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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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보며 주연 배우에 대한 팬심은 더욱 두터워졌다. 연예인에 열광하는 사람이 아니어서 좋아도 그만, 싫어도 그만이었는데, 그 드라마 이후 내게 현빈(리정혁)은 드라마에서의 윤세리의 표현을 빌리면 '나의 최애'가 되었다. 수려한 외모에 부드러운 목소리, 첫 연애의 설렘을 그대로 보여줄뿐더러 강직하고 고집스러운 신념까지 갖춘 바람직한 남성의 표상처럼 다가왔고, 그의 연기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생각되었다. 이후 나는 전작에서 그가 맡은 캐릭터까지 소환하며 팬심을 더욱 키워왔고 그 마음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리정혁을 연기하며 그는 북한 역할 전문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실제로는 북한 인물을 연기한 것은 단 두 작품이다. 영화 <공조>에서 과묵하지만 강한 집념을 지닌 북한 형사 '임철령' 역을 맡은 것과 <사랑의 불시착>. 그밖에도 재벌(하이드 지킬, 나), 임금(역린), 사장(시크릿 가든), PD(그들이 사는 세상), 사기꾼(꾼) 등 다양한 역할을 연기했다. <사랑의 불시착>에서 가슴 뛰게 하는 그의 연기가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된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몸을 쓰는 강한 역할이 현빈에게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이번 드라마에서도 그랬지만, 영화 <협상>이나 <창궐>, <공조> 등에서의 연기가 그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고 생각했다. 부드러운 외모에 운동신경까지 장착한 연기는 현빈만의 매력으로 차별화된 인물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실업 1년차의 실의와 절망을 내려놓게 만든 드라마
드라마를 보며 개인적으로는 실업 1년 차의 실의와 절망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드라마가 시작되었던 그해 3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넘치는 시간을 열심히 배우며 꾸준히 무언가를 시도했지만 내게 맞는 적합한 자리는 없는 것 같았다. 무기력해지는 스스로에게 힘을 내라고 독려하고 싶었지만, 생각만 많아 지쳐가던 중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할 일이 없어져버린 상황은 사실상 퇴보를 의미하는 것 같았다. 아침에 나가서 하루를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지만 자신감은 떨어졌고 자존감이 무너지던 때였다. 그때 만난 이 드라마로 일상생활에서의 긴장이나 조급함을 잠시 풀어놓았던 것 같다. 최선을 다해 살았으니 주말은 내가 원하는 것으로 즐겨도 되지 않을까란 생각도 했다. 드라마를 보며 하루하루의 정신적 피로와 한 주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버렸고 조금은 활기를 얻고 웃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