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루왁인간> 포스터
드라마 <루왁인간> 포스터JTBC

30일 방송된 JTBC 드라마 페스타 <루왁인간>은 은퇴 위기에 처한 50대 세일즈맨의 불안과 고양이 학대로 이슈화 되었던 '루왁 커피'에 대해 다룬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가장으로서 가지는 가족 부양의 책임감과 가족에 대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통합된다.
 
50대 고졸 출신의 세일즈맨 정차식(안내상)은 인원 감축을 빌미로 한 회사의 은퇴 종용에 힘들어하는 상황이다. 최근 볼리비아산 원두를 들여오다가 생각지도 못한 폭발 사고로 50톤의 원두를 날려, 회사에 큰 손해를 끼쳤기에 더욱 견디기가 힘든 상태다. 퇴직금은 이미 동생 음식점 창업에 사용했고 딸 지현(김미수)의 카페를 열어주기 위해 돈도 빌려준 상황이다.
 
아직 지출해야 할 돈들이 많아 정차식은 이대로 퇴직할 수 없다. 이 와중에 과거 볼리비아에서 만난 세르난도에게서 커피나무 한 그루를 선물 받았고 자신의 실수를 무마하고자 박전무(유성주)에게 찾아가 커피 열매를 입안에 가득 넣어 씹으며 각오를 다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드라마 <루왁인간>의 한 장면
드라마 <루왁인간>의 한 장면JTBC
 
오로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상사에게 절대 충성을 약속하기 위한 목적으로 먹은 커피열매 덕분에 바람 잘 날 없던 정차식 인생에도 봄날이 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에게 온 행운 덕분에 그의 인생은 세 가지 면에서 변했다.
 
우선, 정차식은 커피 열매를 먹고 씨앗을 배설하는 사향고양이의 속성을 지니게 되면서 향이 좋은 '고양이똥'을 배출하기 시작한다. 가장 비싼 커피는 사향고양이의 똥으로 나온 커피라는 말이 있다. 원주민들에게 발견된 이것은 루왁 커피로 불리며 네덜란드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전 세계에서 가장 고급커피로 자리 잡았다.

이 덕분에 그는 커피숍 장사가 잘 되지 않아 사이가 소원해진 딸의 장사에 도움이 된다. 이 루왁커피는 연간 400~500kg만 생산되기에 한 잔에 4~5만 원 상당으로 가격이 비싸다.
 
정차식은 딸을 보면 짠하다. 아버지의 든든한 지원으로 자신이 일하는 회사 간부로 들어온 회장 딸의 모습과 비교하면, 돈없고 빽 없는 자신은 딸에게 무엇으로 보상해주냐라는 죄책감에 시달리고는 했다. 하지만 이제는 커피열매를 잔뜩 먹고 화장실을 갔다오면 딸의 커피숍의 성공을 보장할 수 있는 비싼 원두를 줄 수 있다. 정차식은 뭐라도 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마냥 행복하다.
 
 드라마 <루왁 인간>의 한 장면
드라마 <루왁 인간>의 한 장면JTBC
 
마지막으로 은퇴를 앞두고 이런저런 걱정이 많은 터라 인사과에 가서 자신의 사정 좀 봐달라고 애원하기도 하고 상사인 박전무에게 부끄러움을 참고 매달렸다. 하지만 이제는 회사에 뒤탈없게 퇴직 전 인수인계를 꼼꼼히 하는 것은 기본이고 퇴직하는 마지막 날, 그는 회장을 찾아가 회장 전용 엘리베이터 때문에 엘리베이터가 부족한 사원들의 불만을 대신 전한다. 그리고 자신들처럼 오랫동안 충실하게 재직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이 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다고 충고하기까지 한다.

루왁커피에 대해서는 고급커피라는 긍정적인 시선도 있지만 동시에 고양이를 학대해서 만들어진 원두라 그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은 상태다. 드라마 <루왁인간>에서 정차식 역시 가족을 위해 가계에 도움이 되고자 커피체리를 먹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거쳐 생원두를 만들어오곤 했다.

이는 은퇴를 앞둔 한 집안의 가정이 가족을 위해 자신의 몸은 생각도 하지 않고 뭐라도 하려는 몸부림치는 것을 비유하는 듯하다. 아마 이런 선상에서 이 드라마의 제목도 '루왁인간'라고 지었을 테고 말이다.

35년을 일하고 원하지 않을 때 이렇듯 밀려나듯 회사에게 나가는 한 남자의 고군분투기를 루왁커피를 만들어내는 사향고양이의 속성과 함께 버무리면서 칙칙하고 어둡지 않게 그려냈다. 그리고 한 가정을 이끌어가면서도 마음 속에서는 매번 더 많이 잘해주지 못하는 아버지의 부정을 잘 표현해냈다. 드라마를 보면서 시종일관 웃고 있으면서도 드라마가 끝난 후에는 강한 여운을 남기게 되는 것은 이 때문이겠지.

JTBC 드라마 페스타 <루왁인간>은 제 6화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에서 수상한 단편소설(강한빛 저)를 기반으로 라하나 감독과 이보람 작가가 의기투합하여 만들었다. 여기에 베테랑 연기자인 안내상, 장혜진, 윤경호의 열연으로 완성되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지현 시민기자의 개인 SNS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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