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용성은 2019년 데뷔 앨범 <김일성이 죽던 해>로 반향을 일으키며 한국대중음악상 2관왕에 오르는 등 이름을 알렸다. 음악 관계자들과 팬들은 그의 음악에 찬사를 보냈다.
오소리웍스
천용성의 <수몰> 발매 10일 전 오소리웍스로부터 프레스 킷이 담긴 메일을 받았다. 음원을 듣고, 보도자료를 읽고, 리뷰와 기사를 썼다(관련기사 :
담담히 길어올린 '분하고 더러운 팝').
"22일 화요일까지 주소, 받으실 분, 연락처를 보내주시면 이를 반영해 6월 23일에 함께 배송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에는 차마 답을 하지 못했다. <수몰>의 텀블벅에 참여하지도 못했거니와 앨범은 돈을 주고 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 천용성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기사를 싣고 싶다는 답신을 보냈다. 지난주 마곡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천용성은 2019년 데뷔 앨범 <김일성이 죽던 해>로 반향을 일으키며 한국대중음악상 2관왕에 오르는 등 이름을 알렸다. 음악 관계자들과 팬들은 그의 음악에 찬사를 보냈다. 정작 뮤지션은 담담했다. "변한 건 없어요. 벌이가 변할 때 삶이 가장 크게 변하는데 그러지 못했죠. 라이프 사이클이 변할 정도로 일이 늘진 않았어요."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긴 것은 맞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돌아온 대답은 겸손했다.
"'내 노래가 나쁘지 않구나' 싶었죠. 그 전에는 반반이었습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내 음악을 들려주면 '노래는 다른 사람한테 시켜라'는 반응만 돌아왔으니까요. 1집이 그래도 성과를 얻으니까 왔다 갔다 하는 빈도가 줄었어요. 상도 타고 여기저기 소개도 되니까 내 음악이 좋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안 좋은 음악은 아니구나' 하고 받아들이는 거죠."
6월 24일 발표된 천용성의 정규 2집 <수몰>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을 노래하는 작품이다. 분명 우리 곁에 있지만 노래로 다뤄질 정도로 중요하게 여겨지진 않는 존재들이다. 불치병에 걸린 소년, 식물원, 눈 내리는 밤, 설 명절 오랜만에 아들을 만난 어머니, 정치인. 천용성은 계산하지 않고 깊게 고민하지도 않는다. 그에게는 작업 비화랄 것이 따로 없었다.
"다양한 삶을 담아보겠다, 그런 노력은 하지 않았어요. 만들 때도 고를 때도 마찬가지에요. 좋은 노래를 골랐을 뿐 콘셉트에 맞춰 작업하지 않아요. 아무리 내용이 좋고 의미가 있다 해도 결국 노래가 좋아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