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디트로이트> 중에서
그린나래미디어(주)
장난으로 시작된 모텔에서의 상황은 극단적인 인종차별 주의자들인 백인 경찰들에 의해 공포 분위기로 바뀌게 된다. 백인 우월주의자의 모습을 보이는 백인 경찰 필립은 도망치는 무방비의 흑인을 죽이고 정당방위로 위장하고, 모텔에서도 칼(제이슨 밋첼)을 죽이고는 정당방위라고 주장한다. 그리고는 인물을 하나하나 심문하며 총을 쏜 사람을 찾는다.
하지만 여기에 실제로 총을 쏜 사람은 없다. 단지 칼이 소리나는 장난감 총으로 창문 밖을 향해 쐈을 뿐이다. 이런 장난을 했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 소리로 인해 군인과 주 경찰, 디트로이트 경찰이 모두 모텔로 오지만, 디트로이트 경찰이 주도권을 잡고 그 상황을 이끈다.
실제로 경력이 2년, 4년 등 경험이 많지 않은 디트로이트 경찰이 주도권을 잡고 흑인들과 여성들을 벽에 일렬로 세우고 취조를 시작한다. 주변부에서 그 상황을 보던 군인들과 주 경찰은 그 상황에 개입하지 않고 회피해 버린다. 복잡한 일에 개입하여 골치아픈 것보다는 모르는 척 외면하는 방식을 택한 그들 중 일부는 내부의 인물을 도와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 폭압적인 상황을 외면한다.
흑인 경비원 맬빈의 존재는 그 당시 흑인과 백인의 간극을 그대로 보여준다. 미국에서 5번째로 큰 디트로이트는 공업도시로 공장 노동자들이 많은 지역이다. 실제로 맬빈도 낮에는 공장에서 일한다. 맬빈은 소요사태 이후 경비원으로 근무하면서 출동한 군인들에게 최대한 맞추려 애쓴다. 공격당하는 흑인을 도와주며 그는 '오늘은 살아야지, 오늘은 넘기자'라고 이야기 한다.
꼭 소요사태가 아니더라도 하루하루를 잘 넘겨야하는 블루칼라들은 백인과의 충돌을 피하면서 조용하게 살아야 했을지도 모른다. 맬빈은 최대한 모텔의 사태를 진정시키고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하지만, 사태는 점점 심각해지고 그가 어쩌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그의 관찰자 혹은 중재자로서의 무기력함은 영화 후반부까지 이어진다.
여전히 우리 주변에 만연한 '인종차별'우리는 여전히 주변에서 인종차별을 접한다. 특히나 미국은 인종차별주의자가 여전히 많은 나라 중 하나다. 유럽에서도 특정 인종에 대한 추방이나 입국 금지를 요청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아시아 권에서도 동남아나 이슬람 쪽의 인종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내보이기도 한다.
여러가지 인종차별 관련 뉴스를 볼 때마다 우리는 분노하게 된다. 관찰자의 입장에서 또는 중간적 입장에서 인종차별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하지만 실질적으로 사회를 크게 변화시키지는 못한다. 영화 속 맬빈과 같이 차분하게 그 일을 관찰하면서 벌어지는 일의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간접적으로 노력하지만 변화는 요원하다.
인종차별 뿐만 아니다. 영화 <디트로이트>에서 피해 받는 사람들은 흑인과 여성이다. 최근 흑인과 여성 인권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사회 곳곳에는 이들을 무시하는 시선들이 많고, 사회적 임금과 대우들은 차별적이다. 또한 공권력에 의한 폭압도 문제가 된다. 영화에 등장하는 백인 경찰들은 경찰이라는 이유로,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흑인과 여성을 멸시하고 공격한다.