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분, 강원 FC 황문기(오른쪽 흰색 88번)의 중거리슛을 인천 유나이티드 GK 이태희(노란 유니폼)가 몸을 날려 막아내는 순간
심재철
전반전에도 여러 차례 홈 팀 골문을 위협한 강원 FC는 후반전 초반에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만들어냈다. 54분, 미드필더 황문기의 과감한 무회전 중거리슛이 인천 유나이티드 골문을 노린 것이다. 여기서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이태희의 순발력과 놀라운 집중력이 돋보였다. 자기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황문기의 뚝 떨어지는 중거리슛을 쳐낸 것도 모자라 곧바로 달려드는 박상혁의 밀어넣기 시도까지 온몸으로 막아낸 것이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이태희 골키퍼가 이 위기를 넘긴 덕분에 4분 뒤에 멋진 결승골을 뽑아낼 수 있었다.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들어온 교체 선수 송시우가 또 다른 교체 선수 김도혁에게 기막힌 방향 전환 크로스를 날려주었고, 이 공을 가슴으로 떨어뜨린 김도혁이 왼발 하프발리 대각선슛을 강원 FC 골문 오른쪽 구석에 정확하게 차 넣었다. '크로스 궤적-섬세한 트래핑-시원한 마무리 슛'에 이르기까지 교체 선수 둘이 만들어낸 완벽한 작품이었다.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이후에도 '무고사-오반석-김채운'에 이르기까지 과감한 교체 카드를 활용하며 강원 FC의 안간힘을 끝내 뿌리치고 귀중한 승점 3점을 보탰다. 시즌 13게임만에 네 번째 승리 기록을 찍은 것이다. 지난 시즌 또 하나의 1부리그 생존왕 드라마를 찍은 시즌 통산 7승 기록을 감안하면 놀라운 기록이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매 시즌마다 4승 기록을 이룬 시점을 모아보면 이번 2021년 13게임만에 4승을 거둔 이 게임이 실로 대단한 결과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2020년 네 번째 승리는 FC 서울을 상대로 홈에서 1-0으로 이긴 8월 16일에 이뤘다. 시즌 21게임 만에 어렵게 생존 가능성을 밝힌 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들은 2019년 8월 10일 수원 블루윙즈와의 어웨이 게임을 1-0으로 이겨 시즌 25게임만에 4승을 역시 어렵게 따냈다. 2018년에도 25게임만에 전남 드래곤즈를 홈에서 3-1로 이기고 4승을 거뒀다.
2017년은 가장 늦게 시즌 네 번째 승리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상주 상무와의 8월 12일 어웨이 게임에서 2-1로 어렵게 이긴 것이다. 시즌 26번째 게임이었다.
그 이전에는 이만큼 늦게 시동이 걸리지는 않았다. 2016년 18게임만에 4승(인천 유나이티드 2-1 제주 유나이티드), 2015년 16게임만에 4승(포항 스틸러스 0-2 인천 유나이티드), 2014년 19게임만에 4승(인천 유나이티드 2-0 경남 FC) 기록이 찍혔다.
2013년 4월 20일은 2021년보다 훨씬 빨리 시즌 네 번째 승리 기록이 찍힌 날이다. 상대 팀도 전북 현대라는 강팀이었지만 홈에서 3-1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둔 날이다. 시즌 개막 후 8게임만에 4승을 거뒀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웠던 때다.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8년만에 매우 '낯선' 옛모습을 되찾은 셈이다. 해마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가 되어서야 승리 기록을 조금씩 쌓던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정말로 달라져서 돌풍의 눈으로 떠오른 셈이다. 이들이 어디까지 치고 나갈 수 있는지를 지켜보는 것도 2021 K리그1 관람 포인트 중 하나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