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예능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의 한장면
KBS
현주엽 프로농구 창원 LG 감독이 고정 출연중이던 예능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 하차할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농구가 본격적인 시즌에 돌입하면서 소속팀 일정에 집중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다. 다만 완전한 하차는 아니고 향후 상황에 따라 복귀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겨뒀다.
현주엽 감독은 지난 27일 방송분에는 영상으로만 출연하고 스튜디오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방송에는 현주엽 감독과 LG 선수단이 프로농구 새 시즌에 돌입하며 미디어데이에 참가하고 개막전에서는 아쉽게 지는 모습까지 담겼다.
현주엽 감독은 지난 4월부터 <당나귀 귀>에 LG 선수단과 함께 출연해왔다. 특히 전매특허라고 할수 있는 '먹방'으로 방송 내내 큰 화제를 모았다. 이미 방송출연 경험이 많은 베테랑답게 능청스러운 입담과 먹성으로 사실상 이 프로그램 인기의 최대 지분을 차지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프로농구가 본격적인 새 시즌에 돌입하면서 현 감독의 소속팀 LG가 시즌 초반 부진하며 하위권으로 추락하자 현 감독의 방송 출연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반응도 늘었다. 지난 10월 13일에는 하필 LG가 창단 개막 5연패를 당하며 팀분위기가 최악으로 치닫던 시점에, 공교롭게도 <당나귀 귀>가 방송되면서 세상 해맑은 표정으로 고기를 뜯고 있는 현주엽 감독의 얼굴이 등장하는 어딘가 '웃픈'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팬들 사이에서는 '예능인' 현주엽과 '농구 감독' 현주엽간의 위화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순간이다. 창원 LG는 1라운드를 마감한 28일 현재 2승 7패로 최하위에 머물며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 감독과 함께 방송에도 출연하여 동반 먹방으로 화제를 모았던 외국인 선수 버논 맥클린은 현재 부진으로 퇴출이 결정된 상황이다. 마냥 유쾌하던 방송과 냉정한 현실 사이의 괴리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현주엽 감독의 예능 출연은 결과적으로 득과 실을 동시에 남겼다. 먼저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부분은 역시 프로농구와 LG 구단에 대한 '홍보 효과'다. 사실 현역 감독이 자신의 본업도 아닌 예능 방송에서 고정으로 출연한 것은 사실상 현주엽 감독이 최초다.
물론 촬영의 대부분은 비시즌 기간에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현역 감독으로서 자칫 사생활 노출이나 '이미지 희화화'에 대한 우려를 감수하고 방송에 출연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현주엽 감독과 LG 구단은 프로농구 홍보를 위한 대승적인 차원으로 방송출연을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현주엽 감독에 대한 방송 시청자들의 평가는 대체로 우호적이다. 다른 출연자보다 오로지 현주엽 감독의 먹방을 보는 재미로 이 프로그램을 즐겨본다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다. 같이 출연한 LG 선수들이나 스태프들 역시 방송으로 인하여 덩달아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다.
하필 LG의 성적이 좋지 못한 시점에 하차하게 된 모양새는 조금 아쉽게 됐다. 하지만 '농구 감독이 왜 예능에 나오냐", "방송 출연에만 신경쓰느라 시즌 준비를 소홀히 한 것이 아니냐"는 식의 비난은 적절하지 않다. 성적이 좋든 나쁘든 어차피 시즌중 하차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방송에 할애하는 시간이나 공개되었던 모습은 전체 시즌 준비 과정에서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어쨌든 <당나귀 귀>를 통하여 프로농구에 대하여 잘 모르던 팬들이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