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교황> 스틸컷
넷플릭스 코리아
이러한 교회의 모습을 보며, 십계명의 '살인하지 말라'는 말을 경제적 살인을 자행하지 말라는 준엄한 경고로 바꾸는 교황의 모습에서 진정한 종교인의 역할과 참된 종교의 가치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코로나 19의 확산 원인이 '신천지'로 인해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고 '심각' 단계에 이르게 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또 그들의 교리와 포교의 방식, 코로나 19에 대응하는 그들의 태도는 비이성적이고 비상식적이다. 국가적 재난의 수준까지 몰아넣은 그들의 잘못에 비해 국민들에게 사과하는 모습이나 사태의 수습을 위한 협력이라는 것이 종교집단은 고사하고 상식 있는 집단의 행동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에 오르고 난 이후 파격 행보를 이어간다. 세계 여러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 소외받는 사람들, 약자를 만나며 그들의 고통을 세상에 알리고 그들의 편에 선다. 진정한 종교, 종교인의 자세의 기본을 보여주고 있었다.
"모든 공동체는 가난한 자들의 해방과 옹호를 위해서 장벽이 아니라 다리를 지어라."
공동체의 가치가 지켜지기 위해서는 소통과 통합이 필요하다. 개별화되고 개인화된 사회에서는 공동체적 가치를 이해하는 것도 실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런데 현대 사회는 구성원끼리, 단체끼리 더 단단하게 결속하고 그들만의 세상을 만든다. 더 높고 더 견고한 장벽을 세우고 있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단단한 장벽이 아니라 다리다. 팔레스타인 장벽에 쓰여 있는 글귀를 가지고 교황은 통합과 소통을 이야기하고 가난한 자들의 해방과 돌봄을 말한다.
약국에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다. 왜 서 있는지 궁금하여 줄을 따라가니 약국 문 앞에 마스크 판매 팻말이 붙어 있었다. '(오후) 7시 40분부터 30명에게 5매씩 7천 원에 판매'. 마스크를 사기 위해 내가 그곳을 지나던 시간이 판매 2시간 전, 이미 30명은 서 있는 것 같았다. 아침에 방송을 틀으니, 이미 마스크의 공급량을 계산해 보았을 때, 시중에 내놓은 양이 이미 상당하고, 마스크를 사지 못해 품귀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진행자는 말했다.
우리 집에도 남은 마스크가 없다. 마스크를 살 수가 없으니 방한용 마스크 몇 개를 빨아가며 사용하고 있다. 이게 바이러스 퇴치의 효용이 있는지 없는지는 다음 문제다.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장소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따가운 시선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마스크를 착용해야만 하고, 그럴 때를 대비해 준비해두는 것이다.
"자신을 벗어나서 이기적으로 행동하지 않기가 어려울 때도 있지."
줄을 선 사람들 중에는 당장 사용할 것만이 아니라 내일 쓸 것도, 모레 것도, 가족들 모두가 사용할 것도 사야 하고, 이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니 수고하는 김에 더 많이 장만해두려는 생각일 수도 있다. 평범한 사람이 자신을 벗어나서 이타적이기는 어렵다. 교황이 되는 분도 이렇게 말하는데 하물며 평범한 사람들이야 오죽하겠는가.
▲영화 <두 교황> 스틸컷넷플릭스
삶은 출렁인다. 이번 코로나 19 사태를 맞으면서도 생각한다. 살아가다 보면 새로운 물결이 다가오고 그 물결에 휩쓸려 허우적거리기도 하고 요행히 안전한 배를 타고 위기를 넘길 수도 있다. 간신히 위기를 극복하면서 살아가는 것도 삶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잠시 행복하기도 하고, 잠시 고통스럽기도 하다. 인생은 고요하지 않다.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사람들에게는 전투적이며 역동적인 힘이 솟는다. 옳고 그름의 판단은 살아남은 이후라야 가능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젊은 시절 아르헨티나 군부 쿠데타에 협력했을 뿐 아니라, 자신의 가까운 사람들을 지키지도 못했고 군부독재에 맞서지도 못했다. 자신이 행한 잘못된 행동과 그로 인한 가까운 사람들의 고통과 죽음에 대해 죄책감을 안고 살아온 삶을 베네딕토 16세에게 고백하지만, 베네딕토 교황은 더 이상 신의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이유로 사임하고 그는 새로운 교황으로 선출된다.
이전의 잘못을 고백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죄를 저지릅니다."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다면 그건 신의 영역이다. 어쩌면 신 또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까. 신이기 때문에 누구도 잘못을 지적하지 않고 단죄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은 시작이 있고 원인이 있다. 그것을 밝히지 못하거나 밝히지 않거나, 누구도 자신의 잘못이라고 말하지 않고 회피한다. 그렇다면 벌어진 일은 어떻게 해야 할까. 잘못의 수습은 누구의 몫일까.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면 모두의 잘못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누구에게도 물을 수 없다면 모두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한다. 불평등에 대해서도, 사회적 재난에 대해서도. 모두 어떻게 책임질 수 있을지, 살아남았다면, 이제는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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