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선녀전>
tvN
tvN 드라마 <계룡선녀전>에는 고려시대부터 현재까지 하늘 세계에서 있었던 가상의 사건들이 자주 묘사된다. 지상 인류와 별반 다를 바 없는 하늘 인간들, 즉 선녀와 신선들의 일상이 작가의 상상력으로 전개되고 있다.
하늘 인간 중에서 특히 신선에 대한 관념은, 불교·개신교·가톨릭이 대세인 현대 한국에서도 일반 대중의 의식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자신이 믿는 교리와 어긋난다 해서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TV 화면에 신선들 좀 그만 나오게 하라!"고 요구하는 시청자들은 없거나 드물거나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 한국인들은 어렸을 때부터 신선에 관한 이야기에 친숙하다. <계룡선녀전>의 배경이 되는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도 그렇고, 백발노인 모습으로 등장하는 산신 혹은 신선이 정직한 나무꾼에게 행운을 안겨주었다는 <은도끼·금도끼> 이야기도 그렇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성장한 탓에, 한국인들은 드라마에 나오는 신선들에게 별다른 거부감을 갖지 않는다.
유교 이념이 지배한 조선시대 사람들의 의식에서도 그런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물론 조선시대에는 신선에 관한 서적을 공식적으로 금지했다. 하지만, 이것은 꼭 종교적인 이유라기보다는 정치적 이유에 좀 더 크게 기인한 것이었다.
명나라와 동맹을 맺자니, 조선 지배층은 고조선 이야기를 자제할 수밖에 없었다. 고구려뿐 아니라 고조선도 중국 땅을 위협했기 때문에, 중국인들은 두 나라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갖고 있었다.
단군이 신선이 됐다는 <삼국유사> 기록에서 느낄 수 있듯이, 고조선 사람들은 선녀나 신선처럼 장생불사하는 삶을 꿈꾸었다. 그것이 고조선의 지배적 신앙이었다. 그래서 조선 지배층은 고조선과 더불어 신선교에 대한 언급도 자제했다. 신선교가 중국 도교와 유사한데도, 명나라와의 관계를 고려하느라 신선교 서적을 금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금지했을 뿐, 철저한 내면적 신념으로 그렇게 한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