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도극장>에서 기태 역을 맡은 배우 이동휘의 모습.
명필름랩
"상업영화? 독립영화? 그보단 시나리오가 더 중요해..."
- 영화 <국도극장>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영화에는 다양한 장르와 이야기가 있다. 분명 화려하고 스펙터클한 사람들의 이야기들도 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은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 속에서 살아간다. 나 역시도 배우로 살아가고 있지만 그렇게 극적인 상황들은 사실 별로 없는 편이다. 그래서 나는 소소하고 평범한 삶 속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 표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동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때마침 시나리오를 읽게 되었다."
- 촬영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실제로 촬영 현장에서 느껴지는 기쁨이 컸다. 그리고 감독님과의 호흡도 굉장히 좋았던 것 같다. 감독님이 소설처럼 시나리오를 썼다는 생각이 들더라. 직접 그 글을 썼던 분이 연출하시는 것이라 소통이 더 쉬웠던 것 같다. 다만 감독님과 저 역시 담배를 안 피다 보니 한 장면(담배씬)은 놓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어떤 장면을 말하는 것인가?
"극 중 담배를 자연스럽게 피워야 하는 장면이었다. 담배 피는 연기를 지금 다시 찍는다면 조금 더 자연스럽게 찍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영화 찍기 전, 마지막으로 담배를 사서 펴본 적이 아마도 7년 전일 거다. 조금 더 입에 머금고 있었어야 했는데 담배가 너무 싫어서 급하게 빼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을까, 걱정이 크다."
- 그간 맡았던 역할과는 다소 다른, 기태라는 약간 어둡고 다운된 캐릭터를 연기했다.
"인간은 누구나가 외로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 역시 내재된 외로움이 있다. 기태를 연기하면서 이런 외로움을 극대화 시켰던 것 같다. 어렸을 때 외동아들로 자랐다.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셔서 그로 인해 생기는 외로움이 있었다. 그렇다 보니 그런 부분들을 기태와 접목시키게 되었다. 기태는 혼자 있어도 엉엉 울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나리오 읽었을 때 굉장히 마음이 아팠다. 연기하는 기간에는 저도 기태의 감정에 많이 젖어들었던 것 같다."
- 기태 연기를 하기 위해 준비한 것들이 있었나? 그 과정이 궁금하다.
"시나리오를 봤을 땐 기태가 '좀 찌그러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예를 들어 저는 어린 시절부터 오른쪽으로만 가방을 메고 다녀서 어깨가 좀 쳐졌는데 평상시에는 몸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기태 역을 할 때는 몸의 균형을 일부러 맞추지 않는 등의 자세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리고 눈썹도 거의 안 그리는 등 메이크업 자체를 거의 안 한 느낌으로 준비했다. 마치 단벌로 살아가는 청년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
이동휘에게 위로를 준 영화 <국도극장>
- 영화 촬영을 하면서도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극장의 간판 그림이 기태 얼굴로 바뀌어져 있다. 세상에는 많은 사연들과 이야기들이 있다. 각자 삶에선 본인이 주인공이다. 영화에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뭔가 이뤄내야지'라며 살아가던 기태가 고향으로 돌아와 자기 자신만의 인생을 고민하고 꾸려가는 과정이 나온다. 그걸 연기하면서 너무 과하게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과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쉬어가며 살아가도 된다는 마음이 내게도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관객분들도 누구나 자기 삶의 주인공이기 때문에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면 어떨까한다."
- 서울 출신인 것으로 아는데, 사투리 연기는 어떻게 한 것인가?
"전라도 사투리는 이한위 선배님께 배운 것이다. 이한위 선배 집 앞 주차장에서 만나 스파르타식으로 훈련했다. 서울 물을 먹은 전라도 사투리, 어설픈 전라도 사투리 등 다양한 버전으로 꼼꼼하게 검수를 해주시더라."
-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기태가 노릇노릇하게 구운 고등어 반찬에 밥을 먹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있다. 고등어가 반 이상은 했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져 있더라. 그걸 보니 더 슬퍼졌다. 정말 엄마가 구운 것 같은 느낌이었다. 고등어 때문에 슬픈 감정이 더 치솟았던 것 같다. 토해내듯 울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기태는 그런 타입이 아니다. 혼자 있을 때도 마음 편히 우는 것이 어색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이동휘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