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블리아 고서당 사건 수첩
영화사 오원
원래 서점의 주인인 할아버지가 사제가 되는 대신 차렸기에 성서(bible)의 라틴어 이름인 '비블리아'를 가게의 제목으로 삼았다지만 오타쿠라는 단어를 만들어낸 '원조'국가답게, '고서'라고 하기가 무색하게 나쓰메 소세키로부터 시작하여 다자이 오사무, 에도가와 란포 등 일본 근대 작가들은 물론 셰익스피어까지 여러 작품을 매개로 문학의 세계를 주유한다.
특히 7권으로 이루어진 각 권마다 '고서'들이 등장하고 그와 엮인 '사람'들의 사연이 소개된다. 심지어 여주인공의 어머니는 '책'을 쫓아 집을 나가기도 했는데, 그 어머니를 닮은 여주인공처럼 등장인물들은 '취미' 그 이상으로 '고서'에 연연한다.
책을 매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영화는 이렇게 씨줄과 날줄로 책과 엮인 사람들의 사연을 소개하다가, 다이스케가 가져간 <그후>로부터 풀리기 시작한 다이스케 할머니의 '러브 스토리'로 이어간다. 과거의 젊은 할머니와 그 할머니의 가게를 찾아온 손님이었던 작가 지망생 다나카 요시오(히가시데 마사히루 분).
가게를 찾아온 첫날 실수로 정신을 잃은 다나카는 자신에게 친절한 젊은 안주인 고우라(카호 분)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고, 두 사람은 '다자이 오사무의 <판도라의 상자> 책을 통해 감정을 쌓아간다. 그러나 이미 남편이 있던 고우라와 작가라는 재능의 한계와 집안의 반대에 부딪힌 청년 다나카의 사랑은 비극으로 마무리된다. 두 사람의 관계는 마지막 포옹을 한 각자의 손에 들려있던 '나쓰메 소세키'의 <그후>와 다자이 오사무의 <만년>으로 상징된다.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손자 다이스케가 <그후>를 통해 할머니의 과거를 따라 고서당의 주인 시오리코와 만나듯이, 자신의 감정을 토해놓듯 쓴 '사소설'이라는 장르의 선구자 다자이 오사무 <만년>은 새로운 등장인물 다나카 요시오를 통해 다이스케는 물론, 책의 세계에 갇혀있다시피 했던 시오리코로 하여금 '사랑'에 눈뜨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