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수업
넷플릭스
미성숙한 아이들의 '인간 배우기'
그런데 이 자극적인 설정과 폭력이 난무하는 드라마의 제목은 아이러니하게도 '인간 수업'이다. 드라마에는 오지수를 비롯한 3명의 고등학생이 등장한다. 그들은 어른들 뺨치게 야무지다 못해 도발적인 청소년들이다.
두 개의 핸드폰을 가지고 최첨단 앱을 이용, 자신의 목소리를 변조해 신분을 숨기며 포주업을 하는 오지수는 자신이 하는 일을 그저 '거간꾼' 정도라고 생각한다. 자신과 같은 학생인 서민희가 조건 만남에 나서지만 그런 일로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극 후반에 들어서 종종 등장하는 지수의 무의식을 반영한 '꿈' 장면에서는 그의 모든 판단은 '1등급'이냐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돈을 다 잃고도 학교에 가고, 죽을 뻔한 위기를 넘기고서도 학교 책상에 엎드리고야 마는 그에겐 학교에서 살아남는 것이 1순위다. 비도덕적이라기보다는 '탈도덕'적인 상태라 해야 맞겠다.
그런 지수보다 한 수 위의 존재가 나타난다. 공부는 잘하지만 도통 학교 사회에서 존재감이 없는 지수와 달리, 남학생들과 어울려 운동을 하고, 각종 학교 생활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배규리가 그 주인공이다.
오지수를 알게 된 배규리는 그가 자신에게 보이는 호의에 응하는 듯하면서도 그를 포주라 욕한다. 그러면서도 그가 벌어들인 돈을 보고 그 돈이라면 자신을 가정의 부속품처럼 다루는 부모에게서 '탈출'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곤 오지수의 사업에 가담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런 배규리의 '욕망'이 적극적이면 적극적일수록 오지수의 사업은 점점 꼬여만 간다. 아버지가 지수의 돈을 가지고 달아나고, 조폭이 얽히고, 납치와 협박이 난무하는 지경에 이르러서는 지수는 물론 배규리의 목숨조차 위태롭게 된다. 그럼에도 규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지수가 좌절하고 절망하는 상황에서도 규리는 사업을 놓지 않으려 한다. 도덕이란 경계 자체를 비웃는 규리의 탈도덕적 레벨은 어쩌면 지수보다 한 수 위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오지수의 '공급원', 서민희가 있다. 부모 없이 고모네 집에 얹혀 사는 민희는 사랑하는 기태에게 좋은 선물을 사주기 위해 조건 만남에 나선다. 기태가 자신을 돈 때문에 옆에 두는 줄 뻔히 알면서도 사랑을 갈구하는 민희는 조건 만남의 폭력적인 상황에 맞닥뜨리면서 공포가 폭발하고 만다.
오지수, 배규리, 서민희 이들 세 명은 서로 다른 원인을 가지고 '탈도덕적 경계'에 선 위기의 존재들이다. 서로 다른 이유를 가졌지만 결국 어른들이 만들어 낸 문제의 희생양들인 것이다. 방기된 가정, 혹은 과잉 기대로 조련되는 가정, 그게 아니면 상실된 가정 속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어떤 게 '인간'의 진짜 모습인지 배울 기회를 잃거나, 아니면 그런 기회를 버린다.
그래서 마치 동물들처럼 각자의 욕망을 저마다의 방향으로 분출하며 뜻하지 않은 사건 사고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들과 그들 주변 사람들을 위기에 빠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