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 포스터
판씨네마
영화계에 관심을 두지도 않고 있었던 지난해 말부터 영화 <미나리>의 이름이 자주 귓가에 와 닿았다. 한국계 미국인 감독이 한인 이민자의 이야기를 담아 만든 이 영화에는 역시 한국계 미국인인 배우와 우리나라에서 날아간 한국인 배우들이 출연했다고 했다. 그런 영화가 넓은 미국 땅에서, 그 넓이 만큼이나 많은 수의 영화제에서 그 작품성을 인정받는다는 소식이었다.
나름 '국뽕'의식이 차올라, 영화 트레일러와 배우·감독의 인터뷰, 영화에 열광하는 미국인들의 예찬성 기사를 찾아보고 나니 영화에 대한 기대가 한껏 높아졌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미나리를 개봉한 3월 초까지 영화의 수상 소식들이 가열차게, 지속적으로 들려오지 않았나.
영화에 대한 나의 기대는 이런 것이었다.
1. '<기생충>처럼, 풍부하고 선명할 것이다'
현재의 <미나리> 현상은 작년의 영화 <기생충> 신드롬을 데자뷔로 떠올리게 하는데,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이 영화도 <기생충>과 같은 면이 있을 것 같다는 예상을 하게 되었다. 즉, 이 영화 또한 확실하고 풍부한 내러티브를 제공하고 미장센과 촬영기법의 구성 또한 매우 '알찬' 영화일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이 작품이 흔히 상상하는 할리우드 영화가 아닌 줄은 알고 있었다. 영화에 출연한 배우 윤여정이 한 인터뷰에서 "브래드 피트가 운영하는 회사의 작품이라고 해서 돈도 많이 주고 상황도 편할 줄 알았더니 열악하기 그지 없었다"고 말할 정도로, 영화는 독립 영화로서 그 '독립성'을 오롯이 지켰다고 했으니 설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기대했을까. 그럼에도 이렇게 큰 찬사를 받을 정도면 어느 정도 영화적 요소의 풍성함이 있을 거라 예상했고 그와 더불어 대중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만큼은 매우 선명할 것이라 생각했다.
2. '윤여정의 할머니 연기는 주저없이 통통 튀는 것이 그 매력일 것이다'
트레일러에 예고된 영화 속 그녀는 일반 할머니의 후덕한 모습이 아니었고 고스톱과 레슬링을 좋아하며, 명랑하고 위트가 넘쳐 전형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영화 속 손자인 데이빗(앨런 킴 분)조차 "할머니는 진짜 할머니같지 않아요"라고 불만을 토로했고 많은 매체들이 그녀의 연기에 '윤여정만의 할머니'라 보도했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 정말 그럴 줄만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