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조커 > 포스터
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영화 <조커>가 지난 2일 개봉했다. 조커가 등장한 실사화 작품을 떠올리면 자레드 레토가 출연한 <수어사이드 스쿼드>나 히스 레저가 열연한 <다크 나이트>가 떠오르기 마련이다. 두 영화의 공통점이 있다면 조커라는 캐릭터의 단독 무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조커는 할리 퀸의 애인 정도로 묘사되었고 <다크 나이트>의 조커는 배트맨의 숙적으로 등장했다. 특히나 <다크 나이트>의 조커는 배트맨이 자신의 존재를 완벽하게 만든다며, 배트맨의 필요성을 스크린을 통해 역설했다.
하지만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는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았다. 단지 세상 앞에 우뚝 섰을 뿐이다.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조커>는 과연 어떻게 '선배' 조커들과 차별화를 하는 데 성공했을까?
<조커>는 그간 실사화 작품에서 금기시 되어 왔던 조커의 탄생 배경을 적나라하게 관객에게 전달한다. <다크 나이트>의 조커는 이름은 커녕 아무런 연고를 찾을 수 없는 악인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조커>의 아서 플렉은 병든 노모와 함께 하루하루 고담시를 살아가는 소시민이다. 광대 일을 하는 가난한 아서는, 언젠간 코미디언으로서 성공할 것이라는 꿈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러한 아서에게 남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갈비뼈만 보일 정도로 기이하게 마른 몸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갑작스레 터지는 병적 웃음을 들 수 있다.
아서는 세상을 향해 다가가지만, 아서에게 돌아오는 것은 냉소와 조롱 뿐이다. 그의 연약하고 병든 신체에는 사회의 작은 관심이나 배려 대신 폭력만이 찾아온다. 그리고 아서의 암울한 삶을 지탱해주던 코미디언의 꿈마저 자신의 롤모델, 머레이 프랭클린에 의해 산산조각 난다. 그는 이 일로 정신적으로도 충격을 받게 된다. 일평생 단 한 번도 행복한 적 없다는 아서는, 고통을 끝내기 위해 내면에 서서히 자라던 충동적이며 광기어린 조커를 받아들이게 된다.
아서가 조커가 되어가는 과정은 비참하지만 누구나 조커가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다크 나이트>의 조커는 범죄에도 급이 있다고 믿으며, 누구나 양면성을 가진다는 자신의 철학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이 일으키는 범죄를 예술이라고 포장한다. 또한 그의 한 마디에 고담시 전체가 대혼란에 빠질 정도로 영향력이 있다.
하지만 <조커>의 아서는 평범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그가 아픔을 느끼는 부분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살면서 좋은 일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열심히 살아가고자 하는 한 개인에게 고담시는 차가운 웃음을 보인 것이다. <조커>의 이러한 설정은 아서가 조커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의 타당성을 부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