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훈의 슛17일 오후 경북 상주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 2021 MG새마을금고 KBL 컵대회 준결승 수원KT-서울SK 경기. KT 허훈이 슛을 노리고 있다.
연합뉴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처럼 부모의 끼와 재능을 자손들이 그대로 물려받아 대를 이어 활약하는 모습은 체육계나 연예계 등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타 종목에서는 부자 국가대표로 유명한 축구의 차범근-차두리, 야구의 이종범-이정후 부자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농구처럼 타고난 신체 조건이 중요한 스포츠에서는 2세대들이 선천적으로 키와 운동능력이라는 부모의 재능을 그대로 물려받는 경우가 더 많다.
한국농구계에서 농구인 2세로 가장 유명한 성공사례는 남자농구의 하승진(은퇴)과 허웅(DB)-허훈(kt) 형제 ,여자농구의 박지수(KB) 등을 꼽을 수 있다. 널리 알려진 바와 달리 허웅과 허훈은 '농구대통령'으로 유명한 허재의 아들들이다. 허 형제는 모두 국가대표로 나란히 2018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기도 했고 프로무대에서도 각각 소속팀을 대표하는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아버지 허재가 여러 포지션을 능숙하게 소화하는 올라운더였다면, 허웅은 슈팅가드-허훈은 포인트가드로 포지션과 플레이스타일은 각기 다르다. 허웅의 소속팀 DB는 부친이 KBL에서 은퇴할 때까지 마지막으로 선수생활을 보내며 우승과 영구결번까지 받은 팀이라 더 특별한 의미가 있다. 허훈은 2019-20시즌 아버지가 수상하지못한 프로농구 정규리그 MVP에 선정되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아버지 허재가 최근 방송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과 맞물려, 허웅-허훈 형제도 다양한 방송에 출연하여 현역 농구선수 중에서 가장 인지도 있는 스타로 자리잡고 있다.
하승진과 박지수는 '청출어람'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하승진의 부친 하동기는 1970년대 농구 국가대표로 활약했고, 박지수의 부친 박상관은 프로농구 삼성에서 수비형 센터로 활약하며 명지대 감독을 역임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현역 시절 스타플레이어와는 거리가 멀었다. 2세인 하승진과 박지수가 오히려 선수로서의 위상은 부친의 현역 시절을 아득히 뛰어넘은 지 오래다.
두 선수는 각각 한국 남녀농구를 대표하는 최장신센터로서 세계 최고의 무대로 꼽히는 NBA와 WNBA 무대를 밟았고, KBL에서는 소속팀을 우승으로 이끌기도 했다. 하승진은 잦은 부상으로 34세라는 다소 이른 나이에 아쉽게 은퇴하며 현재는 유튜버로 활동 중이다. 박지수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여자농구를 12년 만의 본선행으로 이끌며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도 대표팀의 기둥으로 활약 중이다.
이밖에도 많은 농구인 2세들이 프로무대에서 활약중이다. 최진수(울산 현대모비스)와 김진영(서울 삼성)의 부친은 전 국가대표 센터로 명성을 떨쳤던 김유택이다. 이종현(고양 오리온)의 부친 이준호는 중앙대와 실업팀 기아자동차에서 센터로 활약했던 선수다. 농구인 2세들의 경우, 신체조건과 외모에서부터 현역 시절의 선친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빼닮은 경우가 많다는 것도 오랫동안 농구를 지켜봐온 올드팬들에게는 색다른 향수를 느끼게 한다.
자연히 매순간 선대의 명성과 비교된다는 부담은 2세대에게 있어서 영원한 숙제이기도 하다. 농구팬들은 2세대 선수들이 부디 유전자의 좋은 장점만 계승하고 더 성숙한 선수로 진화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1세대 선수들의 경우, 뛰어난 실력과 명성에도 불구하고 자기관리나 사생활 문제로 구설수에 오르내렸던 사례도 상당히 많았기 때문이다.
허웅-허훈 형제의 경우 음주운전으로 여러 차례 물의를 일으켰던 아버지 허재와는 달리, 깔끔한 사생활과 훈훈한 이미지도 안티없이 많은 호감을 얻고 있는 비결로 꼽힌다. 박지수의 부친 박상관과, 이원석의 부친 이창수는 삼성에서의 현역 시절 함께 서장훈에게 치명적인 목부상을 남긴 파울을 비롯하여 여러 차례 '더티 플레이어'로 악명을 떨친 전력이 있었다. 다행히 2세대인 박지수와 이원석은 아직까지 선수생활동안 특별한 잡음에 휘말린 적이 없다.
또한 정호영의 아버지 정재근은 연세대 감독 시절 '심판 폭행 사건'으로 자격 정지 징계를 당한 흑역사가 있다. 그런가하면 김유택의 아들 김진영은 지난 4월 음주운전으로 적발되어 중징계를 받으며 농구인 2세의 이름에 오명을 남기기도 했다. 모든 농구인 2세대들이 경각심을 느껴야 할 반면교사에 해당하는 사례들이다.
농구인 2세들의 성장세에 한국농구계와 팬들이 거는 기대는 높다. 앞으로 이들이 농구실력은 물론이고 인성과 태도에 있어서도 선대를 뛰어넘어 한국농구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 모범사례가 될 수 있을지 많은 팬들이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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