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1 KBO 프로야구 kt 위즈와 롯데 자이언츠 경기. 2회 초 1사 3루에서 kt 강백호가 1타점 적시타를 날리고 있다.
지난 1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1 KBO 프로야구 kt 위즈와 롯데 자이언츠 경기. 2회 초 1사 3루에서 kt 강백호가 1타점 적시타를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kt가 안방에서 두산을 꺾고 선두 추격에 박차를 가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kt 위즈는 1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에서 8안타를 때려내며 1-0으로 신승을 거뒀다. 공동 4위였던 두산과의 홈3연전 첫 경기에서 기분 좋은 한 점차 승리를 따낸 kt는 이날 키움 히어로즈에게 3-15로 크게 패한 선두 삼성 라이온즈와의 승차를 1경기로 좁히며 NC 다이노스와 함께 공동 3위로 뛰어 올랐다(20승16패).

kt는 선발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가 6이닝3피안타3볼넷6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4번째 승리를 따냈고 안영명, 김민수, 조현우, 김재윤이 이어 던지며 팀 완봉승을 만들었다. 타선에서는 9번타자 심우준이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3할 타율에 진입한 가운데 이날도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간판타자가 kt를 승리로 이끌었다. 결승타를 포함해 3안타로 전 타석 출루를 기록한 '천재' 강백호가 그 주인공이다.

이정후 이어 2년 연속 '순수 신인왕' 차지한 슈퍼루키

지난 2008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활약한 최형우(KIA 타이거즈)가 신인왕에 선정됐을 때 방출과 입대, 재입단이라는 기구한(?) 사연으로 야구팬들의 많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후 최형우의 사연은 그리 놀라운 이야기가 되지 못했다. 2008년 최형우를 시작으로 2016년의 신재영까지 KBO리그에는 무려 9년 연속으로 프로 경력이 있는 '중고 신인왕'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중고 신인왕이 쏟아지던 기간에도 고교나 대학 무대를 평정하고 수 억 원의 계약금을 받으며 프로 무대를 밟았던 '슈퍼루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학창시절의 혹사로 인한 부상 등으로 입단과 동시에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는 나타나지 않았었다. 그렇게 프로와 아마추어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던 2017년 '바람의 손자' 이정후(키움 히어로즈)가 타율 .324 2홈런47타점111득점의 성적으로 10년 만에 '순수 신인왕'에 선정됐다.

하지만 이정후가 포문을 연 '순수 신인왕' 계보가 계속 이어질 거라 예상한 야구팬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정후는 현역 시절 KBO리그를 평정했던 '야구천재' 이종범(LG트윈스  2군 타격코치)의 아들로 평범한 사람들이 갖지 못한 '특별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교 시절부터 남다른 재능을 갖췄다고 평가 받은 강백호의 프로적응에 대해서도 반신반의하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고 1학년 때 고척 스카이돔 개장 경기에서 홈런을 터트리며 '초고교급 유망주'로 주목 받은 강백호는 투수와 포수를 오가며 빠른 성장 속도를 보였다. 특히 2017년 대통령배 대회에서는 투타에서 맹활약하며 서울고의 우승과 대회 MVP를 휩쓸었다. 중학교 때 전학을 갔던 이력 때문에 1차 지명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 kt에게는 대단한 행운이었다. kt는 망설임 없이 강백호를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1라운드 전체 1순위로 지명했다.

강백호는 투수로서도 시속 150km의 강속구를 던질 수 있었지만 kt구단은 강백호를 타자로 키우기로 결정했고 결과적으로 강백호에게 타자를 시키기로 한 kt의 결정은 매우 탁월했다. 강백호는 루키 시즌 138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290 29홈런84타점108득점을 기록, 역대 고졸신인 최다 홈런 기록을 갈아 치웠다. 강백호가 2017년의 이정후에 이어 2년 연속 순수 신인왕에 선정된 것은 너무 당연했다.

절정의 타격감 유지하는 리그 유일의 4할 타자

강백호는 2년 차 시즌 수비 도중 부산 사직야구장의 철그물에 손바닥이 찢어지는 부상으로 28경기에 결장했고 13홈런으로 홈런도 절반 이상 줄었다. 하지만 강백호가 2019년 2년 차 징크스에 시달렸다고 말하는 야구팬은 아무도 없었다. 강백호는 루키 시즌 .290이었던 타율을 .336까지 끌어 올리며 타율 부문 5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렇게 강백호는 프로 입단 2년 만에 kt는 물론 리그 전체에서 알아주는 강타자로 성장했다. 

루키 시즌 좌익수와 지명타자, 2년 차 시즌에는 우익수를 주로 맡았던 강백호는 작년 시즌을 앞두고 1루수로 변신했다. 수비범위가 넓고 발이 빠른 배정대를 활용하고 강백호의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함이었다. 이강철 감독의 판단은 이번에도 적중했다. 배정대는 작년 전 경기에 출전해 타율 .289 13홈런65타점88득점22도루로 잠재력을 폭발했고 강백호 역시 타율을 .330으로 유지한 채 홈런(23개)과 타점(89개)을 루키 시즌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어느덧 프로 4년 차가 된 강백호는 작년 시즌 47홈런135타점을 책임졌던 'MVP' 멜 로하스 주니어(한신 타이거즈)가 팀을 떠나면서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하지만 강백호는 무거워진 책임에 따른 긴장감을 그라운드에서 성적으로 발산하고 있다. 올 시즌 kt가 치른 36경기에 모두 출전한 강백호는 타율 .414 5홈런38타점18득점OPS(출루율+장타율)1.072로 타율, 타점, 최다안타1위, OPS 2위를 달리고 있다.

18일 두산전에서도 강백호의 활약은 눈부시게 빛났다. 1회 첫 타석부터 밀어서 좌전 안타를 만든 강백호는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1사1,3루에서 두산 선발 워커 로켓의 3구째를 잡아당겨 이날 경기의 결승타가 된 우전 적시타를 터트렸다. 6회 세 번째 타석에서 볼넷을 골라 출루한 강백호는 8회에도 두산의 두 번째 투수 이승진으로부터 좌전 안타를 뽑아내며 3안타1볼넷으로 전 타석 출루를 완성했다.

팀이 36경기를 치른 현재 5홈런38타점을 기록 중인 강백호는 전 경기에 출전할 경우 산술적으로 20홈런152타점을 기록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시즌이 끝날 때까지 강백호가 지금의 타격감을 이어간다는 보장은 없지만 현 시점에서 강백호가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무서운 타자인 것은 분명하다. 더욱 무서운 사실은 강백호가 아직 성장할 여지가 무궁무진한 만21세의 젊은 선수라는 점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KT 위즈 강백호 천재 4할타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