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 알린 토론토 블루제이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SNS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개막과정과 순탄치 않던 60경기의 초단기 시즌이 끝나고, 10월의 야구는 예정대로 팬들을 기다리고 있다.
28일, 밀워키 브루어스가 극적으로 8번 시드를 손에 넣음으로서, 정규시즌 마지막날까지 혼전의 순위결정전이 모두 끝이 났다. 당초 매우 희박해보이는 확률이었으나 경쟁팀 필라델피아 필리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모두 패하면서 밀워키가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올라갈 수 있었다.
한편, 이번 포스트시즌은 기존 10개 팀이 와일드카드 매치업과 각 지구별 우승팀 3팀의 4개 시드로 구성되어 월드시리즈를 놓고 다투던 방식에서, AL, NL에서 8팀씩 16개팀이 처음부터 토너먼트를 치르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에 가을야구에 참석할 수 있는 팀이 늘어나고 새로운 기회를 엿볼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새로운 기회가 열리면서, 작년 자신들의 지구에서 3-4위를 차지했던 팀들은 물론, 리그 전체 최하위를 다투던 팀들도 전력을 재정비, 포스트시즌 경쟁에 참전해 긴장감있는 승부를 연출했고, 최근 3-4년 정도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던 5개 팀이 잠시 삐끗했던 시카고 컵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함께 새롭게 도전자로 가을무대에 서게 됐다.
▶ 샌디에고 파드리스 (NL 서부 2위, 37승 23패)
팬그래프 기준 타선 fWAR NL 1위, 투수 NL fWAR 4위, def NL 3위
샌디에고는 원래 일찍 터져야 했던 팀으로 예상됐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재작년과 작년 어마어마한 투자를 통해 FA 거물 타자를 둘이나 영입했기 때문이었다. 그간 팜을 잘 육성해냈고, 기다림 끝에 투자도 단행했으니 팬들이나 전문가들에게 이제 그들이 대권 도전을 천명한다는 시그널을 주기에 충분했었고, 모두 그들의 행보를 주목했다.
하지만 결과는 2년 연속 지구 최하위였다. 호스머-마차도 두 명에게만 거의 4억 5천만 달러를 들였지만, 실망을 넘어 너무할 정도로 결과물이 참담했다. 신인 투수 파닥과 유격수 타티스 주니어가 성공적으로 나오긴 했지만, 많은 시간 잘 가꿔온 팜에서 길러낸 대부분의 선수들이 정착하지 못했던 것이 너무나도 뼈아팠다.
결국 기존에 만들어가던 로스터는 폐기 처분됐고, 선수들이 많이 포함된 트레이드를 꾸준히 성사시켜 팀 구성을 팜 중심에서 영입선수 중심으로 개편했다. 이 전략이 적중하여 팀에 새로운 바람이 불었고, 팜의 몇 안되는 성공작으로 평가받는 타티스 주니어의 지휘 아래 놀라운 반전을 만들고 가을야구 데뷔를 기다리고 있다.
▶ 시카고 화이트삭스 (AL 중부 3위, 35승 25패)
팬그래프 기준 타선 fWAR AL 1위, 투수 fWAR AL 5위, def AL 5위
2019시즌의 화이트삭스의 위치는 다음에 소개될 토론토의 위치와 거의 비슷했다. 스탑갭(유망주를 기다릴 동안 빅리그 공백을 메울 선수) 선수들의 비중이 점점 사라지고, 그 자리에 주요 유망주들이 대부분 들어와 정착 내지는 경험치를 쌓고 있었다.
팀 전력 구상을 실현시켜가던 화이트삭스는, 팜에서 미처 채워주지 못했거나 부족했던 부분들을 영입을 통해 메우기 위해 작년 겨울 분주히 움직였다. 그 결과 카이클, 그랜달, 엔카나시온 등의 베테랑 선수들을 영입하고 팀 최고 유망주 루이스 로버트에게도 일찌감치 연장계약을 안기는 등 겨울에만 약 2억 5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지난 겨울의 투자가 대부분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진 가운데, 공격에서 2017시즌 이후 최고 페이스를 선보인 타선 리더 호세 어브레유의 각성이라는 반가운 소식도 겹쳤다. 카이클은 루카스 지올리토와 짝을 이뤄 원투펀치를 결성했고, 핵심불펜자원 애런 범머의 불의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12세이브의 알렉스 콜로메를 필두로 한 불펜진도 철벽을 형성했다. 이제 그들은 이 성과를 가을에도 보여주길 원하고 있다.
▶ 토론토 블루제이스 (AL 동부 3위, 32승 28패)
팬그래프 기준 타선 fWAR AL 10위, 투수 fWAR AL 10위, def AL 11위
에릭 소가드, 프레디 갈비스, 브랜든 드루리. 작년 초중반 주전 선수로 볼 수 있던 이름이다. 이제 이 자리는 보 비솃, 케번 비지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라우디 텔레즈 등이 대신하고 있다. 선발투수 쪽에서 보유하던 유망주들이 거의 다 주저앉으면서 작년 성적은 볼품없긴 했지만, 구상해둔 완전체 타선이 처음으로 뭉친 해가 됐다.
