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차인표> 속 한 장면.
넷플릭스
2020년에 찾아온 영화 <차인표>를 보면서 <음악의 신>이 오버랩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차인표>는 한때 대스타였던 배우 차인표가 전성기의 영예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린 영화다. '90년대 스타'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 다수의 출연진들이 실명으로 등장하고 주인공의 실제 인생과 이미지-캐릭터를 모티브로 했다는 점, B급 유머와 자학개그를 강조한 구성까지 사실상 영화판 <음악의 신>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차인표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배우 커리어와 독특한 인간적 매력을 겸비한 인물이다. 1994년 MBC <사랑을 그대 품안에>도 하루아침에 당대의 최고 스타 반열에 오른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이자, 이 작품으로 인연을 맺어 평생의 반려자가 된 아내 신애라와 러브스토리로도 큰 화제가 됐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로는 불운한 작품 선구안과 과장된 오버연기로 인하여 우스꽝러운 패러디의 단골손님으로 전락하는 흑역사도 있었다. 오늘날에는 반듯하고 모범적인 바른 생활 이미지와 달리, 조금은 느끼하고 부담스러운 열정남과 은근히 허당스러운 이미지가 공존하는 배우라고 할 수 있다. 차인표는 정극과 예능에서의 이미지 간극이 유독 크게 부각되는 배우로도 유명한데, 물론 본인은 한껏 진지한 연기를 하고 있음에도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표정과 과장된 캐릭터 때문에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웃기게 느껴진다는 게 '차인표식 연기'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단지 여기까지만 보면 한때 전성기를 누리다가 나이를 먹고 시대흐름에 뒤쳐지며 내리막길로 접어드는 수많은 중견 연예인들과 다를 게 없어보인다. 하지만 차인표라는 배우가 그저 놀림감으로 전락하지 않고, 오히려 '호감 배우'으로 재평가받을 수 있었던 건, 배우 스스로가 과거의 명성에 얽매이기보다 대중과 현실의 간극을 기꺼이 인정하고 받아들일 줄 아는 대인배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연기 외적으로 큰 구설수가 없었고 사회활동에도 적극적이었던 것 역시 대중에게 신뢰감을 준 원동력이었다.
엄청난 충격 선사했던 차인표의 예능 도전
차인표는 알고보면 이상민보다도 시대를 훨씬 앞서 스스로의 이미지를 전복하여 웃음의 소재로 만드는데 두려움이 없었던 배우이기도 하다. 차인표와 이휘재가 1990년대 후반 '립싱크 개그'로 화제를 모았던 희극인 김진수-이윤석 듀오의 '허리케인 블루'를 패러디하며 스틸하트의 히트곡 <쉬즈곤 She's gone>을 립싱크했던 장면은 당시 팬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선사했다.
당시만 해도 차인표에게는 여전히 <사랑을 그대 품안에>의 '섹시한 오렌지족 신사' 이미지가 남아있었던 데다가, 정극 연기자로서의 이미지를 중시하는 주연급 배우가 그 정도로 대놓고 망가지는 경우도 보기 드문 일이었다. 록스타로 분장하고 장발의 가발을 뒤집어쓴 채 세상 진지한 표정으로 립싱크를 열창하던 '예능인 차인표'는 그렇게 세상에 처음 탄생했다.
차인표의 쉬즈곤 패러디 연기는, <사랑을 그대품안에>의 '색소폰 립싱크' 장면, <그대 그리고 나>에서 그레이스 존스의 'I've Seen That Face Before'에 맞춰 몸을 흔들던 '방구석 나홀로 댄스' 장면 , 그리고 <홍콩 익스프레스>에서 선보인 양치질-팔굽혀퍼기-에어로빅 댄스등 이른바 '분노 3종세트' 등과 더불어, 차인표의 인생 4대 몸연기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처럼 차인표는 나름 예능감이 있고 코믹한 이미지에 거부감도 없는 배우다. 하지만 문제는 그의 유머 코드가 이른바 전형적인 '아재 개그'라는 점이다. 차인표는 센스 있는 입담이나 순발력 있는 몸개그보다는, 분위기에 맞지 않는 썰렁한 농담이나 의도하지 않은 진지한 모습으로 피식하고 웃음을 짓게 만드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식의 유머 코드는 영화나 드라마같은 장르에서 구현하기 쉽지 않다.
진정으로 대중이 보고 싶어한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