 슈어저에게 마무리를 맡긴다. 슈어저는 안타 1개를 내줬지만 삼진 2개를 잡아내면서 완벽하게 경기를 마무리한다. 이제 로버츠 감독은 더 이상 '돌버츠'라 불리울 일은 없을 듯 싶다.

2. "나 MVP 출신이야" 코디 벨린저의 결정적인 한 방

올 시즌 다저스 타선 중에 가장 아픈 손가락은 코디 벨린저였다. 타율 0.165, 10홈런 36타점. 2019시즌 47홈런 115타점을 올리면서 내셔널리그 MVP를 수상했던 벨린저의 기록이라고 믿기 어려울 극심한 부진을 거듭했다.

스윙 메커니즘의 문제, 정신적인 압박감 등 다양한 원인들이 거론되었지만 벨린저의 부진은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벨린저에 대한 기대감은 미미하였다. 그러나 1-1의 팽팽한 접전이 이어지던 9회초 1사 1,2루에서 벨린저는 수비 시프트를 꿰뚫는 우중간의 강한 직선 안타로 결승 타점을 올린다.

경기가 연장전으로 접어들면 다저스는 어쩔 수 없이 선발투수 맥스 슈어저에게 멀티 이닝을 맡겼어야 하는 상황이 찾아올뻔 했다. 그러나 벨린저는 위기의 상황에서 자신의 스타성을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3. '졌잘싸'라는 말보다 더 큰 박수 받아야 하는 샌프란시스코

비록 디비전시리즈에서 탈락했지만 올 시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팀으로 불리워도 손색이 없을만큼 완벽한 전력을 보여주었다. 시즌 시작 전만 하더라도 정규시즌에 잘해야 72승이라는 예상과 달리 샌프란시스코는 팀 역사상 최다인 107승을 올리면서 메이저리그 최고 승률팀에 등극하였다.

라이벌 다저스의 단장을 맡다가 2019시즌부터 샌프란시스코 사장직에 부임한 파르한 자이디는 고액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효율적인 전력을 구축한 자신의 설계방식을 샌프란시스코에 성공적으로 정착시킨다. 저비용 고효율의 대표적인 선수 중에는 2017시즌부터 2019시즌까지 삼성 라이온즈에서 활약했던 외야수 다린 러프도 포함되어 있다. 러프는 디비전시리즈 5차전에서 팀의 유일한 타점인 동점홈런을 쏘아 올리면서 자신의 주가를 더욱 높였다.

화려한 스타 없이도 촘촘하고 효율적인 팀 구성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돌풍을 일으킨 자이디의 샌프란시스코는 다음 시즌이 더욱 기대되는 팀이다.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지난 해에 이어 리턴매치를 갖는다. 지난 시즌 1승 3패로 몰렸던 다저스가 기적같은 리버스 스윕을 일궈내면서 숱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낸 양팀의 대결은 올 가을을 어김없이 뜨겁게 달굴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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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티스토리 블로그 뉴도리의 dailybb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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