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가 연극 <페이퍼>의 배경을 이루고 있었다. '1984년' 그리고 '봄'. 이 연극은 조지 오웰의 소설 < 1984 >를 떠올리게 하면서 동시에 밤거리를 헤매는 젊은 청년들의 모습을 그렸다.
연극 <페이퍼>는 어느 으스스한 저녁, 한 여성이 'P'라는 붉고 큰 글씨가 적힌 암호 같은 종이 벽보를 남몰래 붙이면서 시작된다. 'P'는 1980년대 민주화 운동 시절, 피로 불리던 유인물(페이퍼)을 뜻한다. 지난 5월 11일 오후 2시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시범공연으로 상연 중이던 연극 <페이퍼>를 관람했다.
장진구의 순수한 사랑에 동화된 강만철
연극 <페이퍼>는 1980년대의 긴장을 품은 연극이지만 무겁기보다는 따스한 '봄'의 느낌을 더 품고 있었다. 특히 주인공 강만철과 장진구의 연기는 강렬하였고 연극의 절정을 이루는 부분에서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선은 지지 않는다'는 철학이 느껴질 정도로 깊은 주제가 담겨 있었다.
줄거리는 이렇다. 강만철이 자신의 뇌물 장부를 꾸러미에 모아 도주하던 중 한 여성과 부딪힌다. 이 과정에서 장부 꾸러미가 뒤바뀌게 된다. 강만철은 장부를 되찾기 위해 바뀐 꾸러미에 담긴 노트를 뒤지던 중 장진구라는 대학생을 알게 된다. 그는 장진구를 잡아와 노트에 적인 'P'를 토대로 함께 일하는 여성에 대해 진술하게끔 협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