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스크린의 97%를 차지하고 있는 3대 극장 체인
CJ,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대기업이 투자-제작-배급-상영까지 장악한 한국 영화시장에서 스크린독과점의 혜택을 가장 먼저 보는 곳은 극장이다. 스크린 물량을 기반으로 다른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저예산 영화들을 밀어내고 돈이 되는 영화만 쫓는 추세에서 결국 다양성은 극장 입장에선 우선 순위에서 밀리게 된다. 영화계 안팎에서 이를 비판하면 생색내기처럼 스크린을 주는 수준이고, 그 스크린마저 아쉬운 저예산 영화들은 점점 목소리 내기를 조심스러워 한다.
<겨울왕국2> 개봉 후 첫 주말인 23일과 24일 박스오피스에 오른 영화는 130편 정도. <겨울왕국2>가 전체 2만 2000회 정도의 상영횟수 중 4분의 3을 수준인 74%를 차지했다. 11월 13일 개봉한 <블랙머니>가 10.5% 정도였음을 감안하면, 128편의 영화들이 나머지 15%의 상영횟수를 나눠 가진 셈이다. 그러다보니 주말임에도 하루 1만 관객을 넘긴 영화는 4편 뿐이었다.
2014년 1월 개봉했던 <겨울왕국>이 최대 상영점유율 28.1%, 스크린 1010개, 최고 좌석점유율은 32%를 차지해 개봉 46일 만에 천만 관객을 넘긴 것과 비교된다. <겨울왕국2>의 좌석 점유율은 79%로 전편에 비해 2.5배 정도 증가했다.
<겨울왕국2>에 직격탄을 맞은 <블랙머니> 제작사 관계자는 "마치 할리우드의 거대 자본과 국내 대기업 자본이 결탁해, 론스타 투기자본을 비판하고 반독과점 운동을 펼쳐왔던 정지영 감독에게 보복하는 느낌이 들 정도"라고 씁쓸해했다. <블랙머니>는 개봉 직후부터 상영점유율 30%를 넘지 않기 위해 애써왔다. 30%는 반독과점 진영이 주창하는 한 영화의 최대 점유율 제한 수치다.
일부에서는 수요에 따른 공급이라 주장하고 있으나, 문화적 다양성에 해당하는 사안을 경제 논리로 해석하는 만큼 한심한 것도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화를 경제적 잣대로만 생각할 경우 흥행성 약한 예술영화를 만드는 감독은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마치 상업성은 부족하지만 또다른 미학을 추구하는 저예산 독립예술영화들은 극장에서 사라져도 괜찮다는 논리와 다를 바 없다.
극장 이익 극대화 위해 투자배급사 손해 감수
스크린독과점 현상은 구조적인 문제다. 대기업이 영화산업을 수직계열화한 상태에서 수익을 최대화를 위한 도구로 극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 10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영화 100년 세미나 : 한국영화 발전을 위한 진단과 대안' 토론회에서는 수직계열화의 밀어주기에 대한 구체적 지적이 나와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한국영화시나리오작가조합 김병인 대표는 "상영 산업 절대강자 CGV와 계열사인 CJ엔터테인먼트는 한국영화 투자배급사로서, CGV와 CJ엔터테인먼트 사이에 강력한 '정(Positive)의 외부효과'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정(Positive)의 외부효과'란 예를 들면 과수원 옆에 양봉업자가 들어선 경우. 과수원은 벌들로 인해 동일한 비용으로 더 많은 수확을 거둔다. 즉, 단위당 생산 단가가 낮아짐으로써 사과 가격을 낮춰 양봉업자와 나란히 하지 않은 과수원들을 도태시킨다는 논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