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꽃>의 한 장면
tvN
공감 능력과 죄책감 결여, 낮은 행동 통제력, 극단적인 자기 중심성. 이러한 성향의 인간을 우리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 즉 사이코패스라고 정의한다.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에서 도현수의 어릴 적 친구라는 김무진 기자(서현우 분)는 그를 '사이코패스'라고 단언한다.
그런데 '사이코패스'면 모두 '살인범'이 되는 것일까? '사이코패스'면 무조건 다 나쁜 놈일까? <공항가는 길>, <마더> 등을 통해 관습적이고 통념적인 관계에 역설적인 질문을 던져왔던 김철규 피디가 이번에도 그 단어만으로도 '범죄'가 연상되는 '사이코패스' 주인공을 통해 '인간'에 대해 묻는다.
사이코패스의 과거
어릴 적부터 남들과 다른 행동 양상을 보였던 도현수(이준기 분)는 현재 병원장인 백만우(손종학 분)와 약사인 공미자(남기애 분)의 아들 백희성으로, 그리고 차지원 형사(문채원 분)의 남편으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자상한 남편이자 아빠로 살아가던 '금속 공예가' 백희성의 일상은 도현수를 알고 있는 김무진 기자의 등장과 한때 동고동락했던 남순길의 죽음으로 인해 흔들리기 시작한다.
도대체 도현수는 어떤 과거를 가지고 있기에 자신의 신분을 숨기며 살아왔던 것일까?
2002년 연주시를 흔든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인 도민석이 도현수의 아버지다. 마을 사람들은 평소에도 이상한 태도를 보이던 도현수를 아버지가 벌인 살인 사건의 공범이라고 의심한다. 거기서 한 술 더 떠 도현수가 사라지던 당시 벌어진 이장 살해 사건의 범인이 도현수일 것이라 추정한다. 그로부터 18년이 흘렀지만, 도현수는 여전히 이장 살해범으로 용의자 신분인 상태다.
우연히 김무진을 만나게 되면서 도현수(백희성)는 과거를 회고하게 된다. 하지만 도현수 기억 속 김무진은 친구가 아니었다. 김무진은 도현수가 자신들과 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따돌림과 폭력을 행사했다. 김무진이 도현수의 머리 속에서 길어올린 건 그뿐이 아니다.
과거 도현수와 중국집에서 일했던 남순길이 살해당하면서 도현수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고 그와 동시에 '연주시 연쇄살인사건' 또한 주목을 받는다. 도현수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어릴적 살았던 가경리로 찾아과는 과정에서 또 하나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과거 도현수는 아버지처럼 귀신 씌인 아이라며 마을 굿판에 던져졌고 '집단 린치'를 당했다. 그날의 기억은 그에게 오롯이 트라우마로 남았다.
드라마 <악의 꽃>은 사회적 관계를 맺는데 서투르다는 이유로, 혹은 보편적으로 볼 수 있는 인간형이 아니란 이유로, 그리고 아버지가 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만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낙인 찍혀 괴롭힘을 당했던 한 인물에 카메라 초점을 맞춘다. 거기서 우리가 마주할 수 있는 건 명백한 범죄 혐의를 확인하지도 않았으면서 타자의 시선과 타자의 통념만으로 누군가를 규정하고 무리 밖으로 내쳐버리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누가 더 사이코패스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