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근로빈곤층 가정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영화 <미안해요, 리키> 스틸컷
영화사 진진
<미안해요, 리키>의 상영 환경 역시 영화 속 리키나 한국사회의 '99'나 '80'에 속한 개인사업자나 하청업자의 삶이 그러하듯, 전작이 개봉했던 3년 전과 달리 더 나빠져 있었다. 그래서다. 사실 심 대표에 글에서 이 대목이 더 눈길을 끈 이유는.
"켄 로치 감독의 <미안해요, 리키>는 어제로 1만 9천여명이 보았다. 2016년 개봉한 그의 전작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10만여 관객이 들었었다. <미안해요..>가 전작을 따라 잡는 스코어를 내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그 몇 년 만에 '천만영화'의 흥행 속도는 곱절로 빨라졌고, 그때 10만 볼 영화들이 이제 1만, 2만이다. 볼 영화는 알아서 다 본다는 헛소리는 안 했으면 좋겠다."
3년 전 <나, 다니엘 블레이크>와 현재 <미안해요, 리키>의 처지
3년 전 박스오피스와 지금을 비교해 보자. 2016년 12월 8일 개봉한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개봉일 하루 63개 스크린에서 총 138회 상영되며 1876명의 관객을 모았다(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 이하 동일). 일일 3천 명을 넘긴 개봉 첫 주 주말을 제외하고, 개봉 2주차부터 40~50개 스크린, 100개 안팎의 상영 횟수란 배급 조건이 점차 줄어갔다.
다만, 최종 9만 5천이란 흥행 성적은 이듬해 2월까지 장기 상영한 결과다. 칸 황금종려상이란 프리미엄과 함께 독립예술영화관 위주로 입소문은 물론 상영 중후반 공동체 상영이 결합된 결과라 할 수 있다.
<미안해요, 리키>의 사정은 분명 나빠졌다. 지난 19일 개봉일 하루 <미안해요, 리키>는 69개 스크린에서 총 116회 상영됐고 일일 관객수는 2717명이었다. 이후 첫 주말임에도 오히려 스크린 수와 상영 횟수가 줄었다. 관객층이나 상영 조건은 판이하지만, 어쨌든 12월 셋째주(51주차)는 대형 국내배급사 작품인 <백두산>과 <시동>이 나란히 개봉한 주였다.
그러자 개봉 2주차 <미안해요, 리키>의 상영 스크린과 상영 횟수도 쪼그라들었다. 개봉 8일차인 26일 스크린 수는 49개, 상영 횟수는 56회였고, 누적 관객수는 1만9381명이었다. 심 대표의 예상대로, 지금과 같은 상영 조건과 누적 관객수로는 전작의 9만 5천 명에 도달하기란 언감생심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27일 오후 2만 관객을 돌파한 이 영화가 내년 2월까지 장기상영을 이어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물론, 독립예술영화의 흥행도 여러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전작과 비교해, <미안해요, 리키>는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이란 프리미엄이 없다. 반면 독립예술영화치고는 적지 않은 관객 수인 10만 가까운 관객을 동원한 전작의 후광 효과를 누리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더불어 세계적인 거장 켄 로치 감독의 영화가 배우의 이름값이나 소재의 영향을덜 받아왔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연말연시를 겨냥해 배급 스케줄을 잡은 <미안해요, 리키>가 "그때 10만 볼 영화들이 이제 1만, 2만"이라는 심 대표의 한탄처럼 시작부터 쪼그라든 스크린을 확보한 것 자체가 독립예술영화 배급 상황의 심각함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랄까.
어쩌면 <미안해요, 리키>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인지 모른다. 국제영화제나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받았음에도 초라하게 극장 개봉을 마친 한국 독립예술영화가 어디 한 두 편이던가. 그렇다면 '천만영화'만 5편을 배출한 올 한 해 상업영화 배급 시장은 사정이 어땠을까.
'흥행 대박이 비수기에 터졌다'는 속 모르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