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부터 2014년까지 통합 4연패를 달성한 삼성 라이온즈는 2015년 통합 5연패가 좌절된 후 2016년부터 작년까지 5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삼성 구단 역사에서 가을야구를 하지 못한 시즌이 총 10회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5년은 '구단 역사상 최악의 암흑기'라고 표현해도 전혀 과장이 아니다(삼성이 8위,9위 같은 순위를 찍은 것도 2016~2020년이 처음이다). 

삼성은 길었던 암흑기를 끝내기 위해 FA시장에서 거포 1루수 오재일을 영입하는 등 전력 보강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삼성은 시범경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커다란 악재를 만났다. 작년 11승6패 평균자책점3.58을 기록하며 국내 선수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했던 토종 에이스 최채흥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것. 내복사근 파열 부상을 당한 최채흥은 약 8주의 재활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시즌 개막을 한 달 앞둔 시점에서 에이스가 부상을 당한 만큼 삼성의 허삼영 감독은 최채흥의 자리를 대신할 새로운 선발투수를 낙점해야 한다. 최채흥의 부상은 삼성에게는 분명 큰 악재지만 선발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며 시즌을 준비했던 나머지 투수들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과연 최채흥의 빈 자리를 메우며 올 시즌 초반 삼성 선발진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게 될 선수는 누구일까.

부상 후 구속 증가, 슈퍼 루키의 화려한 부활?

최채흥과 양창섭은 지난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각각 1차 지명과 2차1라운드(전체2순위)로 나란히 삼성 유니폼을 입은 입단동기다. 최채흥은 빠른 공을 가진 좌완 유망주로, 양창섭은 2년 연속 덕수고의 황금사자기 우승을 이끌며 MVP에 선정된 '즉시 전력감'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삼성 팬들은 두 선수가 나란히 삼성의 마운드를 이끄는 핵심투수로 성장해 주길 기대했다.

최채흥도 입단 첫 시즌부터 8경기에서 4승을 올리며 주목을 받았지만 최채흥보다 먼저 야구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투수는 양창섭이었다. 양창섭은 루키 시즌부터 선발 투수로 활약하며 19경기에 등판해 7승6패5.05라는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프로 입단 첫 시즌 29홈런84타점108득점을 기록한 강백호(kt위즈)라는 '괴물타자'가 없었다면 신인왕을 노리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활약이었다.

하지만 루키 시즌 이후 두 선수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최채흥이 2년 차 시즌 106.2이닝을 던지며 삼성 마운드의 희망으로 떠오른 반면에 양창섭은 스프링캠프 도중 팔꿈치 인대가 손상돼 수술을 받으며 시즌 아웃됐다. 최채흥은 3년 차 시즌 11승을 올리며 삼성의 토종 에이스로 떠올랐지만 2019 시즌을 통째로 쉰 양창섭은 작년에도 1군에서 6.2이닝 밖에 던지지 못했다(허삼영 감독 역시 작년 양창섭을 무리해서 투입하지 않았다).

양창섭은 올 시즌 2년의 공백을 깨고 다시 풀타임 시즌에 도전한다. 공교롭게도 시즌 초반 입단 동기 최채흥이 빠져 나간 자리를 메워야 하는 새로운 임무를 얻었다. 경쟁자들의 면면이 만만치 않지만 2018년의 구위를 회복한다면 양창섭이 가장 먼저 기회를 얻을 확률이 높다. 양창섭 역시 올해 부상 후유증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야만 다시 삼성 마운드의 미래로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

양창섭은 지난 3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연습경기에서 시속 147km의 강속구를 던지며 부활에 대한 희망을 높였다. 2018년 양창섭의 속구 평균구속이 시속 141.1km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술 후 구속이 더욱 빨라진 셈이다. 이미 루키 시즌에 선발투수로 좋은 활약을 했던 경험이 있는 양창섭이 더 좋아진 구위로 선발진에 복귀한다면 수술 전보다 나아진 성적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두 명의 좌완 유망주와 베테랑 투수들도 가세 

작년 KBO리그는 '슈퍼루키' 소형준(kt)의 돌풍이 매우 거셌다. 소형준은 이강철 감독의 관리를 받으며 규정 이닝을 채우지 않았음에도 시즌 13승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차이로 신인왕을 차지했다. 그리고 소형준이 다녔던 유신고에는 소형준과 함께 원투펀치로 활약하며 유신고와 청소년 대표팀의 마운드를 이끌었던 좌완 투수가 있었다. 202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1라운드(전체5순위)로 삼성에 지명된 허윤동이 그 주인공이다.

허윤동은 소형준이나 이민호(LG트윈스)처럼 붙박이 선발로 활약하진 못했지만 삼성 마운드의 빈자리를 채워주며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만약 작년 시즌 삼성의 성적이 좋았다면 허윤동의 활약도 더욱 빛났을 것이다. 2승1패4.80의 성적은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11번의 등판을 모두 선발로 출전하면서 귀중한 마운드 경험을 쌓았다. 부상 당한 최채흥과 같은 좌완이라는 점도 시즌 초반 허윤동의 선발 활약을 예상할 수 있는 이유다.

대구고 2학년 때 전국대회 2관왕 주역으로 활약했던 2년 차 좌완 이승민도 선발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힌다. 174cm79kg으로 체격이 크지 않고 구속도 썩 빠르지 않지만 정교한 제구력으로 겁 없이 타자들을 상대하는 배짱이 돋보이는 투수다. 아직은 프로에서의 경험이 부족하지만 경기 운영 능력만 더 보완된다면 '삼성의 유희관'으로 성장할 여지가 보이는 유망주다(물론 유희관보다는 약 3km 더 빠른 공을 던진다).

삼성 마운드의 '대신맨' 김대우 역시 최채흥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후보로 손색이 없다. 작년에도 선발 9경기를 포함해 28경기에서 3승7패1홀드5.10을 기록했던 김대우는 선발 자리에 구멍이 생기거나 선발 투수가 일찍 무너졌을 때 주로 등판해 빈 자리를 메우는 투수다. 만약 김대우가 최채흥의 빈 자리를 잘 메워준다면 리그에서 흔치 않은 잠수함 투수인 만큼 최채흥 복귀 후에도 선발 자리를 지킬 확률이 적지 않다.

올 시즌 삼성 불펜은 마무리 오승환을 필두로 좌완 임현준과 노성호, 잠수함 심창민과 우규민, 우완 최지광과 이승현,김윤수 등이 불펜진을 형성할 예정이다. 이렇게 불펜진이 구성되면 2017년 마무리, 2018, 2019년 필승조로 활약했다가 작년에 부진했던 장필준의 자리가 애매해진다. 만약 장필준이 80개 이상으로 투구 수를 늘린다면 선발 변신도 고려할 만하다. 장필준은 작년에도 선발 2경기 등판에서 10이닝 3실점으로 비교적 호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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