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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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면이 더 많은 작품이었다. 질타를 받을까 오히려 걱정했는데 예상 외로 좋은 반응을 얻어서 너무 감사하다. 그렇지만 저는 연기적으로 보완할 게 많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12월 1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에서 국어교사 정재헌(김남희 분)은 시청자들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인물 중 하나다. 극 초반부만 해도 정재헌은 딱딱하고 재미 없을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정직하고 바른 모습 사이에서도 살짝 보이는 위트와 유머는 점점 그의 매력에 빠져들게 만든다. 물론 이는 배우 김남희가 보여준 연기의 힘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30일 온라인 화상채팅을 통해 만난 김남희는 오히려 아쉬운 게 많았다고 손사래를 쳤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은 욕망에 잠식된 사람들이 괴물로 변하는 전대미문의 재난 상황에 맞서는 그린홈의 입주민들을 그린 작품. 김남희는 칼을 들고 싸우는 국어교사 정재헌 역을 맡았다.
극 중에서 정재헌은 말 끝마다 "신의 뜻입니다"를 반복하는 신실한 크리스천으로 주변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만든다. 하지만 칼을 들고 괴물에 맞서 싸우고,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몸을 날려 희생할 줄 아는 멋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드라마 팬들이 정재헌 캐릭터에 열광했던 까닭도 그래서였다. 그러나 김남희는 이러한 인기와 호평을 전혀 예상 못했다며 아쉬웠던 첫 촬영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사실 저 개인적으로는 아쉬웠다. 정재헌 캐릭터를 더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너무 정적이거나 혹은 멋진 무사, 따뜻한 사람으로만 단적으로 보이지 않게 하고 싶었다. 허당기도 있고 어리버리 할 때도 있고 위트가 있기도 하고. 그렇게 다양하게 표현하지 못한 부분이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는다. 초반 촬영 때는 (긴장해서) 경직되기도 했다. 반성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첫 촬영에선 연기가 잘 안 됐다. 극 중에서 윤지수(박규영 분)를 처음 만나는 장면이었는데 이응복 감독님이 '네 연기가 이상한데 캐릭터가 묘하다. 그냥 이 콘셉트로 가보자'라고 하시더라. 후반부 반전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더 좋은 포석이 될 것 같다는 판단도 있었던 것 같다. 정재헌은 원래 더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처럼 보였어야 했는데 제 컨디션이 안 좋았던 게 사고칠 것 같은 인물로 비쳤던 게 아닌가 싶다. 진짜 (시청자분들이) 예쁘게 봐주신거다. 제 연기에 비해서."
이응복 감독은 김남희를 처음부터 정재헌 역할로 점찍어 뒀다고. 김남희는 "(이응복 감독에게) 이거 남희씨가 연기하면 잘하겠다, 문어체같은 대사도 잘 살릴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제가 연극을 오래 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남희는 드라마에서 성경의 한 구절을 읊는다거나, "안 그래 고깃덩어리?"같은 어색하고 부담스러울 수 있는 대사도 담백하게 소화하며 극을 이끌었다. 김남희는 "운 좋게도 좋은 캐릭터를 주셨다"며 "촬영팀 남자들도 다들 정재헌이 멋있다고 했다"고 귀띔했다.
"사람이 첫인상과 다를 때 더 매력을 느끼지 않나. 뻣뻣한 기독교인인데, 묘한 인상을 풍긴다. 엘리베이터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낯선 여자에게 친한 척을 하는데, 점점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서 사람들이 매력을 느낀 것 같다. 목소리가 좋네, 칼을 쓸 줄 아네, 사람을 구하기 시작하네 이러면서. 저도 그렇게 생각했다. 표현주의로 연기하기 보다는 담백하게 안으로 담고 연기하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