그 결과 작년 오프시즌부터 지금까지 토론토의 행보는 투수 보강에 집중되어 있었다. 지난 8월 있었던 보 비솃의 부상 이탈을 대비해 영입한 조너선 비야 정도를 제외하면, 타선 쪽에 눈에 띄는 보강은 없었다. 반면, 4년 8000만 달러라는 거액계약을 주면서 류현진을 모셔온 것 외에도 빅리그 경험이 풍부한 로악, 앤더슨, 워커, 레이, 스트리플링까지 데려오며 마운드 쪽 깊이를 더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다.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마운드 쪽은 걱정거리가 많다. 하지만 류현진-워커의 원투펀치가 새로 만들어졌고, 슈메이커가 뒤를 받치면서 로테이션이 어느 정도 뼈대를 갖추고, 작년의 선발 경쟁자들이 다행히도 불펜에서 호투하며 투수 전력을 만들어냈다. 이들이 상대를 억제하면, 파워히터가 된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그들이 자랑하는 2세 선수들 그리고 베테랑 랜달 그리칙이 이들을 받치며 마운드를 공략해냈다.
아직 전력이 불완전하나, 토론토의 젊은 선수들은 계획보다 이른 시기에 포스트시즌 기회를 확보해 '미래형 강팀'의 초창기 성과를 팬들에게 보고하려 한다.
▶ 마이애미 말린스 (NL 동부 2위, 31승 29패)
팬그래프 기준 타선 fWAR NL 12위, 투수 fWAR NL 15위, def NL 7위
에이스의 죽음, 황금 외야진의 해체, 구단주 그룹의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행보... 최근 몇년 간의 마이애미 말린스의 행보였다. 2000년대 초반 이후 황금기를 보지 못했던 마이애미는 아마도 지금 이맘때를 목표로 하고 2010년대 중반부터 크리스티안 옐리치, 호세 페르난데스, 스탠튼, 마르셀 오주나 같은 선수들을 육성해왔을 것이다.
하지만 2016시즌 말미 페르난데스가 보트사고로 사망하면서부터 마이애미의 꿈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이것이 나비효과가 되어 마치 경제에서 더블딥 현상을 겪듯 다시 기나긴 전력 재정비의 시간으로 돌아가버리고 말았다.
여전히 최하위에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2020시즌. 설상가상 코로나 집단감염으로 이미지는 더 추락하며 가시밭길을 예약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7번의 7이닝 더블헤더에서 10승을 쓸어담고, 28경기의 3실점 이하 경기에서 24승을 챙기는 등 가진 전력이 대단치 않았음에도 효율적으로 1승씩 챙겨왔다. 득실차가 -41이었음에도 5할을 넘긴 것은 이런 승수가 모여 만든 결과였던 것이다.
이제 그들은 '스티브 바트만 사건' 의 좋은 기억이 있던 리글리필드로 가서 17년만의 가을무대에 선다.
▶ 신시내티 레즈 (NL 중부 3위, 31승 29패)
팬그래프 기준 타선 fWAR NL 9위, 투수 fWAR NL 2위, def NL 11위
2013시즌 추신수-보토라는 황금 출루라인을 가졌던 시절을 끝으로, 신시내티는 강팀의 반열에서 빠르게 사라져갔다. 당시의 좋은 선발투수들 중 호머 베일리를 택해 연장계약을 줬던 것이 부상 암초에 실패했고, 추신수와 함께 했던 타선 멤버들도 보토를 제외하면 노쇠화를 겪고 부침을 겪거나 트레이드로 정리가 되면서 2013시즌 수준의 파괴력도 다시 볼 수 없었다.
2018시즌 스쿠터 제넷과 에우헤니오 수아레즈가 보토의 새로운 조력자로 떠올랐고, 선발 유망주 카스티요의 등장과 불펜 안정화가 이뤄지자 팀도 투자 준비를 했다. 소니 그레이의 재기에 자신감을 보이며 영입했고, 야시엘 푸이그-맷 켐프 트레이드도 해내는 등 외부충원에 나서는 모습이었다. 그 움직임은 트레버 바우어를 받아들이는 트레이드에 이어 빅네임 FA 카스테야노스와 무스타커스 영입으로 정점에 달했다.
그렇게 호기롭게 시작했던 2020시즌. 비록 초반엔 크게 흔들렸지만 9월 들어 본실력이 나오기 시작했고, 시즌 최후반에 가서야 얻은 플러스 승률마진을 끝까지 사수해냈다. 타자친화구장을 쓰면서도 최상위 수준을 유지한 선발진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엄청난 삼진 페이스로 타자들을 돌려세우며 팀의 7년만의 가을야구를 견인한 신시내티 투수진의 기세를 가을에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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