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영화 발전을 위한 진단과 대안 토론회. 스크린독과점 등 대기업 규제 법안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성하훈
영화산업 대기업 규제법안은 지난 19대 국회 때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당시는 법적 규제냐 자율적 규제냐로 의견이 갈린 시점이라 영화단체들의 입장이 달랐다. 그러나 이후 제도적 규제로 방향이 잡히면서 20대 국회 들어서는 영화계의 의견이 수렴된 법안들이 제출됐다.
20대 국회 초반 영화계의 의견이 비교적 잘 반영된, 상영과 배급을 분리하는 법안도 준비됐으나 진척을 보지 못했다. 지난해 4월에는 우상호 의원이 한 영화가 특정 시간대에 스크린 50%를 차지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도 대표 발의했으나, 여전히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우 의원 법안의 경우 영화인들 사이에선 '느슨하다'는 불만이 나왔지만, 이것조차도 통과가 안 되면서 영화계의 실망이 커지고 있다. 영화인들 사이에서는 "이러려고 촛불을 들었냐"라는 한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블랙머니>를 제작한 영화사 질라라비 양기환 대표는 "재벌 3사가 공공장소인 극장을 장악해 시민들을 볼모로 잡고 자기들이 투자하고 배급한 영화들을 보라고 하는 이런 한심한 작태를 정부가 팔짱 끼고 강 건너 불 구경 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영화계의 반대에도 대기업인 CJ 사외이사 출신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임명한 것이 영화산업 내 대기업 규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취임 후 영화계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자세를 보였으나, 행동이나 실천력이 상당히 미흡하다는 것이 관련 업계 평가다.
19대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영비법 처리가 지지부진하게 되면서, '영화인들이 직접 의회에 들어가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영화산업 대기업 규제 법안의 경우, 주로 영화 관계자들이 보좌진들을 통해 의원들에게 설명한 뒤 국회에서 토론회와 세미나 등을 여는 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국회의원 대부분은 인사말만 하고 자리를 뜨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례적으로 지난해 10월 열린 한국영화 100주년 세미나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의원이 끝까지 자리를 지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 의원은 당시 "몰랐다가 새롭게 아는 내용이 많다"며 영화산업 대기업 독과점 문제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으나, 이런 사례는 극히 일부다.
간혹 영화계 인사들이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들어가는 사례도 있었으나 지속성이 유지되지 않으면서 큰 효과를 얻지는 못했다. 영화단체 관계자들은 상임위원회 구성이 바뀔 때마다 의원실 보좌진들에게 다시 법안의 필요성을 설명해야 했다. 이때문에 현안에 대한 이해가 높은 영화인 국회의원의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영화인이 국회에 진출할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