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백> 스틸 컷
리틀빅픽처스
한편 지역 아동복지센터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오순(박하선 분)은 요즘 학교에 자주 가지 않는다는 보라(감소현 분)에게 자꾸 신경이 쓰인다. 학교에서 연락을 받고 선배 미연(서영화 분)과 함께 보라의 집에 방문한 오순은 멍이 든 다리로 텔레비전에 집중하고 있는 보라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어질러진 거실에는 소주병이 여기저기 널려 있고, 부엌엔 설거지거리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보라는 어머니가 몇 년 전 지병으로 사망한 이후 아버지와 단둘이 지낸다. 사업에 실패한 후 일용직을 전전하는 보라 아버지는 '여자가 배워봤자 성질만 나빠진다'며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기 일쑤다. 오순은 보라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현실을 토로하지만 선배 미연은 "지난번처럼 또 사고치면 그땐 센터에서도 어쩔 수 없다"며 오순을 다그치기만 한다.
영화는 두 가지 이야기를 교차로 보여주면서 아동학대 문제에 관한 직접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아이가 부모에게 학대 당하고 있다는 걸 뻔히 알지만 경찰도, 아동복지센터도, 학교도, 병원도 아이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모습은 보는 관객도 고통스럽게 만든다. "다리에 멍든 정도는 '사랑의 매'"로 취급하며 아이를 부모에게 돌려 보내게끔 하는 법과 제도 때문이다.
극 중에서 아버지의 폭행 때문에 뇌수술을 하게 된 아이도 치료가 끝나면 가정의 품으로 돌아가야 한다. 학대 의심 정황이 뚜렷하지만 어머니가 한사코 "학대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어서다. 의사는 "아이가 집에 가면 조만간 또 병원에 오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지만 사회복지사 미연은 "그렇게 되지 않게 잘 감시하겠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영화 <고백> 스틸 컷
리틀빅픽처스
별개의 사건처럼 진행되던 두 이야기는 영화 말미에서 관객이 예상하는 대로 하나의 커다란 줄기로 합쳐진다. 영화가 제공하는 반전 역시 충분히 예측 가능한 수준이다. 대신 영화는 반전이 주는 스릴이나 긴장감보다는 아동학대 문제에 섬세하게 접근하는 것에 더욱 집중한 모양새다.
학대 장면을 직접적으로 거의 보여주지 않는 점이나 과거 학대 당했던 피해 아동의 트라우마를 표현한 부분, 피해 아동이 부모의 방식을 학습하는 묘사 등은 민감하고 조심스러운 주제를 다루는 감독의 고민이 읽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연출을 맡은 서은영 감독은 지난 2015년 영화 <초인>으로 부산국제영화제 대명컬처웨이브 상을 수상한 신예다.
무엇보다 무겁고 답답한 아동학대의 현실을 보여주면서도, 피해 아동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 작품이다. 2월 17일 개봉.
한 줄 평: 우리가 반드시 지켜봐야 할 현실
별점: ★★★(3/5)
영화 <고백> 관련 정보 |
감독: 서은영
출연: 박하선, 하윤경, 감소현, 서영화, 정은표
제작: 퍼레이드픽쳐스
배급: 리틀빅픽쳐스
러닝타임: 99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 2021년 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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